[사설] 한국당, 삭발 넘어 새로운 투쟁전략 찾아야

  • 논설실
  • |
  • 입력 2019-09-21   |  발행일 2019-09-21 제23면   |  수정 2020-09-08

자유한국당 경북지역 초선 의원 4명이 19일 집단 삭발을 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당 지도부가 ‘자제’ 의견을 낸 상황에서 삭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 한 주의 릴레이 삭발 투쟁은 국민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초유의 제1야당 대표의 삭발 이후 매일 삭발 릴레이가 이어졌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제 삭발투혼을 넘어 새로운 투쟁 전략을 찾아야 한다. 여야 모두 스스로 잘 해서 국민지지를 받기보다는 상대 실수로 반사이익을 얻는 경우가 다반사였지 않나. 탄핵의 수렁에 빠져 출구를 찾지 못하던 한국당이 모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은 것도 ‘조국사태’라는 상대 실수 때문이었다. 지금의 분위기에 도취돼 지루한 머리깎기 투쟁을 이어가는 실수를 범한다면 오던 민심이 달아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결기는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오랜 장외투쟁에 대한 국민 시선 또한 곱지 않다.

국민은 국회의원이 국회라는 테두리 안에 있느냐 없느냐를 보다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국회를 비워둔 것에 대한 질책성 시선이다. 한국당은 국회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투쟁 전략을 모색할 때다. 그게 민심 친화적이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국 임명은 반대하지만 한국당 투쟁방식엔 동의하지 않는다는 흐름이 있다. 한국당 지도부가 18일 내부적으로 ‘삭발 자제’ 방침을 정한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내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지만, 더 지속되면 국민 피로도도 쌓인다. 적절한 시점에 브레이크를 잘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북지역 초선 의원 4명이 바로 다음날 삭발을 강행해 논란이 됐다. ‘공천용’이 아니냐는 당 안팎의 시선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삭발의 진정성 대신 이를 희화화하는 분위기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조국에 올인하기에는 한국당 앞에 놓인 과제가 너무 많다. 무엇보다 조국 때문에 국회를 보이콧하는 것을 국민이 바라지 않는다. 교섭단체 대표연설부터 무산시킨 것은 정국 주도권을 이어갈 절호의 장(場)을 걷어찬 것이다. 민생과 개혁관련 법안도 산적하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과 수사권 조정 관련법은 더이상 미뤄둘 수 없다. 513조원 규모의 슈퍼예산 처리도 기다리고 있다. 민심에 귀를 열되 국회 안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당 내부적으로도 얼마나 할 일이 많나. 총선이 수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보수통합과 인재영입은 언제 할건가. 조국 때문에 이 모두를 정지시키면 조국사태가 오히려 한국당에 덫이 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