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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예술발전소, 11월24일까지 글로벌프로젝트 ‘빛, 예술, 인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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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경기자
  • 20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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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생태·난민…현대사회의 그림자 빛의 예술로 고찰하다

거대도시의 환상을 디오라마 형식으로 보여주는 아르튀르 데마르또 작 ‘판타스틱 멕시코’
현대미술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미디어아트’는 크게 두가지 범주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다. 하나는 새로운 매체로서 뉴미디어의 기술적 속성 그 자체를 탐구하여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주제와 개념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새로운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대구예술발전소가 2019년 세번째 글로벌 프로젝트 기획전으로 11월24일까지 선보이고 있는 ‘빛, 예술, 인간’전은 후자의 입장에서 미디어아트의 세계적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다. 색의 자리를 대신한 ‘빛’이 만드는 새로운 ‘예술’인 미디어아트가 이 시대 ‘인간’이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작업들이다. 산업화, 생태, 환경, 난민, 테러 등의 묵직한 글로벌 이슈를 14명의 국내외 미디어아티스트들이 뉴미디어를 활용해 개념화하여 선보인다.

美 천재작가 고든마타 클락‘Day’s end’
폐건물 자르고 제거…잘려나간 과정 전시
獨작가 슈미츠, 한반도 모습 몽환적 재현
국내외 미디어아티스트, 글로벌 이슈 다뤄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는 고든마타 클락(미국)의 ‘Day’s end’다. 이 작품의 전시 유치를 위해 소장기관인 일본 가나자와 21세기현대미술관 관계자를 수차례 설득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건축학을 전공한 요절한 천재인 클락은 버려진 건물을 자르고 제거하고 그 잘려나간 부분들을 전시하는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뉴저지에 있는 오래된 가정집을 절반으로 잘라 건물의 초석을 한쪽으로 기울게 한 뒤 완전히 절개하여 집을 네 등분하는 과정을 기록한 그의 작업(‘Splitting’)은 아주 유명하다. ‘Day’s end’는 도시 해안에 위치한 버려진 산업 창고가 작업 대상이다. 철재 벽면을 전기톱으로 잘라 거대한 타원형의 구멍을 내고 바닥엔 부채꼴의 단면을 절개했다. 뚫린 구멍으로는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드러난 건물 아래로는 유유히 흐르는 허드슨 강물이 드러난다. 건물의 안과 밖을 교대로 보여주면서 폐쇄됐던 공장이 무너지고 연결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담았다.

클라우디아 슈미츠(독일)의 작업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퀼른 미디어 예술대에서 시청각 매체를 전공한 그는 2017년 고양레지던시 국제교환입주 해외작가전에 참여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한반도의 모습을 몽환적으로 재현한 ‘Invisyllables’를 선보였다. 남북한 군사분계선은 지리적 경계이면서 두 체제를 구분하는 경계이며 지구상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경계선이다. 독일 출신의 그에게 남북 군사분계선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대상이다. 전시장엔 한지로 만든 두개의 조형물이 공중에 떠 있다. 하나는 남쪽의 집들을 의미하고 다른 하나는 북쪽의 산을 의미한다. 이 두개의 한지 조형물 위로 자신이 제작한 영상이 투영된다. 하나는 제주도의 바다를 찍은 것이고 하나는 군사분계선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들여다본 북한의 풍경이다. 그는 남한 경계에서 본 북한을 담은 이번 작업에 이어 북한에서 본 남한을 담은 후속작업을 통해 이 프로젝트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막시모 코르바란 핀체이라(칠레)의 ‘아지즈(AZIZ)’와 아르튀르 데마르또(멕시코)의 ‘판타스틱 멕시코’,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에스터(프랑스)의 ‘앤 리 인 안전지대’는 미디어아트가 어떻게 현대미술의 주류가 될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아프리카 세네갈 출신의 이민자인 아지스 파예가 들려주는 난민 유럽 정착기를 비디오와 물거울을 활용해 설치작업으로 선보인 ‘아지즈’는 난민 문제를, 디오라마(diorama) 형식으로 거대도시에 대한 환상을 보여주는 ‘판타스틱 멕시코’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문제를, ‘앤 리 인 안전지대’는 인간성의 상실을 경고하고 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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