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우리가 오해하는 10가지 본능으로 세상 현상 잘못 인식”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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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4   |  발행일 2019-10-04 제38면   |  수정 2020-09-08
‘팩트풀니스’(FACTFULNESS) (한스 로슬링 등 지음·김영사·473면·2019년 3월·19,800원)
[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우리가 오해하는 10가지 본능으로 세상 현상 잘못 인식”
[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우리가 오해하는 10가지 본능으로 세상 현상 잘못 인식”

이 책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용어인 ‘팩트풀니스(FACTFULNESS)’란 제목을 내걸고 있다. 이것은 ‘사실충실성’으로 번역될 수 있다. 통계학 분야의 석학이자 의사인 저자 한스 로슬링은 우리들이 가진 오해와 편견을 넘어 사실을 토대로 한 세계관을 키우고, 이를 일터와 학교는 물론 전 세계에 전파하는 데 노력해온 특별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를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라고 붙이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10가지의 본능 때문에 우리들은 세상을 크게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10가지의 오해하는 본능을 들고 있다. 간극본능, 부정본능, 직선본능, 공포본능, 크기본능, 일반화본능, 운명본능, 단일관점본능, 비난본능, 다급함본능 등이다. 번역된 용어라 다소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다. 그러나 하나씩 찬찬히 설명을 들으면 ‘과연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옛날부터 통계 자료는 정치가들이 많이 이용하여 대중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고 했던 탓인지 통계 결과의 해석은 과장되고 확대되어 통계를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또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통계를 바탕으로 세상의 현상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는 것을 이 책에서는 냉정히 지적하고 있다.

이를테면 첫째 본능인 간극본능을 보면 ‘세상은 둘로 나뉜다’는 거대한 오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편견이다. 예를 들면 개발도상국/선진국, 서양/그외, 북부/남부, 저소득층/고소득층 등과 같은 2분법(二分法)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둘로 편가름 하려는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적인 팩트(fact)를 통해 세계의 여러 나라를 ‘개발도상국/선진국’과 같이 2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비합리적임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오히려 2분법보다는 ‘1단계/2단계/3단계/4단계’식으로 4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깝고 현상에 대한 설명의 ‘사실충실성(factfulness)’이 더 높다는 것이다.

둘째 부정본능을 보면 ‘세계는 점점 나빠진다’는 거대한 오해에 대한 해명이다. 이것은 사람들의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본능’의 작용 때문에 이런 오해의 본능이 생겼다고 지적한다. 같은 사실이라도 비관적으로 보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세상은 과거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비관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마치 점점 나빠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1997년에는 인도와 중국의 총인구 중 42%가 극빈층(1단계)이었다. 그러다가 2017년 인도에서 이 비율이 12%까지 떨어져 20년 전보다 무려 2억7천만명이 줄었다. 중국에서는 같은 기간 이 비율이 0.7%까지 급격히 떨어져 다시 5억 인구가 이 중대한 한계점을 넘어섰다. 그런데 우리는 우울하다. 4단계 삶을 사는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여전히 극빈층을 본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만 같다. 하지만 4단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수십억 인구가 비참한 삶을 탈출해 세계시장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되었다. 수십억 인구가 1단계를 힘겹게 빠져 나와 2, 3단계로 올라갔다.

이 책에서는 이와 같은 ‘부정본능’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억은 대상을 미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 등에서 주목을 끌기 위해 전쟁, 기근, 자연재해, 부패, 질병, 테러 등의 부정적인 뉴스를 더욱 강조하고 과장하는 경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과거의 자료와 비교해 보지 않고 현재의 느낌만으로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또 10가지의 오해의 본능에 대해 각각 구체적으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부정본능’의 경우, 나쁘지만 나아진 것도 있다는 것을 함께 고려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상황은 나쁘면서 동시에 나아지고 있기도 하고, 나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나쁘기도 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정본능을 억제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으레 나쁜 뉴스가 나오려니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예상하면 나쁜 뉴스에 휩쓸려가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읽기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읽고 나면 통계로 알게 되는 본능의 함정에 빠질 위험을 한층 줄여준다.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사>대구독서포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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