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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24년 독자 문태갑 前 서울신문 사장 “IT 세상 속에도 신문 정독하는 사람이 지역 리더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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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기자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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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후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 ‘신문’

좋은 기사는 스크랩해…20권 이상 스크랩북

기자와 통화 하거나 초대해 대화 행복한 시간

SNS에 점령 당하고 있는 종이신문 안타까움

경북고를 졸업,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이후 15년간 동양통신 청와대 출입기자 생활을 한 문태갑 전 서울신문 사장. 그는 1980년 신군부 언론통폐합 과정을 서울신문사 사장 시절 똑똑하게 목도했고 누구보다 영남일보의 폐간을 안타깝게 여겼다. 이후 국회의원, 국민체육관리공단 이사장 등을 뒤로 하고 1995년 미련없이 고향인 대구 달성군 화원읍 인흥마을 남평문씨 세거지 사랑채로 귀향했다. 그때부터 그는 줄곧 영남일보만 구독하고 있다. 그는 일어나자마자 눈에 띄는 기사를 스크랩한다. 현재 20권 이상의 스크랩북을 갖고 있다.
부귀비오원(富貴非吾願) 제향불가기(帝鄕不可期). ‘부귀영화는 내 바라던 바 아니었고 신선 사는 곳도 기약할 수 없는 일’.

중국 동진시대 시인이었던 도연명(365~427)이 41세 때 마지막 관직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떠나는 소회를 담은 귀거래사(歸去來辭) 중 한 구절이다.

영남일보 창간 74주년을 맞아 만나보고 싶은 독자 중 한 명으로 문태갑 전 서울신문 사장을 정했다. 이때 떠오른 귀거래사의 그 구절이 그의 단순질박한 삶의 태도와 잘 부합하는 문구 같았다. 그는 영남일보 태동기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낸다. 영남일보의 성장기엔 상경해 청와대 출입 동양통신 기자로 활동한다. 그리고 1980년 영남일보가 폐간 당하던 시절 서울신문 사장이었고 이때 신(新)군부에 의해 비정하게 진행되던 언론통폐합의 전과정을 비감하게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영남일보가 창간 40주년을 맞던 1995년, 비장한 결심을 한다.

지난 74년간 영남일보와 함께 해 온 여러 제호.
‘이제 때가 됐다’면서 서울을 떠나기로 맘을 먹는다. 머뭇거리지 않았다. 오래 비워두었던 고향 뜨락으로 귀향했다. 출향인사의 영구 귀향 사실을 절대 놓칠 리 없을 지역 언론사들조차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말은 쉬우나 그걸 실천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세인들이 그걸 더 잘 안다.

다짐대로 그는 서울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버린다. 그냥 평범한 시골노인으로 살아갔다. 이런저런 자리에서 자리를 빛내 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매정할 정도로 고사했다. 잇속을 도모하는 냄새가 나면 일절 말도 섞지 않았다. 하지만 신지식인을 위한 자리 같으면 밥을 사주기 위해 열일을 제쳐두고 거기로 먼저 달려간다. 이제 그와 호흡을 같이 하던 사람들이 많이 타계했다. 그래서 더욱더 후배 언론인들이 새로운 세상을 선도해주길 바란다.

그는 자가용 승용차가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목적지로 간다. 스마트폰도 없다. 수신 전용 폴더폰만 고집한다. 심지어 집에 TV조차 없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남평문씨 세거지 한 편에 있는 사랑채인 ‘거경서사’에서 종일 독서를 한다. 신문에 괜찮은 서평이 보이면 관련 도서를 구입하기 위해 달성 화원읍에 있는 한 서점을 드문드문 찾는다. 1년에 족히 100권 정도 책을 읽고 괜찮다 싶으면 후학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사랑방 방바닥에 읽은 책이 수북하다. 대다수 미래 관련, 과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붙은 책이 주류를 이룬다. 제일스 배럿의 ‘파이널 인벤션’, 닐 보스트롬의 ‘슈퍼인텔리전스’, 데이비드 버코비치의 ‘모든 것의 기원’, 일본경제신문사의 ‘AI 2045 인공지능미래보고서’,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등이 눈에 띄었다. 독서목록을 보면 그는 한없이 청년인 것 같았다. 그는 막무가내로 해묵은 책은 멀리한다. 미래와 소통할 수 있는 인문도서를 가장 즐긴다. 지금 그의 사랑방 서탁에는 독일의 현자로 불리는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가 지은 ‘구십평생 내가 배운 것들’(바다출판사 간)이란 책이 놓여 있다.

그가 세상과 더욱 구체적으로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는 TV도 휴대폰도 아니다. 오직 ‘신문’이다. 24년째 영남일보를 구독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신문 사장을 역임한 그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무료로 우송돼 오는 서울신문, 이렇게 두 종의 신문만 오전에 정독한다. 신문을 읽을 때 그의 눈초리는 평소와 달리 아주 예리해진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런 안광을 갖고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무릎을 칠 만큼 좋은 기사가 나오면 관련 기사를 스크랩한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해당 기자와 필자에게 전화를 건다. 자신의 세거지로 초대해 식사를 하면서 격려와 함께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그에겐 포기할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다.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좌정하자, 그가 직접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차를 끓여 나온다. 그런 뒤 신문 스크랩의 중요함을 무용담처럼 들려준다. 책장의 반 정도는 각종 스크랩북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미분류 뉴스는 가위로 오려낸 뒤 소형 쇼핑백에 보관해 둔다. 그가 구석에 놓아둔 쇼핑백 3개를 갖고 온다. 한 개당 1년치 신문 스크랩 분량.

지난 1일 영남일보 1면 ‘경주 금령총서 5~6세기 혀 내민 말 모양 토기’ 관련 기사도 매우 중요하다 싶어 가위로 오려놓았다. 그걸 기자에게 보여준다. 그는 현재 20권 이상의 스크랩북을 갖고 있다. 거기에 영남일보 주요 기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는 것 같았다.

“지방지를 무시하는 지식인들이 적잖은 것 같습니다. 다들 중앙 일간지만 중시하는데 어르신은 24년째 저희 신문을 장기 구독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송구하다는 기분이 드네요.”

기자의 인사말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그런 말 말아요. 종이신문의 위기예요. 지역지가 백척간두에 서 있어요. 이젠 휴대폰을 통해 뉴스를 보는 시대가 된 건가요. 종이신문 경영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 겁니다. 내가 언론사에 있을 땐 신문이 국민알권리의 마지막 보루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2000년대로 건너오면서 종이신문의 자리가 SNS한테 점령당하고 있는 형국인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래서 나부터라도 사명감 갖고 지방지를 구독하는 겁니다. 다들 분발하세요. 기죽지 말고.”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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