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전각에 숨은 전설의 주인공들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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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2   |  발행일 2019-10-12 제16면   |  수정 2019-10-12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사찰 전각에 숨은 전설의 주인공들
노승대 지음/ 불광출판사/ 512쪽/ 2만8천원

사찰 법당의 현판 옆을 뚫고 고개를 내민 청룡과 황룡은 꼬리가 저쪽 법당 뒤편까지 뻗어 있다. 법당을 달고 날아오를 기세다.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그 옆에는 야차가 힘겨운 표정으로 사찰 지붕을 이고 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불단 아래쪽에서는 가재와 게가 맞서 겨루고 있다. 누가 이겼을까. 또 한쪽 벽에는 신선들이 끼리끼리 모여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무슨 이야기일까.

이 책은 사찰 안의 ‘보물찾기’인 셈이다. 여느 문화재 안내서처럼 전각과 불상 그리고 탑을 쫓아가지 않는다.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야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판 뒤에 몰래 숨겨진 돼지, 사천왕 밑에 깔린 도깨비, 부도 안에 새겨진 전설의 새 가릉빈가, 절 뒤편 은밀한 전각 안에 있는 삼신할미 등. 이렇게 사찰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지만 그 의미는 남다르다. 수천 년 세월을 거치며 ‘정형’을 만들어온 건축이나 회화에 의미 없이 배치된 것이 있을 리 없다.

사자나 용, 코끼리, 가릉빈가처럼 불교 경전에서 유래해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이 땅의 사찰에까지 흘러들어온 동물과 전설 속 주인공도 있다. 호랑이나 도깨비, 삼신할미처럼 우리민족 고유의 신앙이 이 땅에 들어온 불교와 습합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자리 잡은 것도 있다.

유교나 도교의 영향에 의해서 자리 잡은 매란국죽이나 신선들의 모습도 인상적이고, 민화의 바람을 타고 들어온 게나 포도 그리고 토끼와 거북 같은 벽화도 흥미롭다. 돼지처럼 화재를 막아달라는 바람 때문에 절집에 보초를 서고 있는 동물도 있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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