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대화퇴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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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2   |  발행일 2019-10-12 제23면   |  수정 2019-10-12

포항 등 경북동해안 어민들이 예의주시해야 할 뉴스가 최근 보도됐다. 동해의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대화퇴(大和堆)에서 북한과 일본이 벌이고 있는 어업분쟁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7일 북한 어선과 일본 어업단속선이 대화퇴 해상에서 충돌, 어선이 침몰하고 북한 승조원 60명이 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후 국내 언론들은 대화퇴에 2~3년 전부터 북한 어선들이 나타나면서 조업을 둘러싸고 양측의 갈등이 심했던 터라 예견된 일이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올들어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했다며 북한어선 500여척을 단속하고, 120여척은 물을 뿌려 쫓아냈다. 이에 북한도 지난 8월 해군 고속정이 소총으로 무장한 채 일본 어업단속선에 접근해 ‘영해’를 의미하는 ‘테리토리얼 워터(territorial water)’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즉시 퇴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는 이유는 대화퇴 어장이 이른바 황금어장이기 때문이다. 동해 중앙부에 펼쳐진 대화퇴는 106만㎢ 정도이며, 평균 수심이 300~500m로 얕은 바다다. 이 때문에 퇴적물이 쌓이고 심층수와 표층수가 뒤섞여 식물성과 동물성 플랑크톤이 풍부하다. 그래서 매년 오징어·꽁치·방어·연어·돌돔·해삼·게 등이 많이 잡힌다. 독도에서 북동쪽으로 약 380㎞,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서쪽으로 약 300~400㎞ 떨어진 대화퇴 대부분은 일본의 EEZ에 속하지만 한·일 공동 관리어장이어서 한국어선도 조업할 수 있다. 기름값과 인건비 등 출어경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어획량이 많아 수익이 높은 어장이다.

대화퇴는 북한, 러시아 해역과도 가까운 데다 최근에는 북한과 어로협정을 맺은 중국 어선들까지 출항하면서 조업경쟁이 치열해졌다. 동해쪽 항구가 없는 중국이 북한에서 조업권까지 사들인 상황이다. 최근 중국 대형 어선들이 서해와 남해를 지나 동해의 대화퇴 어장까지 몰려와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어 남·북한 및 일본간 어업권 분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20일 발생한 한·일 ‘초계기 갈등’과 지난 2일 북한이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떨어진 곳도 대화퇴 인근 해역이다. 남·북한과 러시아·중국·일본이 어업권을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대화퇴가 ‘동북아의 화약고’로 변모한 듯해 걱정이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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