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권력투쟁의 도구가 돼버린 검찰개혁론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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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4   |  발행일 2019-10-14 제30면   |  수정 2020-09-08
조국 행보 놓고 맞대응 집회
수십만 국민 아전인수 동원
역대 정권의 과제 검찰개혁
제도적 변화와 인사로 해결
왜곡되거나 좌초되지 않길
[아침을 열며] 권력투쟁의 도구가 돼버린 검찰개혁론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수십만의 시민들이 상반된 주장을 내걸고 맞대응하는 대규모 집회가 벌어지는 초유의 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에 대한 절실한 마음이 국민의 뜻이라고 했다. 이에 검찰, 법무부도 검찰개혁안을 내놨다. 일요일에는 당정청이 모여 법무부가 발표한 개혁안의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행정적인 조치로 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의견을 수렴하고 보완해 결정하면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 개인에 대한 성토가 아니라면, 이제 검찰을 향한 집회 명분은 상당부분 해소된다.

대규모 집회에서 검찰개혁 구호가 나오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쟁점은 조국 장관의 진퇴와 수사를 둘러싼 상반된 견해였다. 물론 조국 장관의 행보나 관련 수사가 검찰개혁과 무관하지는 않다. 그러나 한 쪽은 조국 장관 수호가 검찰개혁이라고 보는가 하면, 다른 쪽은 정반대로 조국 장관의 퇴진이 검찰 개혁의 시작이라고 주장해왔다. 윤석열 총장 체제의 수사행태에 대해서도 개혁의 당위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적폐라는 쪽이 있는가 하면, 다른 쪽은 오히려 그런 비판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정권의 정치개입이라고 맞서고 있다. 조국 장관의 행보와 윤석열 총장체제의 검찰수사가 현실적인 쟁점이다. 여기에 검찰개혁 구호가 아전인수로 동원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개혁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공감해 왔다. 법치보다는 권력의 도구가 돼 온 검찰, 견제 장치가 없는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은 늘 개혁 과제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권력기관 개혁의 대표적인 과제로 검찰개혁을 말했고, 개혁 방안으로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공약으로까지 내세웠다. 조국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이 과제에 집중해 지난해 1월14일 검찰개혁안을 최종 발표했다. 내용에 관해 논란들이 있었지만, 역시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 법무부 탈검찰화를 위한 조치로 이미 법무부 주요 보직에 비검사 출신을 임명했고, 적폐청산 작업은 계속할 거라고 했다. 이후 적폐청산 작업은 과거사위원회 활동과 윤석열 총장 중심의 인사 개편을 통해 어느 정도 완수했다.

사실상 문재인정부의 핵심적인 검찰개혁은 국회입법과 그 후속조치만 남은 셈이었다. 조국 장관도 민정수석 재임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조국 장관을 임명하면서 같은 취지로 말했다. “대통령과 권력기관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개혁에 있어서는 많은 성과가 있었음을 국민께서 인정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을 법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일입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조국 장관 수사가 쟁점이 되면서 다시 검찰 내부의 개혁과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조국 장관 수사의 현실을 보면서 내부 검찰 개혁의 문제들이 새삼 부각된다고 볼 수도 있고, 조국을 호위하려는 검찰 압박 구호로 쓰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특수부 축소와 검찰의 직접수사 최소화, 공개소환 금지, 피의사실 공표 금지와 공보관제 도입 등 피의자 인권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검찰의 자의적 권한 행사 여지를 줄이는 방향이다. 사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이 바로 이런 검찰개혁 취지를 반영하고 있다. 물론 최종 입법 과정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특히 한국당 등이 반대하고 있다. 이번 법무부가 발표한 개혁안을 두고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조국 장관 수사를 압박하려고 검찰 기능 자체를 난도질 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조국 장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검찰개혁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검찰 개혁의 제도적인 선택은 국회와 정부에 달려 있다. 물론 그동안의 적폐라 할 수 있는 검찰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는 검찰 스스로의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 또한 제도적 변화와 인사정책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개혁이다. 국회의 입법은 이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 같다. 정부와 법무부가 결정해 조치할 수 있는 검찰 내부의 개혁도 국회의 입법 조치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역대 정권에 걸친 과제였던 검찰개혁이 권력투쟁의 도구가 돼 왜곡되거나 좌초되지 않길 바란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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