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휴(休)테크

  • 김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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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4   |  발행일 2019-10-14 제31면   |  수정 2019-10-14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일과 가정의 균형이라는 이상이 실현될지 관심이다. 당장 전자와 반도체 등 집중근무 산업계에선 생산성을 저하시킨다고 아우성이다. 야근수당을 청구할 수 없어 줄어든 월급을 알바로 보충한다는 불만이 있다. 내년부턴 50~299인 기업에도 적용되는 만큼, 정부는 이달 안에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책을 발표한다. 전면 시행을 연기하거나 단계적 시행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반면 주 52시간 근무제에 긍정적인 반응도 많다. 일찍 집에 들어와 아이와 놀거나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할 수 있고, 영화와 독서 등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잘 쉬고 있을까. 많은 사람은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도 어떻게 쉬어야 할지 알지 못한다. 오랫동안 일벌레로 살아온 한국인들은 짬을 내어 긴장을 풀고 재충전하는 것이 일보다 어렵다고 호소한다.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와 정신 에너지가 소진되어 피로와 무기력증에 빠지는 번아웃 신드롬(Burnout Syndrome)은 쉬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생긴다. 번아웃을 방치하면 돌연사 등의 비상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쉬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임마누엘 칸트는 “노동 뒤의 휴식이야말로 가장 편안하고 순수한 기쁨”이라고 했다.

훌륭한 휴식은 창의성을 높인다. 영감이 샘솟아나 난제도 술술 풀리게 한다. 마이크로 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은 일 년에 두 번씩 호숫가 근처의 작은 별장에서 일주일간 은둔하면서 혼자 휴식을 취한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른바 이 ‘생각주간’에서 나온다고 한다. 진정한 휴식은 혼란스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이 삶의 방향을 재조정하는 행위다. 전문가들은 일과 삶의 조화(Work-Life Balance)야말로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을 동시에 가져다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제대로 잘 쉬기 위해서는 재생과 성장, 회복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킬 것을 권한다.

식사나 놀이 땐 현재의 상황에만 집중하고, 산책이나 차 한 잔의 여유 등 온전한 자기시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 그러면 부교감신경이 작동하여 심장박동과 혈압, 근육이 이완된다. 쉬려고 스케줄을 짜는 행위는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방하착(放下着, (마음을) 내려놓아라)하란 말이 있다. 내려놓으면 모든 게 편안해지고, 오히려 새로움이 돋아날 수 있다. 진정한 일과 삶의 조화를 위해선 휴식도 연습이 필요하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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