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발달장애인의 특별한 전시회…“홀로서기 시작합니다”

  • 글·사진=최미희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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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30   |  발행일 2019-10-30 제13면   |  수정 2019-10-30
12년간 미술치료받은 김려주씨
아홉살때부터 그려온 30점 선보여
대화 어려워 그림으로 생각 표현
21세 발달장애인의 특별한 전시회…“홀로서기 시작합니다”
김려주씨(왼쪽)와 박혜진 청아교육상담소장이 전시회에 전시될 작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김려주가 소녀에서 숙녀로 홀로서기를 시작합니다.’

발달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미술치료를 받은 지 12년째. 9세이던 소녀가 21세의 숙녀가 된 지금, 그녀는 자신이 그린 그림의 전시회를 여는 것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11월1일부터 30일까지 대구시 남구 봉덕동 테리갤러리에서 김려주씨(21·대구 달서구 용산동)의 ‘소녀에서 숙녀로 홀로서기 전(展)’이 열린다. 아주 특별한 이 전시회에는 미술치료를 시작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20세가 될 때까지 그녀가 그렸던 30점의 그림, 그림일기 그리고 수업했던 스케치북이 전시될 예정이다.

그림그리기와 무용을 좋아하는 려주씨. 그녀는 4세 때 발달장애 진단(지적장애·자폐증)을 받았다. 진단을 받기 전까지 그녀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말이 좀 늦을 뿐, 잘 먹고 잘 노는 아이였다. 체격이 보통 아이들보다 컸기에 “체중때문에 조금 천천히 걷나보다”라고 어머니 이윤정씨(52)는 생각했다. 그러던 중 말이 늦으니 언어치료를 받아보라는 지인의 권유에 발달검사를 했고, 그때 자폐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이씨와 남편은 딸의 장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씨는 딸의 그림자가 됐다. 이씨는 예쁜 딸로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했다.

려주씨는 초등학교는 일반학교를 다니고 중·고등학교는 특수학교를 다녔다. 작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씨는 딸을 키우면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교육받는 게 맞다고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야 장애학생은 사회 적응력을 키우고, 비장애학생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한편 이해와 배려심을 기를 수 있다고 봤다.

려주씨는 초등학교 2학년이던 2007년 보건복지부 바우처사업으로 미술치료를 시작했다. 그때 려주씨를 가르친 사람은 박혜진 청아교육상담소장이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청아교육상담소가 이번 전시회를 후원한다. 대화로 소통하기 어려운 려주씨는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했다. 이로 인해 어머니는 딸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려주씨는 무용도 좋아한다. 그래서 현재 한국무용을 배우고 있고, 공연도 한다. 이씨도 딸 때문에 미술과 무용에 관심을 갖게 됐다. 딸은 엄마가 세상을 보다 넓게 볼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존재다.

미술치료를 하기 전에는 려주씨가 미술에 관심이 있는지 엄마도 몰랐다. 시간이 지나자 려주씨가 미술에 흥미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려주씨가 주제를 갖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은 밝고, 함께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따뜻하고 안정감있는 색감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마치 동화책 속에 있는 듯하다.

이씨는 딸의 미래와 관련, “려주가 좋아하는 미술과 무용을 꾸준히 하고, 직업과 연결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혜진 소장은 “9세에 만난 려주가 이제 21세 성인이 돼, 홀로서기의 출발점에 서 있다”며 “발달장애인이 자립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자립한 이들도 많다. 어머니의 바람처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려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려주씨와는 충분한 의사소통이 어려워, 이씨와 박 소장을 취재해 기사를 작성했다.

글·사진=최미희 시민기자 sopi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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