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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한국문학] 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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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21


문상객이 상주를 위로할 때

답례하지 않는 게 기본예절

기왕에 하려면 예법에 맞게

제대로 알고 바르게 사용해

언어 문화도 호상이었으면

김덕호 경북대 국어 국문학과 교수
날씨가 추워지니 문상(問喪)을 갈 일이 부쩍 많아진다. 얼마 전 지인의 부친상을 다녀 온 적이 있다. 선대인(先大人)의 연세가 여든여덟이었고, 중병으로 병원 신세를 크게 진 적도 없다고 했다. 소위 호상(好喪)이라고 할 만 했다. 문상객을 대접하는 자리에 상주가 잠시 인사하러 왔다. 그런데 옆 탁자에서 호상이라는 말이 잠깐 흘러나오자 상주의 얼굴이 다소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고인이 고령이었으니 얼마 전만 해도 호상이라는 말을 들을 만도 했다. 통상 호상이라는 말은 돌아가신 분이 천수(天壽)를 다한 경우에 문상객끼리 할 수 있는 표현이고, 상주에게는 직접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표준언어예절’(국립국어원, 2011)에 나와 있다. 그런데 백세 시대를 맞이하는 요즈음은 여든여덟이라면 호상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조금 아쉬운 감도 있을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문상하러 갔을 때 위로의 말이나 상주의 답례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보편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에서 상례(喪禮)는 중요한 관혼상제(冠婚喪祭) 중의 하나이다. 특히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의 상사(喪事)에 관한 예법에는 상례의 진행 절차와 사용 말이 아주 섬세하게 구분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사람들은 문상을 가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아서 망설인다고 했다. 이런 언어 예법에 대한 기준도 ‘표준언어예절’에 잘 나와 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상은 고인에게 예를 올리고 유족을 위로하는 일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이 말도 구분해서 사용했다. 문상과 관련된 말 중에 조문(弔問) 혹은 조상(弔喪)이 있고, 조위(弔慰) 혹은 위문(慰問)이라는 용어도 있다. 조문은 ‘상주에게 위로 인사를 하는 것’을 뜻하는데, 조문·조상은 부모상이나 승조상(承重喪, 상주가 고인의 손주인 경우), 남편상에만 쓸 수 있고, 조위·위문은 부인상, 형제상, 자녀상 그리고 승조상이 아닌 조부모상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모든 경우에 문상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문상객은 상주를 위로하는 말을 구분하여 사용했다. 부친상에는 “대고(大故) 말씀을 무어라 여쭙겠습니까”, 모친상에는 “상사 말씀을 무어라 여쭙겠습니까”, 남편상에는 “천붕지통(天崩之痛)이 얼마나 크십니까”, 부인상에는 “고분지통(叩盆之痛)이 오죽하겠습니까”, 형제상에는 “할반지통(割半之痛)이 얼마나 크십니까”, 자식상에는 “서하지통(西河之痛) 혹은 참척(慘慽)으로 얼마나 황망하십니까”로 구분하여 조문(弔問)을 전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보통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얼마나 슬프십니까”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부모상에서 상주가 나이가 좀 든 분이라면 “얼마나 망극(罔極)하십니까”를 사용하는 편이 좋다고 한다. 상주의 입장은 죄인이므로 답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 전통 예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말을 해야 한다면 “고맙습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올릴 말씀이 없습니다” 등으로 답례를 표하면 된다.

그런데 ‘표준언어예절’에는 어느 경우이든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인사만 하는 것이 기본예절이라고 되어 있다. 만약 현재 기본예절을 따라서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전통적인 상례의 말은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위로가 절실한 자리에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도 너무 아쉬우니 예법에 맞는 말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기왕에 위로의 말을 하려면 말뜻을 제대로 알고 바르게 사용하는 편이 좋겠다.

한 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예절 언어는 중요한 언어문화 자원이다. 그런데 이런 말들도 사용하지 않으면 곧 소멸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 전통의 문화와 풍습을 담고 있는 말들이 수명을 다하여 다른 말과 자리바꿈을 할 때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말하자면,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말들이 없어지는 것도 호상(好喪)이었으면 한다.김덕호 경북대 국어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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