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정의 감각수업]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수단 ‘촉감’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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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9   |  발행일 2019-11-29 제39면   |  수정 2020-09-08
고객과 제품의 친밀한 스킨십으로 거리를 좁혀라
[노희정의 감각수업]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수단 ‘촉감’

한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달콤한 드라마가 있었다. ‘별에서 온 그대’이다. 드라마 속의 어느 날 외계에서 온 대학강사 도민준(김수현 분)은 ‘스킨십의 심리학’을 강의했다. 도민준이 정리한 스킨십의 정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호 피부 접촉에 의한 애정의 교류’였다.

스킨십은 사랑을 만들어가는 연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촉매제다. 드라마 속 도민준도 스킨십이 연인들에게 어떤 효과를 주는지 적었다.

‘연인 사이의 사랑을 확인시켜 준다’ ‘사랑의 친밀도가 높아진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채울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친해진다는 것은 ‘거리’가 좁혀진다는 의미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다정한 스킨십은 행복 호르몬 옥시토신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긴장을 이완시키고 애착과 신뢰감을 갖게 하여 인간적인 결속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고객과 제품도 그렇다. 거리를 좁히고 친밀한 스킨십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친숙한 물건’이 되고 구매까지 이어진다.

[노희정의 감각수업]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수단 ‘촉감’

촉감적인 요소는 또한 주변 상황과도 매치가 되어야 한다. 언젠가 속옷을 파는 매장에 컨설팅을 나갔다. 초여름이라 여름 시즌 장사가 한창이었다. 가판대 위의 속옷을 들었는데 더운 날씨와 조명으로 제품이 뜨거웠다. 매장의 홍보 문구는 온통 ‘시원한 속옷 팝니다’인데 막상 손에 느껴지는 제품의 촉감은 뜨거웠다. 촉감의 상황과 홍보가 완전 달랐다.

점주를 설득해 드라이아이스 팩을 구매했다. 드라이아이스 팩을 비닐로 감싼 다음 제품 사이에 듬성듬성 넣었다. 잠시 후 홍보 문구 그대로 시원한 속옷이 가판대에 놓여졌다. 그날 바로 사장님께 피드백이 왔다.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고.

매장의 유형마다 고객의 손이 닿는 부분은 각기 다르다. 고객의 입장으로 그 부분들을 직접 접촉해보자. 내가 하는 게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고급 브랜드 매장처럼 고객의 동선까지 데이터화할 필요는 없겠지만 고객이 느끼는 촉감과 감정은 함께 느껴야 한다. 촉감 마케팅은 지금 매장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실마리도 제공해준다. 인터넷 쇼핑몰 제품 후기 게시판에는 모델이 입었을 때와 자신이 입었을 때의 차이를 사진으로 올려놓는다. 모델이 입었을 때는 핏도 예쁘고 화려하지만 자신이 입으면 초라한 모습이다. 인터넷 쇼핑몰은 이런 차이를 방지하기 위해 모델의 키나 몸무게를 공개하기도 하고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 고객이 사용하는 것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매장의 등장으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사진과 실제의 제품 사이의 미스매치나 윈도쇼핑의 즐거움을 생각하면 오프라인 매장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되면서 고객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최근 유통업계도 ‘스킨십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자사의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소비자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화장품을 직접 사용해보게 하기도 하고, 직접 식품을 먹어보게도 한다.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업체도 있다. 헤어 전문 브랜드 로레알 프로페셔널 파리는 미용실에서 염색이나 펌을 하기 전에 가상으로 다양한 스타일링을 체험해볼 수 있는 디지털 기기 ‘스타일링 미러’를 론칭했다.

스타일링 미러는 본인의 얼굴을 촬영한 후 자신이 원하는 헤어 컬러나 스타일을 적용한 모습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다. 가상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도 있고, SNS로 친구들과 공유도 할 수 있다. 또 헤어 트렌드나 미용실의 다양한 이벤트, 할인혜택 등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되어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전해준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각이 촉각이라고 한다. 어쩌면 사람은 촉각 덕분에 자신이 살아있다는,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는지도 모른다. 스킨십이 마케팅에 꼭 필요한 이유다.

아이엠 대표·계명문화대 패션마케팅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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