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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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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선한 기부
기부(寄附·donation)는 자선사업이나 공공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돈·물품·재능 등을 대가 없이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려는 인간의 행위 중 상당히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로 여겨진다. 흔히 '착한 부자'는 드물다고 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정신적·물질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특히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들 가운데 유난히 기부를 많이 하는 스타들이 제법 있다. 그들의 기부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선순환 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연예인 기부천사의 원조 격인 원로가수 하춘화의 기부액은 데뷔 이후 50년이 넘은 지금까지 2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수 김장훈, 농구스타 출신 방송인 서장훈, 가수 겸 배우인 장나라 등도 100억원이 넘고, '가왕' 조용필과 방송인 유재석, 션·정혜영 부부, 아이유, 김연아 등도 총 50억원 이상의 기부를 꾸준히 실천 중인 연예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부는 팬들까지 합세, 의미와 가치를 돋보이게 만들기도 한다.이런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오는 7월부터 백화점·마트 상품권이나 네이버 등 각종 온라인 포인트의 기부를 가능토록 하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부금품의 범위 확대와 새로운 거래 유형 추가를 통해 기부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다. 스마트폰이나 각종 전자기기가 활성화되기 이전에 제정된 관련법에 시대 흐름이 대폭 반영된 만큼 기부행위는 보다 자유롭고 편리해질 전망이다. 장준영 논설위원
[논설위원의 직터뷰] 김위상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 "늘 그랬던 것처럼, 이달말 입성하는 여의도서도 화두는 노사 상생"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노동을 먼저 해야 했다. 먹고사는 문제만큼 직접적이고 살벌한 위협은 없었다. 경북 북부 오지마을에서 태어난 꼬맹이는 찢어지게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식모살이 떠나는 모친과 함께 서울에 도착, 신문팔이·껌팔이·구두닦이 등을 닥치는 대로 해봤다. 그토록 몸부림을 쳤지만 야속하게도 형편은 크게 나아지지도, 달라지지도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긴 터널에서 그를 지탱해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당장의 밥이 아닌, 배움에 대한 갈망이었다. 머리를 쓰는 만큼 수입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길거리에서 깨우치며 더욱 간절해졌다. 초·중·고교 졸업장이 없는 상태로 향학열을 불태운 그는 꽤 늦은 나이에 대학졸업장에 이어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끈기를 보여줬다. 학업과 생계를 위해 고정적인 수입원이 절실했던 시절, 우연한 기회에 택시 핸들을 잡게 됐고, 이는 훗날 그의 인생을 노동운동이라는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젠 30년 이상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노동자·기업·지역사회 간 상생을 위한 정치인의 삶을 준비 중이다.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66·국민의힘)의 이야기다.청송서 2남3녀중 넷째로 태어나식모살이 모친 따라 서울로 가초교도 못 다니며 신문배달 등하지만 고달픔만 더하는 현실대구로 와선 학비 없어 中 자퇴그렇게 10대 후반 산업현장으로직조공장서 만난 동갑내기 아내"지금의 김위상 있게 한 고마운 이"89년 택시 핸들잡고 노조 일 인연위원장 당선후 해고 등 우여곡절12년째 한노총 대구본부의장직2014년 노사정 대타협 선언대회30여년 이룬 일 중 가장 기억남아이젠 현장경험 바탕 정치인의 삶"대구경북 경쟁력 강화에도 전력"◆지지리도 가난했던 유년시절…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산 좋고 물 좋은 청송군 주왕산면(옛 부동면) 라리. 얼음골이 지척에 있는 이곳이 김 당선인의 고향이다. 2남3녀 중 넷째인 그는 가난과 함께 아픈 가족사를 겪으며 성장했다. 그리 크지 않은 남의 논밭을 경작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호구지책이었기에 쑥이나 칡뿌리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일이 다반사였다. 형님은 큰 집에 양자로 갔고, 초등학교 5학년 때 고향을 등지고 모친 따라 서울로 갔다. 축대 사이 공간에 천막을 치고 동대문시장에서 파지나 쓰레기 등을 가져와 땔감으로 썼다. 1년 뒤 부친까지 서울로 합류했으나 생활이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도 할 수 있는 뭔가를 해야 했다. 본능이었다. 처음 시작한 신문배달을 통해 잔지판매가 훨씬 남는 장사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배달구역을 확대하면서 잔지발생량을 늘렸다. 이후 다방이나 경양식집 등지를 돌며 껌을 팔았고 구두닦이 등 수입이 생기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뼈 빠지게 고생한 보람은커녕 고달픔만 더해가는 현실을 원망했다. 굳이 서울에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고향과 가까운 대구로 내려왔다. 초등학교도 옳게 못 다닌 아들이 늘 짠했던 모친은 중학교 졸업장이라도 쥐여주고 싶은 마음에 또래들보다 3살이 더 많은 그를 경신중학교에 입학시켰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공납금을 제때 내지 못해 결국 자퇴를 하게 된다.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수많은 좌절이 그의 앞을 막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배움에 대한 열정과 성공에 대한 동경은 더욱 커져만 갔다. 쓰리고 아팠던 청소년기의 기억과 경험은 그의 인생에서 불굴의 의지와 강한 추진력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예기치 못했던 수많은 터닝포인트… 시련이 그를 키웠다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그는 10대 후반에 산업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직조공장과 비닐공장 등지를 다니며 생계를 꾸리던 20대 초반, 친척 소개로 동갑내기 부인 강숙희씨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보금자리가 코딱지만 한 월세방이었지만 심리적 안정은 컸고, 미미하게나마 그때부터 쪼들림의 강도는 약해지기 시작했다. 의성 안계 출신으로, 직조공장을 함께 다닌 부인은 대구시 달서구 감삼동에서 20여 년 전에 차린 자그마한 과일가게를 지금까지 하고 있다. "부인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김위상도 없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그에겐 너무나 고마운 사람이다.1989년 11월 그는 택시와 인연을 맺었다. 공장보다 보수가 좋다는 게 유일한 이유였다. 2년이 흘렀을 즈음, 시간적 여유가 조금이라도 더 있어 보여 틈틈이 책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노동조합 총무를 맡았고 갑작스러운 노조위원장의 유고로 떠밀리다시피 92년 10월 위원장 선거에 출마, 당선이 된다.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고 정당한 노동가치를 인정받으려는 그의 노력에 회사 측은 해고로 대응했다. 조합원들의 노력 덕분에 복직을 하게 됐고 이는 노동운동에 전념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3수 끝에 2003년 전국운수서비스산업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 의장이 되면서 활동반경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반대세력의 투서와 진정으로 6개월간 수사를 받았고 1년 조금 넘게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전임 집행부의 문제로 촉발된 사건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상했지만, 사건 전개과정과 그의 진심을 잘 아는 대부분 조합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차기 선거에서 옥중당선되는 특이한 이력을 남기기도 했다. 2006년 10월 교정의 날 모범수로 출소하던 날, 교도소 문 앞까지 대규모로 찾아와 축하해준 동료들의 고마움에 울컥한 그는 '직책을 맡고 있는 이상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된다. 그는 2013년부터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그가 외치는 노동운동의 가치는 상생… 국회에서도 '쫄지' 않겠다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서 그의 생각은 많아졌다. 어깨도 훨씬 무거워졌다. 30년 이상 현장을 다니며 파악한 현실과 경험을 어떻게 국회에서 녹여낼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보편적 권익을 향상하고 보장·보호하는데 여·야가 따로 없고 보수와 진보가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노와 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폭넓게 보면 지역사회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그는 2014년 전국 광역단체 중 처음으로 개최한 '대구지역 노사정 평화 대타협 선언대회'를 지금껏 이뤄온 일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사 간 갈등과 대립을 넘어 상생하면서 지역경제 발전에 힘을 모으자는 취지였다. 일부 강성 조합원들의 반대와 비판이 없진 않았으나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대구가 안정적인 노사관계 모범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그는 대구에서의 사례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픈 바람을 갖고 있다. 노사의 극한 대립으로 적지 않은 직·간접적 갈등비용을 지불해 온 케이스는 차고 넘친다. 노사 상생을 위한 전국 최초의 소통 및 교육 공간인 '노사 평화의 전당' 건립과 청년교육 및 취업을 위한 한국노총 인적자원전문학교 설립 등은 그의 소신과 의지를 짐작할 수 있는 결과물인 셈이다. 이달 말 여의도 입성이 예정된 그는 "늘 그랬던 것처럼 노사 상생이 화두다. 국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은 정해졌고 방법론만 남았다. 특히 중소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은 대구경북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찾는 데 미력한 힘이나마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장준영 논설위원 changcy@yeongnam.com22대 총선에서 국회의원(비례대표)에 당선된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은 노사 화합과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사설] 저출산 극복은 국가적 과제…경북도 선제적 대응에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방침을 밝힌 것은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럽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시급히 대처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출산 문제와 관련, 공격적이고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변변한 효과를 내지 못한 난제인 만큼 정책과 사회분위기 조성이라는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이에 앞서 '저출생과의 전쟁'에 나선 경북도의 선제적 대응에 주목한다. 지방소멸 위기를 절감하고 있는 경북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정책일지도 모른다. 경북도는 추경을 통해 단일 분야 역대 최고 수준인 1천100억원(도비 541억원)의 관련예산을 세웠다. '행복 출산' '완전 돌봄' '안심 주거' 등 6개 분야 100대 과제에 투입된다. 시·군의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매칭 비율도 3대 7에서 5대 5로 조정했다. 저출산 극복에 경북도가 앞장서면서 사회적 분위기 확산에도 선봉에 나서겠다는 것이 이철우 도지사의 소신이다.사안의 심각성에 공감한 경북지역 개인 및 단체의 저출산 극복 성금 릴레이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경북도의 사업 취지에 공감한 전 도의원이 3천만원을 쾌척하는 등 지난 3월 이후 기탁된 성금총액은 2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해온 일방적인 퍼주기식 예산집행의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사실은 분명한 팩트다. 그래서 수도권 집중 등 저출산 원인을 철저히 파악한 다음, 적재적소의 예산 투입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맞물려야 바람직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월요칼럼] 이제 더 이상 낭만 政客(정객)은 없는가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정치사의 주류는 단연 '3김'(金)이었다. 서슬 시퍼렇던 군사정권 시절부터 민주화 시대에 이어 국민의 정부에 이르는 동안 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거물 정치인 3명의 존재감과 발자취는 매우 컸다. 육사를 졸업하고 초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JP와는 달리 YS와 DJ는 민주화 투사 출신으로 약간 결이 달랐다. 닮은 듯 다른 부분이 많았던 이들 둘은 14대 대통령과 15대 대통령을 차례로 역임하면서 정객(政客)의 대미를 장식했다. 젊은 시절부터 정치를 시작했고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소통과 타협을 비롯, 협치·양보·배려 등의 가치를 익히고 실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정치의 기틀을 다졌고 산업화·민주화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부분과 함께 지역감정·보스정치로 망국적인 편가르기 문화의 원죄를 지었다는 부정적인 면까지 공과(功過)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그러나 납치·단식·감금 등 살벌하고 치열했던 세월에 부대끼면서도 이런저런 일화와 야사가 전해지고 있음은 싸울 때 싸우더라도 여유와 낭만을 잃지 않았다는 방증이다.사전은 정객을 '직업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풀이한다. 요즘 흔히 말하는 팬덤 정치에 기반한 정치꾼들과는 뉘앙스가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소신과 철학, 의지와 비전이 있다. 권력을 잡아 뜻을 펼치겠다는 궁극의 목표는 유사하나, 기본적으로 양심과 체면, 도덕과 윤리를 기반으로 국가와 국민을 항상 염두에 둔다. 비겁하지도, 졸렬하지도 않으며 천박한 두 얼굴의 '내로남불'도 없다. 이리저리 치이면서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온 내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당당하다.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듣보잡'과는 질적 차이가 확연하다. 사리사욕에 젖어 권력을 탐하고픈 인성·함량 미달의 인물이 정치를 하게 되면 국민들에겐 재앙이고 역사에는 죄를 짓는 일일 것이다. 정객의 품위는 정치꾼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얻을 수도, 가질 수도 없는 어나더 레벨이다. '정치DNA'가 다르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소 미화된 부분이 없진 않겠으나, 돌이켜보면 그 시절 정치는 간결하고 담백했다. 뭣 때문에 원수처럼 싸우는지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요즘 정치판과는 달랐다. 밀고 당기고 주고받을 줄 아는, 사람 사는 세상의 한 범주였다. 당연히 나름의 룰이 있었고 넘지 말아야 할 선도 존재했다. 꼼수도, 막말도, 혹세무민도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다. 대들보가 낀 제 눈으로 남의 티끌을 찾아 선동하는 위선적인 정치꾼들이 발붙이기 힘든 구조였다. 유감스럽게도, '3김 시대' 이후부터 근본 없는 정치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듯 유난을 떨고 득세하고 있다. 어쩌면 '3김 시대'의 폐해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보스정치가 오히려 더 나쁜 쪽으로 활성화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올곧은 지도자의 강한 리더십이라면 오히려 장점이다. 그러나 국가나 국민을 위해야 할 정치인의 충성맹세가 보스를 향한다면 배지를 달고 있어도 그냥 행동대원에 불과하다. 선명성 경쟁에만 매몰된 행동대원들을 합리적으로 통제하고 설득시키며 타협과 상생을 실천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도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정치적 여유와 낭만은 그 과정에서 생겨난다. 그래야 새로운 정객의 탄생도 기대할 수 있다.장준영 논설위원장준영 논설위원
[자유성] 테이블오더
식당 한 편에 자리 잡고 보니 식탁엔 태블릿 하나만 덩그러니 설치돼 있다. 들어설 때 '어서오세요'라는 응대는 받았지만, 그다음 차례인 '뭘 드시겠습니까'가 없다. 마냥 기다리거나 불편한 기색으로 종업원을 부른다면 테이블오더가 처음이거나 아직 낯선 사람이다. 음식 사진과 가격이 포함된 태블릿 화면을 통해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결제는 업소에 따라 선불일 수도, 후불일 수도 있다. 만약 선불로 주문한 음식을 로봇이 서빙한다면 식당 관계자들과는 어떤 접촉도 없이 식당 문을 나설 수도 있다. 디지털 세상의 편리함이 확산되면서 테이블오더를 채택하는 음식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손님과 업주 모두에게 편리하고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강하게 어필되고 있는 상황이다. 종업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뭘 먹을지 눈치 아닌 눈치를 보며 고민할 필요도 없다. 주문한 메뉴의 수량과 가격 확인도 그 자리서 가능하다. 주문내역이 실시간으로 주방에 전달되기 때문에 조리 및 서빙시간 단축 역시 매력적이다. 업주 입장에서는 인건비 절감도 상당한 메리트다. 편리성·정확성·효율성으로 무장한 테이블오더는 지역에 따라 올해 관광서비스 시설환경 개선사업에도 포함돼 일부 지원이 가능해질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대면접촉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정(情)과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단골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태블릿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주문 실수 등을 걸러 줄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장준영 논설위원
[사설] 한시가 급한 고준위방폐물법 처리…21대 국회의 책무다
고준위특별법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내용을 세부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법이다. 2013년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시행 및 대(對)정부 권고안 제출을 시작으로 법안 통과의 필요성과 시급함이 줄곧 제기돼 왔지만 1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논의만 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원전은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습식저장조가 순차적 포화상태로 접어든다. 제때 방폐장이 건설되지 않으면 원전 가동이 정지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방폐장 건설에는 3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21대 국회의 생명이 한 달 남았다. 지난 4년간 당리당략에 함몰돼 지저분한 싸움을 이어간 것 말고는 기억나는 성과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준위방폐물법 통과에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어야 하는 이유는 남은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자동폐기된다면 22대 국회에서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층 기울어진 여소야대 지형은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방폐장 건설을 둘러싼 지역과 세대 간 분열과 반목을 정치권이 교묘하게 조장하는 듯한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고준위방폐물법 통과를 위한 여·야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소식이 최근 들리지만 처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여당과 탈(脫)원전 기조인 거대 야당의 시각차가 너무 큰 데다, 야당이 5월 임시국회에서 '채상병특검법' 등 주요 쟁점법안 처리를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미래와 발전이 당리당략보다 후순위로 취급받는 나라여서는 안된다. 웃기는 것은 고준위방폐물법이 여·야 모두 발의한 법안이라는 점이다. 21대 국회가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의원들에게 달려 있다.
[자유성] 소나무재선충병
대표적 침엽수인 소나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가운데 하나다. 좁은 의미로는 한국을 비롯, 동아시아와 러시아 동부에서 자생하는 적송을 가리킨다. 고문서나 고서화 등을 통해 역사에도 자주 등장하고 애국가에도 나올 정도로 친숙하며 지조와 의지를 상징하기도 한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을 만큼 넓은 분포도를 자랑하지만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수십 년째 숙지지 않으면서 국토 곳곳의 소나무가 신음하고 있다.재선충이 소나무를 갉아 먹으면 수분과 양분의 이동통로가 막히게 된다. 솔가지의 초록빛은 적갈색으로 변하며 보통 3개월 이내 시들고 말라 죽는다. 재선충이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1988년 이후 지금까지 크고 작은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2022년까지 잘려 나간 피해목이 1천500만 그루가 넘는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재선충병 유행 극심단계인 대구·포항·밀양 등 6개 지역이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돼 집중 관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산림청은 그동안 소나무재선충병 생태특성 파악과 진단부터 방제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고 단계별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실제로 피해지역 18개 시·군·구가 청정지역으로 전환되기도 했으나 기후변화와 잦은 산불 등으로 인한 확산을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소나무류의 밀도가 높고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종전환을 본격 추진키로 방침을 정했다. 점차 사라지는 소나무가 아쉽고 안타깝긴 하지만 건강한 산림 조성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장준영 논설위원
[자유성] 조용한 퇴사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갈수록 낯설어지고 있다. 웬만하면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세대도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자신의 능력치를 끌어올린 뒤,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를 찾아 떠나는 경우가 흔해졌다. 봉급생활자가 이직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 가운데 연봉과 복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애사심과 충성심은 안정성과 연봉에서 나온다는 말이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불문율처럼 여겨진다.직장인 절반 이상이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를 떠날 마음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눈길을 끈다. 아직 퇴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면서 이른바 '조용한 퇴사'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다.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1천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용한 퇴사'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허리에 해당하는 8~10년차 직장인 57.4%를 비롯, 전체 응답자의 51.7%(매우 그렇다 12.7%, 대체로 그렇다 39%)가 '그런 상태'라고 답했다.특히 응답자의 65% 이상이 동료의 '조용한 퇴사'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면서 응원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자신의 가치를 높인 다음, 현재보다 나은 대우를 받겠다는 의지와 노력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일련의 노력들이 선순환되면 개인과 회사의 긍정적 경쟁을 촉발시키면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에 대한 평판이 평생 따라다니는 만큼 옮길 때 옮기더라도 재직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 장준영 논설위원
[월요칼럼] 51.7㎝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할까, 말까.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는데 이번 꽃은 정말 지지리도 못생겼다. 정치 후진국인 우리나라에서 그 꽃이 예뻐 보였던 기억도 없지만, 제22대 총선은 선거제도와 구도 자체에 심한 회의감까지 들게 만든다. 지역구 의원을 뽑는데 지역 현안은 겉돌고 존재감도 별로 없다. 천체물리에 등장해야 어색하지 않은 '위성'이 정당과 결합해 표를 달라고 떼를 쓴다. 법을 주무르는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으니 닥치고 따르라'는 겁박과 다름없다. 후보자의 능력과 포부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미래보다는 현재와 과거에 포위된 정치판은 수십 년째 견고하다. 자기 눈에 있는 대들보는 애써 감춘 채, 남 눈의 티끌만 찾아내서 갈라치기를 하는 정치가 그렇다.선거제도는 갈수록 난해하다. '정치공학' '선거공학'이란 신조어가 낯설지 않을 정도다. 비례 위성정당은 뭔가. 외형은 거대정당들이 유불리를 철저하고 치밀하게 따진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속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호위무사' 기능에 충실할 것 같은 인물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위성정당은 의원들을 빌려주는 윤리적 문제를 비롯, 거액의 국가 보조금과 그들만의 대표성 등으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가 크다. 역대 최장인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 51.7㎝가 유권자들의 착잡하고 못마땅한 심경을 상징하는 듯하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정당을 바라보는 시각도 귀태(鬼胎)와 구원(救援) 사이일 정도로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분열의 또 다른 기폭제가 될 조짐이 일고 있다.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총선은 지역과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할 의지와 자신이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자기 분수와 능력을 알고 체면이 있는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당연하지만 현실은 항상 이론을 비웃는다. 능력 있고 사람이 참하다 해도 절대 권력을 가진 지도자의 구미에 맞지 않거나 색깔이 일치하지 않으면 거의 꽝이다. 경상도에서는 흔히 쓰는 말이지만, 1992년 발생한 초원복국 사건을 계기로 지금껏 회자되는 레전드가 있다. '우리가 남이가.' 혈연·학연·지연을 아우르는 이 문구는 정치적으로 악용되면서 정치판 자체를 수렁으로 몰고 가는 데 일조했다. 굳이 분칠을 하자면 단합과 화합이고, 빨강 파랑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정치인들이 필요할 때마다 아주 유용하게 써먹는 카드이기도 하다.지난 5~6일 실시된 사전투표가 역대 총선 최고치를 찍은 가운데 본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들은 병역·입시 비리에 연루됐거나 지저분한 구설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병적으로 싫어한다. 소중하고 유의미한 집단지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정서도 팬덤정치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체면도 없고 부끄러움도 없다. '우리가 남이가'의 확장판이다. 재판 중이거나 심지어 수감 중인 정치인이 보란 듯이 복수·탄핵·혐오·학살 등 막말을 쏟아내며 지지를 호소하는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누가 보면 오랑캐와 왜구에 맞섰던 의병이고, 독립운동하다가 핍박받은 애국지사인 줄 착각하겠다. 예로부터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랬다. 망국적인 양극단의 정치가 득세하면서 나라 걱정은 중도층만 한다는 이야기가 확 와닿는다. 좋든 싫든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투표밖에 없다. 장준영 논설위원장준영 논설위원
[자유성] 공공예식장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거나 개성 있는 결혼식 또는 스몰웨딩을 원하는 예비 부부들로부터 한때 관심을 끌었던 공공예식장의 인기가 많이 시들해졌다. 기대했던 것만큼 경제적이지 못한 데다, 이런저런 불편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예식비용이 일반 예식장에 비해 조금 저렴하거나 엇비슷한 데다, 웨딩 전문업체를 끼지 않으면 웨딩플랜·음향·식사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취지는 물론, 운영의 묘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공공예식장 활용은 정부 차원에서 독려했다. 여성가족부는 2016년 11월 서울·부산·대구 등지의 전국 15개소를 '대한민국 작은결혼식 으뜸명소'로 선정, 발표하면서 분위기를 조성했다. 취지가 좋아서 반짝 주목을 받기는 했으나 지금은 15개소 중 절반 정도가 식장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또 기능은 유지하고 있어도 실제 예식이나 문의는 급감했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극히 일부에서 다양한 혜택 제공 등을 통해 장려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별다른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저출산이 국가 차원의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예비 부부의 결혼식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하나의 의미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 가정을 꾸리려는 의지가 명확한 예비 부부가 공공예식장을 활용할 경우, 이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도 별다른 성과가 없는 다른 정책보다 효율성이 클 듯싶다. '탄생 응원 서울 프로젝트'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일부 지자체의 노력이 부럽고 돋보이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장준영 논설위원
[자유성] 과일지도
과일값이 역대급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생산의 문제인지, 유통의 문제인지 콕 집어내기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소비자들이 지갑을 선뜻 열기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별다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사과나 배 등 국민과일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수입 과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지구 온난화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지금은 수입이지만 20~30년이 지나면 국산으로 자리 잡을 과일도 상당수 있다.'과일지도'는 경북 사과·나주 배처럼 유명 생산지와 재배지역을 지도에 표시한 것이다. 1~2년 사이 변화를 느끼거나 인식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10년 단위로 끊어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우리 농업환경에 맞는 '작물별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를 개발하기도 했다. 여기엔 2090년까지 10년 단위로 사과·배·복숭아·포도·단감·감귤 등 6대 과일의 재배 가능지 예측이 담겼다.통계청의 '과수재배 농가 및 면적'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0년 사과재배면적은 2010년에 비해 4천500㏊가 줄었다. 경북 등 주산지의 면적이 크게 줄어든 반면, 강원도는 정선·양구 등지에서 164% 증가했다. 배·복숭아·포도는 2050년 정도까지 재배지가 소폭 늘어났다가 감소하고, 단감과 감귤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앞으로 30~50년 후엔 강원 일부에서만 사과·배·복숭아 등의 재배가 이뤄질 전망이다. 과일지도에서 거의 모든 작물의 재배지 북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장준영 논설위원
[자유성] 맨스플레인
최근 영국 리버풀 인근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여성 프로골퍼가 겪은 황당한 사례가 동영상으로 퍼지면서 1천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골프 강사이기도 한 이 여성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스윙교습 영상을 녹화하던 중 뜻밖의 조언을 듣게 된다. 어떤 남성이 "스윙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나는 골프를 20년 동안 쳤다"며 스윙을 바꿔보라고 요구한 것이다. 다소 무례해 보이는 이런 조언이나 충고를 흔히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고 부른다.'남성(Man)'과 '설명하다(Explain)'의 합성어인 이 말은 2010년 뉴욕타임스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자가 여자에게 권위 있는 태도로 가르치듯 설명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또 여성들이 더 잘 알고 있거나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내용들까지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도 이에 속한다. 물론, 일부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남성에 국한해 일반화했기 때문에 또 다른 성차별 또는 성 대결이라는 비판도 있다. '우먼스플레인'이라는 상대적 합성어가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진심으로 도와주거나 알려주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은 다음의 언행이었으면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자기 의견을 일방적으로 말하고 강요하는 것은 불편하고, 때에 따라서는 폭력적일 수도 있다. 맨스플레인이 남성 우월적 사고에서 비롯됐다고는 하나, 이는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의 문제로 보는 게 합당하다. 좀 아는 척하면서 나대는 사람들은 강호에 고수가 많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장준영 논설위원
[자유성] 연두색 번호판
차량번호판의 숫자나 색깔·글자에는 각종 정보가 담겨 있다. 번호판 개편에 따라 태극 홀로그램과 함께 KOR가 표시된 차량을 기준으로 보면 맨 앞의 숫자 세 자리는 승용차·승합차·화물차·특수차 등을 구분한다. 중간에 있는 글자는 비영업용·영업용(일반·택배·렌터카)과 같은 용도를 나타내며 마지막 네 자리 숫자는 차량 고유번호로 보면 된다. 색깔의 경우,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흰색은 일반 차량이다. 노란색은 영업용이며 하늘색은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에 부착된다. 올해부터는 연두색이 추가됐다. 8천만원이 넘는 고가의 법인차를 신규 또는 변경 등록할 때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연두색 번호판 제도는 고가의 법인 승용차 사적 이용 방지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물론 8천만원을 웃도는 국산 차도 있긴 하지만, 주로 고급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한 뒤 사적인 용도로 활용하고 유류비 등 세제 혜택을 누리는 '꼼수'가 잦다는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지난 1월 말 현재 연두색 번호판을 단 전국의 법인 차는 1천661대였다. 인천이 서울(169대)보다 정확히 2배인 338대로 가장 많았고 부산(307대)과 제주(193대) 순으로 집계됐다. 대구는 104대, 경북은 22대였다. 법인 상당수는 제도 시행에 앞서 지난 연말 고가의 수입차를 서둘러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3년 이후 1월 판매량 가운데 올해가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집계가 뒷받침한다. '연두색 번호판'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하다. 장준영 논설위원
[월요칼럼] 대구경북産 '메기'는 어떨까요
미꾸라지를 운송할 때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는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도망 다니기 바쁘다. 상황이 해제될 때까지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기 때문에 도착해서도 생기를 유지한다. 이를 경영에 접목시킨 것이 흔히 말하는 '메기효과(Catfish Effect)'다. 만만찮은 상대가 출현했을 때 기존 기업들은 경쟁력 유지와 함께 시장에서의 지위를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건전한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이고 득이 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품질 및 서비스 개선이나 가격 인하 등이 그렇다. 담합보다 경쟁이 바람직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특히 해당 분야가 철옹성 같은 구도를 꽤 오래 형성해 왔다면 메기의 등장은 새롭고 신선하다. 업계엔 긴장감을 불어넣고 소비자들에겐 선택지가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정부는 지난해 7월 은행권에 '메기'를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민들이 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는 한편, 은행권 수익구조와 수익활용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다양한 검토를 통해 마련된 방안 가운데 하나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다. 은행업의 핵심은 예금과 대출이다. 전체 은행권 대출·예금의 70% 정도는 전국 영업망을 가진 5대 시중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과점적 구조 아래 코로나로 늘어난 대출 규모를 기반으로 역대 최고의 수익을 달성했고 상당 부분을 성과급이나 배당으로 지급했다. 자본확충·벤처투자 등 미래를 위한 활용이나 국민들께 환원하는 부분이 기대치 이하라는 게 금융당국의 곱지 않은 시각이다. 또 비슷한 금리나 상품을 팔고 있어 국민들이 실질적 경쟁효과를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이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 허용을 공식화한 배경으로 해석된다.이 같은 취지에 화답한 것은 대구은행이다. 현재로선 유일하다. 전국 최초의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은 금융위원회 발표 10여 일 만에 '시중은행 전환 TFT'를 구성할 정도로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은행산업을 언제든지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마땅하고 시대정신에도 부합한다. 이와 관련된 명시적인 규정이 은행법령에 없고 과거 사례도 전무하기 때문에 당국의 심사숙고는 당연하다. 조만간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심사는 엄격·투명하고 철저하게 진행돼야 한다. 다만, 정부가 먼저 방침을 천명하면서 강한 추진 의지를 수차례 보인 만큼 빠른 결론을 내는 것도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가 된다.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대구경북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전국구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자금공급 확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가 실현될뿐 아니라 대구은행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다. 이는 지난해 11~12월 대구상의와 포항상의가 밝힌 입장과도 결을 같이한다. 대구은행 측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본점 이전이나 지역 홀대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최근 제4대 DGB금융그룹 회장으로 내정된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지난해 1월 행장 취임 직후 시중은행 전환 밑그림을 그렸다. 대구경북을 본거지로 하는 '은행권 메기'를 자처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려는 그의 승부수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궁금하다. 장준영 논설위원장준영 논설위원
[자유성] 헬시 플레저 (healthy pleasure)
건강관리를 쉽고 즐겁게 한다는 '헬시 플레저'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열풍에 가까운 수준이다. 예전처럼 이를 악물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고통스럽게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가미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SNS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과정과 변화를 수치와 사진으로 공유하면서 다양한 정보와 에너지를 얻는다. 바람직한 건강습관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 역시 즐거움의 연장 선상이다.다이어트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범답안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면 된다. 매우 간단하지만 실천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절제와 인내를 강요받는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칼로리가 낮은 대체식품에 열광하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선호한다. 관건은 지속가능성이다. 운동이 습관화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통상 '100일의 벽'으로 불릴 정도로 만만찮다.재미를 붙이고 효과를 느끼기 시작하면 즐겁다. 제로 슈가제품을 비롯해 칼로리가 낮은 곤약 떡볶이나 두부면 파스타·단백질 음료 등 식이관리를 돕는 식품이 수요에 반응하고 있다. 탄산음료나 커피 대신 차를 마시는 경우도 이에 속한다. 헬시 플레저에 대비되는 개념인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에 길든 사람들이 아직 많다. 안 좋은 줄 알지만 우선 편하고 자기만족이 크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세대를 막론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헬시 플레저 인구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준영 논설위원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정부, 대학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 속도"
"20일까지 전공의 복귀해야"…전문의 취득 늦어질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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