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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되돌릴 수 없는 의대 증원, 언제까지 의사들만 따로 놀 것인가
이르면 이번 주에 각 의대 증원 규모가 정해지고, 이를 반영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도 확정될 전망이다. 각 대학의 모집 요강이 발표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대학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및 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며 의대생과 교수·전공의 등이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한 서울고법 행정7부의 지난 16일 판결에 기인한 것이다. 의료계는 서울고법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을 진중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판결문은 "의대생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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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국구 된 대구은행, 종국적 목표는 '밸류업'
대구경북을 대표해 온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마침내 전국구 은행인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정례회를 통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영업인가를 최종 의결했다. 이로써 시중은행은 현재 6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1967년 대구 상공인들의 뜻을 모아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대구은행의 야심 찬 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무엇보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첫 케이스여서 한국 금융업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와 함께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빨리는 대한민국 현실을 새삼 반추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축하를 받기에..
[사설] 들개가 되는 반려견, 물건 쓰다가 버리듯 해서야
반려동물 양육 인구 1천500만명 시대다. 이들 가구가 느는 만큼 버려지는 동물도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 해 전국에서 유기되는 반려동물은 13만 마리가량이다. 이 가운데 반려견이 70%를 웃돈다. 유기견의 경우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구조·포획을 위해 출동한 경우가 1천400건으로 전년 대비 24.1% 늘었다. 처음 키울 때야 가족처럼 여기고 애정을 쏟는다. 하지만 나중엔 질병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원거리 관광지 등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인이 장기간 집을 비운 사이 외부로 나가 길을 잃고 유기견 신세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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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시민이 허락하지 않으면 곤란
지자체 공무원의 '점심시간 휴무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는 지난 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를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대구시 구·군 단체장들이 점심시간 휴무제 취지를 시민에게 알리고 제도 안착을 약속했지만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아울러 민원업무 디지털화에 따라 각종 증명서의 온라인 발급이 보편화돼 점심시간 휴무제를 실시해도 시민 불편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공무원노조가 있는 전국 80여 곳 중 60여 곳(지난해 12월 기준)에서 운영 중이다. 대구에서도 지난해 시행을 검토했으나 시민 불편을 이유로 보류됐다. 사실, 자영업자·직장인의 경우 점심시간이 아니고선 민원을 볼 수 없는 형편이다. 고령의 어르신들도 공무원과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 여의치 않다. 여기에다 '공무원은 공복(公僕)'이라는 사회적 기대치도 즉각적인 시행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물론 국민 누구나 점심시간에 소중한 휴식을 취할 권리를 갖고 있다. 공무원도 근로자이기에 예외일 수 없다. 그들의 주장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하지만 시민 불편을 초래하면서까지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대구지역 지자체에 묻고 싶다. 그동안 공무원의 지속적인 요청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는지를. 이는 전면시행이 어렵다면 시민 불편 최소화를 전제로 한 차선책이라도 마련했어야 옳았다는 얘기다. 만약 시행을 하더라도 '일방주의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도록 시민 여론 수렴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만큼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님이 분명하다.
[자유성] 공공예식장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거나 개성 있는 결혼식 또는 스몰웨딩을 원하는 예비 부부들로부터 한때 관심을 끌었던 공공예식장의 인기가 많이 시들해졌다. 기대했던 것만큼 경제적이지 못한 데다, 이런저런 불편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예식비용이 일반 예식장에 비해 조금 저렴하거나 엇비슷한 데다, 웨딩 전문업체를 끼지 않으면 웨딩플랜·음향·식사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취지는 물론, 운영의 묘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공공예식장 활용은 정부 차원에서 독려했다. 여성가족부는 2016년 11월 서울·부산·대구 등지의 전국 15개소를 '대한민국 작은결혼식 으뜸명소'로 선정, 발표하면서 분위기를 조성했다. 취지가 좋아서 반짝 주목을 받기는 했으나 지금은 15개소 중 절반 정도가 식장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또 기능은 유지하고 있어도 실제 예식이나 문의는 급감했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극히 일부에서 다양한 혜택 제공 등을 통해 장려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별다른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저출산이 국가 차원의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예비 부부의 결혼식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하나의 의미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 가정을 꾸리려는 의지가 명확한 예비 부부가 공공예식장을 활용할 경우, 이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도 별다른 성과가 없는 다른 정책보다 효율성이 클 듯싶다. '탄생 응원 서울 프로젝트'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일부 지자체의 노력이 부럽고 돋보이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장준영 논설위원
[돌직구 핵직구] 숨어 있는 장관, 배신하는 여당
미국도 그렇지만, 전직 대통령은 국가 원로로서 현실정치에 초연한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문재인은 달랐다. 자신의 과거 민정수석을 공개 지지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옛 지역구 부산 사상구를 직접 찾아갔다. 그는 현 정부를 극렬히 비난하면서 세 야당을 응원했다. 하지만 문재인이 기자 앞에서 "칠십 평생에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 무지·무능·무도하다"라고 말한 대목에선 실소(失笑)가 나온다. 그런 현 정부의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파격 발탁해 소위 적폐수사에 이용한 사람이 누구인가. 비리투성이 조국 전 장관을 수사하려던 검찰총장을 찍어내려다 민심의 역풍을 맞아 정권을 반납한 사람이 대체 누구인가.필자가 '자만하면 총선 진다'는 칼럼을 쓴 것이 지난 3월6일자 신문이었다. 그때 "국민의힘이 150~160석으로 절반을 넘길 것"이라고 떠벌린 여당 후보에 대해 제발 꿈 깨라고 경고했던 글이었다. 하지만 여당에는 불행하게도, 이 경고는 한 달 만에 현실이 되고 있다.지금 여권 일각에선 매우 비관적인 총선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막판에 보수언론의 지원으로 보수층이 결집해 130석을 거둔다고 해도, 범야권에 과반을 빼앗긴다면 여당은 패배하고 여소야대 국회는 재현되는 것이다. "나는 억울하다"라고 아무리 외쳐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집으로 돌아가 변호사 개업을 해야 한다.과연 지난 한 달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가. 3월4일부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8일), 이 대사 출국(10일) 등 일련의 사건들이 불과 6일 만에 숨 가쁘게 이루어졌다. 이는 대통령의 수사 개입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야권의 거센 비판을 일으켰고, 정부와 여권의 무기력한 대응 속에 이 대사는 21일 전격 귀국해 결국 3월29일 사임한다. 한국 외교사의 큰 오점이요 망신이었다. 이 와중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바로 14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테러 발언이었다. 황 수석의 발언은 "이 대사 임명 논란은 좌파가 놓은 덫"이라는 대통령실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KBS 출신 대통령 수석이 MBC 등 비판적 언론을 설득하려다 도리어 전 언론의 반발로 사퇴한 것이 지난 3월20일의 일이었다.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거짓말처럼 벌어졌고, 한동훈의 등장으로 희석되었던 '정권심판론'이 다시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조국이 지난 2월 문재인을 만나 총선출마를 밝힐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사와 황 수석 사건을 거치면서 조국은 '정권심판론'의 화신처럼 정치적 괴물로 커져 갔다.불과 한 달 사이 정치 상황이 이처럼 급변한 데에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론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대사 임명에 대한 결제를 상신한 외교부 장관의 책임이나 의료대란을 막지 못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실책은 별로 말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대파를 들 동안 물가를 관리해야 할 경제부처 장관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하루를 해도, 장관은 대통령을 대신해 책임지라고 있는 자리다.야권의 공격을 막아야 할 여당 의원들은 도리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보수 정객들의 고질병인 '배신의 정치'가 다시 도지고 있다. 여권의 자중지란 속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의 결과는 과연 어떠할까. 자못 궁금하고, 한편으론 걱정이다.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기고] 탄소중립, 우리의 실천이 가장 중요
계절을 구분할 때 3~5월을 봄이라고 한다.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1년을 15일 간격으로 24절기로 나눠 첫 번째 절기(입춘)를 봄의 시작이라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과거 1981~2010년까지 30년간 우리나라의 봄 시작일은 평균 3월7일이었고, 최근 1991~2020년까지 30년간은 3월1일이었다. 2011~2020년까지 10년간은 2월27일이었다. 봄꽃을 대표하는 벚꽃의 개화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벚꽃은 3월25일 개화가 시작돼 1922년 이후 101년 만에 둘째로 빨랐다. 기상청은 2100년까지 봄꽃 평균 개화일은 1991~2020년까지 평균보다 전반기(2021~2040년)는 5~7일, 중반기(2041~2060년)는 5~13일, 후반기(2081~2100년)는 10~27일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파리 협정으로 채택됐다. 당시 협정의 핵심은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지구 평균 온도를 2℃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선진국 중심으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사회 전환에 노력 중이다. 우리나라는 2020~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국제사회에 선언한 뒤 3대 추진 전략(△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새로운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 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을 발표했다. 여기에다 ‘3+1(탄소 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을 추가했다. 구미시는 선제 대응으로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및 탄소 제로 도시 조성 계획 수립’, 2022년 경북 최초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해에는 구미시 탄소 중립지원센터를 운영해 탄소 중립을 위한 행정의 제도적 기반과 추진체계를 마련했다.세부적으로는 기후 위기 적응대책 계획을 세워 9개 분야 38개 사업에 적용하고, 공공 건물과 차량에 대한 온실가스를 줄이는 공공부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 관리제를 51개 부서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41만 구미시민의 탄소 중립 교육을 맡은 탄소제로교육관과 탄소중립지원센터를 활용한 녹색 생활 실천 시민교육, 기후변화 캠페인 등 녹색 생활 실천 프로그램 운영으로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필자는 탄소 중립 실천으로 기후재앙을 막는 행동으로 가정에서는 계절에 맞는 적정 실내 온도 유지(여름 26℃ 이상, 겨울 20℃ 이하),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 걷기·자전거 타기·대중교통 생활화, 장바구니 애용,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제안한다.직장에서는 여름엔 넥타이를 풀고 겨울엔 내복 입기, 퇴근 시 전기 플러그 뽑기, 컴퓨터를 쓰지 않을 때는 전원 끄기, 점심시간에 조명과 냉·난방기 끄기, 이면지 사용하기, 개인 컵 사용하기 실천을 적극적으로 권유한다.유통 매장과 상가에서는 에너지 관리표준과 절약목표를 설정, 절전형 조명으로 교체, 에너지 절약형 장치 설치, 포장재는 줄이고 포장 쓰레기는 분리배출도 실천하자.식당에서는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고객 수에 맞게 적정량 음식 제공, 광고판의 과한 조명 자제와 고효율 조명으로 교체, 제철에 생산된 농산물 식자재 사용은 당연하다.이제 탄소 중립 실천은 미뤄야 할 선택이 아닌 필수 의무다. 제철에 피는 금오천의 화사한 봄꽃을 오랫동안 만끽하려면 생활 탄소 중립을 당장 실천해야 한다. 박은희 (구미시 환경교통 국장)박은희 (구미시 환경교통 국장)
[시시각각(時時刻刻)] 한 도시 1천개의 이야기
아라비안 나이트는 여인들에 대한 불신을 가진 왕이 신혼 첫날 밤을 보낸 후에 왕비를 처형하는데 현명한 새 왕비 세에라쟈드가 매일 밤 이야기를 통해 왕국 처녀들의 목숨과 본인의 목숨을 구한 이야기이다. 1천1일 동안 총 280여 가지의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리퀴드 폴리탄은 액체를 의미하는 리퀴드(liquid)와 도시를 뜻하는 폴리탄(politan)의 합성어로 액체처럼 유연한 도시를 말하는데, 최근 인구 감소 시대에 들어 사람들이 정주하는 기존의 '고정된 도시'에서 다양한 구성원이 머무르고 연결되고 잠시 체류하는 '유연한 도시'로, 도시 패러다임의 변화를 얘기하기 위해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 올해 트렌드 중 하나로 소개했다. 사실 우리보다 먼저 지방 소멸이 진행된 일본에서는 2018년 관계 인구, 교류 인구의 경제적 가치를 계산해 발표한 적이 있다. 정주 인구 한 명이 사라짐으로 발생한 경제적 가치의 손실을 외국인 8명(숙박), 내국인 관광객 25명(숙박), 내국인 당일 관광객 81명이 오면 메울 수 있다는 발표이다. 정주 인구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인구의 데드 크로스가 발생한 지금, 관계 인구, 교류 인구를 늘릴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첫째는 한 도시 여러 개의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 한 도시 하나의 이야기는 너무 뻔하다. 최근 서울에서는 신당동이 MZ 세대 핫플이 되면서 힙당동으로 불린다고 한다. 신당동은 조선시대 무당의 신당이 많아 그렇게 불렸었는데, 이 동네의 유래나 분위기에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몰리면서 힙당동이 되었다는 것이다. 성수동, 경리단길, 인사동, 연트레인, 힙지로 등등 서울에는 다양한 유래와 이야기에 기반한 다양한 동네들이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각각의 사람들을 모으고, 다른 이야기는 사람들을 다시 방문하게 만든다. 독립 소상공인의 도시로 유명한 미국 포틀랜드에도 50여 개의 다른 상권이 네트워크로 모여 하나의 포틀랜드를 구성한다고 한다. 한 도시 다른 이야기들이 필요하다.둘째는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것인가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최근 파묘 장제현 감독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그는 파묘 시나리오를 만든 게 아니라 만난 것이라고 얘기했다. 2년간 무당, 장의사 등을 따라 다니면서 이 이야기를 만났다고 얘기했다. 외부의 청년들을 데려와 지역의 가치와 만나게 하라는 것이다. 연인원 10만명이 방문하는 문경 화수헌의 성공 비결도 오래된 한옥의 가치를 부산 청년들이 만나 발굴했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뷔자데'라는 말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를 말한다. 민간 콘텐츠 생태계를 활성화해 익숙한 가치들을 낯선 청년들의 눈으로 만나게 해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1천개의 다른 눈은 1천개의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 셋째는 브랜딩의 중요성이다. 도시 브랜딩은 단순한 장소에서 그 도시를 목적지로 바꾸는 기능을 한다. 사람들이 살고 싶고, 일하고 싶고, 방문하고 싶은 목적지 말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은 원래 도시 중간에 6th 스트리트 라는 라이브 뮤직 바가 몰려 있는 거리가 있고, 여기에서 출발해 '세계 라이브 뮤직의 수도'라는 브랜딩을 했다. 오스틴에는 250여 개의 라이브 바가 있고, 방문객들은 이 바들을 만나고 탐험하기 위해 며칠씩 도시에 머무른다. 브랜딩은 점처럼 떨어져 있는 도시의 이야기들을 연결선으로 면으로 만들어 방문객을 숙박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매일 밤 다른 이야기들이 세에라쟈드의 생명을 구했듯이, 하나의 도시 1천개의 다른 이야기는 도시를 구할 것이다.전창록 대구대 초빙교수전창록 대구대 초빙교수
[사설] 尹 대통령 담화, 대화 門 열었으나 醫難(의난) 해법으론 역부족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대(對)국민 담화에서 "(의대 증원 2천명 방침과 관련)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멈출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대화의 문을 열었다. 확정 안으로 고수해 온 '의대 증원 규모'도 논의할 수 있다는 진일보한 태도 변화다. 그러나 대안을 가져오라며 의료계에 공을 넘긴 건 소극적이었다. 난관도 적잖아 보인다. 대통령실이 전날 늦은 시각에 4개월 만의 '대국민 담화'를 갑자기 언론에 통보할 때만 해도 기대가 컸으나, 정부가 진전된 대안을 스스로 제시하지 않은 건 아쉽다.담화는 애매했다. '증원 규모' 논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의료계 안팎의 안들에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근거 없이' '중구난방으로' '으름장 놓고' '기득권 카르텔에 굴복 않겠다'는 언급에 오히려 대통령의 솔직한 심기가 엿보인다. '2천명 증원 논의 전 집단행동 철회'도 백기 투항을 요구한 것과 다름없다. 옳은 방향이라도 이런 전제의 벽이 현 사태의 해결에 도움 될지는 의문이다.윤 대통령이 "힘의 논리로 멈출 순 없다"고 한 말은 정부에게도 적용된다. 이날도 강조한 '점진적 증원, 반대'를 고수한다면 대화는 어렵다. 조건 없이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게 중요하다. 의료계가 대통령의 뜻대로 '과학적이고 통일된 방안'을 만들려면 내부 의견 조율부터 만만찮다.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도 '파국'을 '대화'로 국면 전환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정부든 의료계든 이송 거부 끝에 숨진 33개월 아이의 불행이 곧 '나의 불행'이 될 때의 국민 분노를 어찌 감당하려는가.
[사설] 대구가 자랑하는 '디옵스', 경쟁력 앞세워 세계로 가자
대구는 자타가 공인하는 안경산업의 메카다. 한국의 안경산업은 광복 직전 대구시 서구 원대동에서 국제셀룰로이드공업사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80년대 중소기업고유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한때 세계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할 만큼 급성장했다. 하지만 신소재 개발에 뒤처지고 디자인 및 브랜드 개발 소홀과 도금 및 처리 기술 부족 등으로 이탈리아나 일본에 밀리면서 명성을 잃게 됐다. 안경산업의 역사와 전통을 잇고 제2의 전성기를 모색하기 위한 노력은 대구국제안경전(디옵스) 탄생의 배경이다.올해로 22회째를 맞는 국내 유일의 국제 안경전시회인 이 행사는 3~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다. 350개에 이르는 전시부스는 이미 매진됐고, 사전 등록한 국·내외 바이어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안경테를 비롯, 선글라스·(콘택트)렌즈·안광학기기·케이스·액세서리 등 안경과 관련된 거의 모든 품목이 선보인다. 전국에서 3천명 이상 안경사들이 대구를 찾고 일본과 중국 등 해외 17개 업체도 24개 부스를 마련, 트렌드를 파악하고 선도한다.안경 수요는 꾸준하다. 시력을 보완하는 고유의 기능에다 눈 보호를 위한 선글라스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외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노력 여하에 따라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대구가 갖고 있는 독보적인 위치를 십분 활용해서 시장개척에 나선다면 승산이 있다. 대구시가 넓은 안목으로 청사진을 그리고, 업계가 품질과 디자인·기능으로 화답하면 가능하다.
[사설] '아니면 말고'식 포퓰리즘 공약으론 표심 못 얻는다
이번 총선에서도 포퓰리즘의 망령이 활개를 친다. 과거 여느 선거보다 더하다.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선심성 공약이 난무한다.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온갖 개발 계획과 복지확대 공약에 유권자들이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특히 저출생 극복을 명분으로 한 여야의 현금 살포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뚜렷한 재원 확보 대책도 없이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이다. 물가를 비롯해 우리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줄지도 관심 밖이다. 물론 대부분의 퍼주기 공약은 선거가 끝나면 유야무야 될 게 뻔하다.더불어민주당의 저출생 대책 공약은 신혼부부 1억원 대출, 아이 1명당 1억원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출생률을 높이자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문제는 수십조 원의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세금이나 국채로 충당하는 건 현재의 국가재정 상태에선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한술 더 떠 최근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 지급 방침까지 밝혔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에 뒤지지 않는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3자녀 이상 가구 대학등록금 전액 면제를 약속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내년 5세부터 무상 교육·보육 실시' 깜짝 카드를 내놨다. 이외에도 민생을 빙자한 여야의 '매표(賣票)'공약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국가채무가 1천100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56조원의 역대급 '세수펑크'가 발생했다. 나라 곳간을 거덜 내는 포퓰리즘 공약이 실현될 리 만무하다. 여야 모두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건만 졸속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행태다. 하지만 유권자는 선거철 헛된 약속에 속을 만큼 어리석지 않다.
[3040칼럼] 그릿 : 운동선수의 재능과 노력
성공한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에 대한 질문은 스포츠과학자 또는 스포츠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때때로 메시와 같이 축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범접할 수 없는 재능을 목도하게 되는 우리는 역시, 재능이 제일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재능이 성공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가? 성공을 결정짓는 더욱 강력한 힘이 있는가?심리학자 앤젤라 더크워스는 재능이 성공에 필수요소이긴 하나 충분조건이 되지는 않으며, 뛰어난 성취는 뚜렷한 목표와 열정을 가진 끊임없는 노력이 성공의 열쇠라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장기적 목표를 향한 지속적 열정과 노력을 그릿(Grit)이라 정의하고 있으며, 스포츠에서 성과와 성공을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운동선수는 경쟁상황에 성과를 즉각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극심한 부담감에 노출되어 있으며,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강도 높은 훈련을 매일매일 이겨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운동선수에게 그릿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재능의 영역에 대한 기대와 찬양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더크워스는 유명한 철학자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편향적인 기대 현상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모든 완전한 것에 대해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묻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마치 그것이 마법에 의해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현재의 사실만을 즐긴다."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 있는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를 숭배하게 조장하는 것이다. 즉, 특출난 선수와 자기자신을 비교할 때 자신의 초라함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자기방어기제가 재능을 경배하게 만든다. 예로 전통적인 축구 강호인 독일 팀과 브라질 팀을 비교해 보자면, 선수들이 팀으로서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강력한 팀을 구성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독일 팀과 자유분방하며 개인의 번뜩이는 재능을 바탕으로 하는 브라질 팀의 경기 중 우리는 대부분 브라질 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것은 선수 선발에 있어서도 종종 나타난다. 동일한 스펙을 가지고 있는 두 후보가 있다고 한다면, 대부분 재능이 우수한 선수를 선발하게 된다. 물론 재능이 우수하고 그릿이 충만한 선수는 'only one'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노력이 없는 재능의 실패 사례를 우리는 무수히 많이 보아왔다. 반면, 탁월한 재능이 부족하더라도 최고의 노력을 겸비하고 발전해 나아가는 선수는 'only one'은 어려울지라도 최고 수준의 그룹에 속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즉, 재능이 있는 자는 노력이 없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약간의 재능이 부족하더라도 노력하는 자는 성공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재능과 마찬가지로 그릿이 성공을 불러오는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릿이 모든 분야에서 최대한의 노력이 담보된다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막연한 희망의 메시지로 남기보다는 명확한 목표설정과 자신에 대한 정확한 성찰이 필요하다. 자신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그 길을 수정할 수 있는 과감한 용기와 결단은 재능, 노력과 더불어 성공에 매우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민병욱의 민초통신] 개와 사과의 추억
국민이 대표자를 선출해 국가 의사와 정책을 결정케 하는 정치적 대의제(代議制)에 대한 루소(JJ Rousseau·1712~1778)의 비판은 신랄하다. 그는 저 유명한 '사회 계약론'에서 "영국의 인민들은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회의 의원을 선거하는 기간뿐이다. 선거가 끝나는 순간부터 그들은 다시 노예가 되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라고 주장했다. '인민' '자유'와 '노예' 그리고 '선거'를 병치해 서술한 이 문장이 주는 인상은 너무나 강렬해 3세기가 흐른 지금까지 민주주의와 선거를 얘기할 때마다 인용되고 있다.'대의제 정치하에서 국민은 선거 때만 가치 있는 존재'라는 루소의 말에 동의하든 말든 우리는 요즘 정말로 '주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4·10총선 유세 현장에 가보면 맨땅에 엎드려 큰절하는 '머슴'의 모습을 보는 게 전혀 낯설지 않다. 여당 후보들은 "그동안 우리가 잘못했다. 앞으로 정말 잘하겠다"라며 사과하느라 여념이 없다. 심지어 한 후보는 죄수를 실어 나르던 옛 함거(檻車)의 쇠창살 안에 삭발하고 올라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와 심판의 마음을 잘 안다. 시민 여러분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인다. 오만 독선 불통으로 치달으며 상처받은 국민을 다독이긴커녕 부아만 돋운 정부에 브레이크를 잡는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성이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그는 "저희는 국민이 요구하면 다 듣는다"라고 유세하고 다닌다. 언론인 회칼 테러를 들먹여 방송사를 겁박한 황상무 대통령 시민사회수석을 '끝내' 사퇴시켰고,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피의자로 출국금지 대상자인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발령내 출국시킨 것을 '결국은' 불러와 물러나게 했다고 내세운다. '인사권자의 완강한 뜻'을 자신의 건의로 굽혔고 선거 후에도 이처럼 국민 목소리에 복종하겠다는 것이다. 국민 다수가 대통령 잘못을 지적할 때도 궤변으로 변명하며 옹호에 급급했던 게 엊그젠데 이제는 국민 목소리만 귀담아듣겠노라고 자세를 낮추는 모양새다.정부와 여당이 한 몸이 아닌 양 선을 긋는 이런 행태는 사실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보장된 임기가 3년 남은 윤석열 대통령과 달리 당과 국회의원 후보들은 당장 '국민의 표가 곧 목숨'이다.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대통령에 기대어 있을 이유도, 여유도 없다. 오히려 정부 여당이 사는 길은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것이며 내각과 대통령 참모들이 총사퇴하는 것"이란 말까지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정치권 일각에서 '탄핵'이니 '탈당' '하야' 단어가 나돌았던 만큼 앞으로 본투표까지 남은 일주일 또 어떤 요구가 분출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이 현상은 윤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그는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란 말을 만들어내고도 자기 부인에 대한 특검법안은 특권으로 거부했다. 입버릇처럼 외던 '공정'과 '상식'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경제는 곤두박질, 물가는 천정부지, 민생은 최악인데도 '이념'을 앞세워 '전 정권 탓'을 하고 '편 가르기' '내 편 심기'에 골몰했다. 대형 참사 책임도 수족은 감싸고 유족의 진상규명 요구는 '정치공세'로 내몰았다. 야당과 대화는 거부하고 검사가 범죄자 대하듯 다그치며 적대시했다. 국회의원이건 누구건 대통령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할라치면 '입을 틀어막아' 끌어냈다. 언론이 잘못을 지적하면 되레 갖가지 제재를 덮어씌웠다.그래서일 것이다. 윤 정부 2년 만에 한국은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전환이 진행되는 국가"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는 2024 연례 보고서에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2019년 0.78점(18위), 2020년과 2021년 0.79점(17위)을 기록하다 윤 정부가 들어선 2022년 0.73점(28위)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0.60점, 47위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을 "언론의 대정부 비판이 위축된 20개국 중 한 곳"으로 지목하며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침해받는 일이 가혹한 독재 국가만의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고 꼬집었다. 더욱 참담한 것은 "한국처럼 영향력 있는 글로벌 강국의 독재화는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쳐 독재화 물결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한국발 독재의 전염 우려까지 내놓았다는 점이다. 최단시일에 민주화를 이루어 세계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다는 자부심이 일거에 무너져내린 것이다.사실 외국의 평가는 몰라도 국내 불만은 다소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는 기회가 윤 대통령에게 없진 않았다. 국민의힘 비대위에서 대통령 부인 사과 요구가 나왔을 때, 또 2월 KBS 대담 때 대통령이 완곡하나마 '사과 의향'을 비쳤더라도 상황이 이렇게 번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300만원 명품 가방을 받은 명백한 사실을 '몰카 함정'으로만 몰아치고 '부인과 다툼 한번 없었다'고 웃어넘긴 순간 국민의 마음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유야무야 얼버무리는 사이 황상무, 이종섭 사건이 터졌고 그마저 엉거주춤,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는 분노를 샀다는 얘기다.치열한 선거 판세로 여당 내 위기감이 고조될수록 어떤 형태든 대통령이 사과, 사죄해야 한다는 요구는 더 많이 분출될 것이다. 또 전혀 마음에 없는 말뿐인 사과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얘기도 나올 것이다. 일각에선 벌써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이 마지못해 한 '사과'와 바로 SNS에 올린 '사과 먹는 개' 사진의 일화를 떠올리기도 한다. 당시 윤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분도 있다. 호남분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꽤 있다"고 말해 엄청난 반향이 일었다. 처음엔 말뜻이 왜곡 전달됐다면서 사과를 거부하던 윤 후보는 이틀 만에 사과하면서도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토리에게 '인도 사과'를 주는 사진을 게시, "사과는 개나 주라는 뜻 아니냐"란 더 큰 논란을 불렀다.짧더라도 뒤끝 없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는 주문을 윤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받아 왔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독재화의 길로 들어섰다는 지적과 언론 자유 침해에 대한 사과만은 정말 진지하게 해주면 좋겠다.한국언론진흥재단 전 이사장한국언론진흥재단 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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