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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되돌릴 수 없는 의대 증원, 언제까지 의사들만 따로 놀 것인가
이르면 이번 주에 각 의대 증원 규모가 정해지고, 이를 반영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도 확정될 전망이다. 각 대학의 모집 요강이 발표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대학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및 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며 의대생과 교수·전공의 등이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한 서울고법 행정7부의 지난 16일 판결에 기인한 것이다. 의료계는 서울고법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을 진중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판결문은 "의대생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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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국구 된 대구은행, 종국적 목표는 '밸류업'
대구경북을 대표해 온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마침내 전국구 은행인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정례회를 통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영업인가를 최종 의결했다. 이로써 시중은행은 현재 6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1967년 대구 상공인들의 뜻을 모아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대구은행의 야심 찬 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무엇보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첫 케이스여서 한국 금융업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와 함께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빨리는 대한민국 현실을 새삼 반추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축하를 받기에..
[사설] 들개가 되는 반려견, 물건 쓰다가 버리듯 해서야
반려동물 양육 인구 1천500만명 시대다. 이들 가구가 느는 만큼 버려지는 동물도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 해 전국에서 유기되는 반려동물은 13만 마리가량이다. 이 가운데 반려견이 70%를 웃돈다. 유기견의 경우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구조·포획을 위해 출동한 경우가 1천400건으로 전년 대비 24.1% 늘었다. 처음 키울 때야 가족처럼 여기고 애정을 쏟는다. 하지만 나중엔 질병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원거리 관광지 등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인이 장기간 집을 비운 사이 외부로 나가 길을 잃고 유기견 신세가 되기도 한다...
이슈칼럼영남일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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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TK 총선, 주제가 빈약"…洪 시장 질책이 남긴 묵은 숙제
홍준표 대구시장이 어제 아침 댓바람에 올린 페이스북 글에 깊은 공감이 간다. 홍 시장은 "TK 총선, 주제가 빈약하다"고 직격했다. "모든 지역구가 조용하고 중구-남구만 NLL 북한 주장 옹호했나 안 했나로 시끄럽다"라고 한 지적은 틀리지 않는다. "그게 허위사실이라는 국민의힘 후보와 우리 영토를 북한에 양보하자는 주장을 했다는 무소속 후보의 논쟁만 대구 선거의 쟁점이 되고 있다"라고 비꼬면서 "참 부끄럽다"고 했다. "총선 주제가 이렇게 빈약해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라는 홍 시장의 질문에 대구가 성찰할 오래 묵은 숙제가 있다.홍 시장의 지적은 정책 선거가 실종된 데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정책과 공약은 사라지고, 겨우 부각된 게 'NLL 무력화' 논란? 이념논쟁인 'NLL 무력화 발언'만 TK 총선의 쟁점이 된 것은 사실 생뚱맞다. 지역의 과제와 숙원이 한둘이 아닌데 이게 다 실종됐다. '경쟁'이 사라진 대구의 민낯이다.열기가 식은 곳, 잡은 물고기만 득실대는 곳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민주주의 최대 축제인 선거판에 대구가 무풍지대처럼 늘 적막한 이유다. TK 정치권은 텃밭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총선 판에 전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텃밭이 변방으로 전락한 건 정치적 독점의 폐해다. 격전지 수도권과 부울경에는 정책과 공약이 쏟아진다. TK 공약은 기껏 기존에 거론됐거나 추진 중인 사업의 짜깁기 수준이다. 홍 시장이 의욕적으로 주창한 '대법원 이전'에도 TK 후보들은 묵묵부답이다. 그의 말처럼 "정치는 진심(眞心)과 진심(盡心)으로 하는 것"인데 'TK 공약 실종'은 그 진심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란 의미다.
[사설] 가중되는 지방소멸 위기…진지한 이민정책 고민은 옳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곧 인구감소를 뜻한다. 인구가 줄면 지방소멸 위기는 더욱 커지고 속도도 빨라진다. 현재로선 수도권 집중현상이 개선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정부가 이런저런 정책을 추진 중이긴 하지만 임팩트도, 의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암울한 미래를 절감하고 생존 차원에서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번번이 제도적 장벽 앞에서 좌절한다. 저출산 극복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긴 하나,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면 이민정책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경북도가 지난 2일 발표한 경북형 이민정책 마스터 플랜에 주목한다. 물론, 이민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낯설고 낮은 데다, 부정적인 측면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넘어서야 하는 것 역시 과제다.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포용성 확보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지자체가 이민정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달리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광역비자 도입을 비롯해 외국인 근로자 지원정책이나 결혼이주여성 관련 정책 등은 중앙정부의 결단이 선결돼야 시행 및 진행이 가능한 사안들이다.발상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싱가포르·일본·호주 등은 우수 인재 유치와 비도시적 정착 촉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경북도의 이민정책도 큰 틀에서는 궤를 같이한다. 경북을 아시아의 이주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는 3대 기본전략과 27개 세부과제로 상당히 구체화되어 있다. 선도적인 이민정책 추진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민자 유입부터 안정적 정착까지 전 주기에 걸쳐 지원하겠다는 이철우 도지사의 다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유성] 독이 든 성배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사용했다는 포도주잔을 '성배(聖杯)'라고 한다. 성배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수난이 임박했음을 뜻한다고 한다. '독이 든 성배'라는 말도 그런 이유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축구 감독직(職)을 '독이 든 성배'라고 부른다. 축구 감독이 얼핏 대단한 자리로 보여도 쓰디쓴 대가가 따른다는 얘기다. '파리 목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옷 안주머니에 늘 사표를 넣고 경기에 임하는 감독도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개막을 10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경질됐다. 이를 꼬집어 독일 월드컵 주최 측이 '독이 든 성배'라고 했다. 이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의 대명사로 통했다. 역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중에선 거스 히딩크·파울루 벤투 등 성공한 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은 불명예 퇴진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2월 물러난 위르겐 클린스만은 '역대 최악의 감독'으로 평가됐다. 그저 사람 좋다는 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박항서 감독에 이어 베트남 축구를 이끈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도 최근 짐을 쌌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인도네시아에 거듭 패한 뒤 다이렉트 경질됐다. 대한민국 여야 정당의 수장(首長)도 '독이 든 성배'로 부를 만하다. 선거 결과에 자신들의 정치적 명운이 걸렸기 때문이다. 총선을 눈앞에 둔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심정일 게다. 오는 10일 밤 누가 독배를 들고, 누가 축배를 들지 지켜볼 일이다. 이창호 논설위원
[영남시론] 개딸도 싫고 용산도 싫다면
4·10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조급해진 모양이다. 정치권의 언사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2찍' '탄핵' '개 같이 정치' '쓰레기 같은 말'. 낯 뜨거운 발언이 거리낌 없이 쏟아진다. 이런 혐오와 증오의 발언에 강성 지지층은 오히려 환호한다. 국민을 분열시키는 팬덤 정치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이 다투어 '사이다 발언'과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쏟아내는 이유다. 이들에게 중도 확장을 통한 외연 확대라는 정치의 목표는 애당초 관심 밖이다. 새로운 인물도 새로운 비전도 없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갈라치기 정치로 일주일 뒤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사실 중도층은 모호해 보이기는 하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집단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래서 혹자는 "선거와 전쟁에 중도와 산토끼는 없다. 집토끼들 간의 싸움이고 집토끼들이 실망해 투표장에 안 나오면 진다"는 주장을 한다. 더 나아가 "중도는 실체가 없는 허상이고 중도층을 공략해야 선거에서 이긴다는 말도 맞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쟁점 사안에 대해 정확히 중간 지점을 추구하는 일은 비현실적이다. 중도란 모든 이슈에 보통이라는 정확히 중간값의 응답을 보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어떤 이슈에는 찬성하고 다른 이슈에는 반대 응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모든 이슈에 일관된 성향을 보이는 중도층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부자 감세는 반대하지만, 국가의 시장 규제는 찬성할 수 있고 낙태는 허용해야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폐지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윤석열'이 싫다고 '이재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와 선거에서 이런 중도의 힘은 세다. 거대 양당 체제가 굳건하고 정치 양극화가 극심한 한국 정치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정의하기 어렵고 모호하나 분명히 존재하는 중도층의 움직임에 따라 선거 판세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실리적으로 지지를 바꿔가며 투표하는 유권자들에 의해 선거 결과는 달라졌다. 최근 세 번의 선거(한국리서치 설문조사)에서 정치 참여에 적극적인 중도층 3명 중 1명(34%)은 한 번 이상 투표 정당(후보)을 바꿨다. 정치 이해 수준과 관심이 높은 중도층이 존재하고, 특정 정당을 강하게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의 성향이 '스윙보터'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전체 유권자 중 부동층 유권자는 600만명을 넘을 것(리서치앤리서치 설문조사)으로 분석됐다.여야 모두 30~40%의 지지층만 결집해선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더군다나 5% 미만의 격차로 승부가 갈리는 격전지가 수두룩하다.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중도층을 잡겠다면 혐오와 증오의 언사를 쏟아낼 게 아니라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개인의 이익과 목표가 엇갈릴 때, 갈등과 대립이 불거질 때, 정치는 타협과 협의로 길을 내야 한다. 어렵고 힘들지만 그렇게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혐오와 증오에 기대어 선거에서 이긴다고 한들 '개딸'과 '태극기 부대'에 휘둘리는 정치가 내 삶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그러므로 '개딸'도 '용산'도 싫다며 투표하지 않는다면 내 삶도 우리 정치도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중도'의 선택과 실천만 남았다. 이은경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이은경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기고] 도시숲 조성과 나무 심기
나무 심는 계절이 되었다. 정부가 정한 식목일이 4월5일이지만 지구 온난화 영향과 온대 남부지대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대구는 20여 전부터 3월 중순부터 식목 행사를 시행했다.민선 1기부터 지금까지 대구시는 어느 도시보다 많은 나무를 심어 숲의 도시라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경험과 실적을 바탕으로 쾌적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나무 심기는 계속 추진되고 있다.올해에도 다양한 시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최근 대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는 미세먼지와 소음, 대기오염 저감(低減), 탄소 중립을 위한 전쟁(?)을 치르다시피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는 여기에 더해 소위 '대프리카'라는 별명을 갖게 한 폭염(暴炎)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또 하나의 고민이 있다. 따라서 식수 패턴이나 수종 선택 등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즉 경관적으로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 기능과 더불어 시민 생활 개선과 건강증진에 이바지하는 나무 심기가 되어야 한다. 그 대안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첫째, 장차 수관이 크게 자라고 공해에도 강한 느티나무, 이팝나무, 플라타너스 등 교목(喬木)을 많이 심어 탄소 흡수 능력을 높이는 등 공익적 기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겨울에 잎이 떨어져 오염된 대기나 미세먼지 흡수가 낮은 낙엽수를 대신해 4계절 잎이 푸른 종가시나무, 제주광나무, 히말라야시더 등 이미 검증된 상록수를 추천한다. 시민의 휴식공간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나 경상감영공원 등에는 철마다 꽃이 피는 다양한 화초류와 관목, 교목 등을 혼식해 언제 방문해도 아름다운 공간이 되게 하고 벤치 등을 설치해 시민의 여가활동에 도움을 주게 할 필요가 있다.둘째, 나무 심을 공간 확보가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송악, 줄사철, 담쟁이 등 덩굴 식물을 식재(植栽)해 복사열을 줄이고, 오염물질 흡수원인 나뭇잎의 양을 늘렸으면 좋겠다.현재 지하철 3호선 옥산로 교각은 건설 당시 심은 송악이 잘 자라 교각을 감싸고 있어 미관상 보기도 좋다. 심지어 어느 도시는 한 뼘이라도 녹지를 넓히기 위해 전주에 덩굴 식물을 올리기도 한다. 옥상녹화도 한 방법이다.도심의 상록수 식재는 겨울철 삭막한 대구의 경관도 개선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시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구 신천은 화초류나 관목 등 작은 나무보다는 큰 나무로 수림대를 조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동교에서 금호강까지 울창한 숲을 조성하면 불볕더위 감소 효과와 더불어 큰 탄소흡수원이 될 것이다. 셋째, 민간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민간 투자의 확대는 시 정부의 부족한 예산의 한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대구라는 공동체를 보다 쾌적하고 삶의 질이 높은 도시로 만드는 데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몇 신축아파트가 녹지 조성을 단지 밖인 도로변으로 끌어내 공공성을 높이고 있어 도시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향후 모든 민간 아파트가 참여하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정웅 (대구 생명의 숲 이사장)이정웅 (대구 생명의 숲 이사장)
[하프타임] 진정한 지방시대 여는 모범 답안 되길
수도권 집중화로 지방소멸이 가속화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청년 인구 유출로 지방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4·10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마다 '지방시대 구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저마다 기업 유치와 투자 활성화의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 중 하나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쩌면 해답은 간단하다. 좋은 일자리와 안정된 정주 여건을 바탕으로 결혼과 출산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면 된다. 교육과 의료, 문화서비스, 교통 등의 여건도 필수적이다.지방의 경우 수도권보다 여러 환경이 비슷하거나 능가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경북 제1 도시 포항의 경우, 국내 최고 이공계특성화대학 포스텍이 있다. 학생들은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지만, 졸업 후 지역에 남아 있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평소 알고 지내던 한 포스텍 졸업생은 포항을 떠난다고 했다. 그는 포항에는 쇼핑, 서점 등 생활 인프라가 매우 취약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대부분 졸업생도 양질의 일자리와 정주 여건이 좋은 서울이나 외국으로 향한다고 했다.전국의 지자체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 유치를 희망하면서도 세제 혜택 등 유인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기업도 수도권보다 인재를 구하기 어려운 지방으로 이전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설령, 기업을 유치해도 지속적인 지원·관리 한계에 부닥친다. 산업도시로 명성을 떨친 구미. 2019년부터 주요 기업들이 국내 타 도시나 해외로 떠나기 시작했다. 구미 경제에 크게 이바지한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는 수원으로 생산 공장을 옮겼다. 연구소와 개발, 생산시설 집중이라는 이유였다. 구미시민들의 몸부림에도 기업은 떠났다.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냉정한 집단이다.어느 지자체 할 것 없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외친다. 정작, '살기 좋은 도시'라고 느끼는 시민들은 전국에 몇 곳이나 되겠나.더 많은 국비 확보로 쾌적하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 구축 등이 지방을 살리는 길이다. 여기에다 지역 기업과의 상생 협업 관계를 바탕으로 사회환원사업을 지속해서 끌어내는 것도 지자체의 능력이다. 기업의 투자와 사회 환원이 없다면 지역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다.그나마 포항은 포스코라는 대기업이 있어 형편이 나은 편이다. 관광명소가 된 스페이스 워크, 포항제철소 경관 조명 설치 등 무수히 많은 투자로 사회 환원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다만, 지난 몇 년간 포스코홀딩스 본사 및 미래기술연구원 분원 입지 등의 문제로 포항 지역과의 관계가 잠시 소원했지만, 장인화 회장이 취임하면서 관계 회복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장인화 회장은 지난달 취임식 직후 이강덕 포항시장과 저녁 만찬을 함께하며 '포스코의 고향' 포항의 미래 세대를 위한 역할과 행정적 지원에 대해 크게 공감했다고 한다. 포스코와 포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포스코가 포항을 세계 최고의 철강 도시로 만들었다면, 이제 포항은 2차전지 도시, 수소 도시로 또 다른 비상(飛上)을 꿈꾸고 있다. 포항시·기업·시민이 합심해 노력하면 그 꿈은 얼마든지 이룰 수 있다. 포항이 진정한 지방시대를 여는 '모범 답안'이 되길 기대한다.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
[길형식의 길] 실내 스포츠의 성지 '대구실내체육관'
1971년 4월, 대구에 당시 동양 최대 규모의 실내체육관이 준공되었다. 바로 대구실내체육관이다. 총부지 5천549평에 대구 건축의 전설 후당 김인호가 건축을 맡았다. 예산은 37억원으로 70%는 시민들의 성금으로 모였다. 지금은 관중석이 3천847석이지만, 개관일인 4월13일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최대 1만4천500석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형규모였다.비록 한국 최초는 아니지만 대구에도 드디어 서울의 장충체육관 못지않은 지붕 있는 운동장이 생긴 것이다. 당시 대한민국은 부산, 인천, 대전, 전주 등 전국적으로 실내체육관 준공 붐이었다. 시설 난으로 허덕이던 실내 스포츠는 그 후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방 경기 개최도 원활해졌다.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도약이었다.고단했던 시절, 대구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각종 스포츠 명경기로 시민들은 울고 웃으며 버틸 수 있었다. 1970년대에는 박치기왕 김일이 4개국 국제프로레슬링 대회를 개최했고, 거인 레슬러 박송남과 안토니오 이노키의 NWF 헤비급 타이틀전 또한 대구에서 이루어졌다. 1970~80년대에는 유제두, 홍수환, 장정구, 유명우 등의 세계적인 복싱 타이틀전 경기들도 있었다. 1990~2000년대에는 농구 리그 KBL이 출범하고 동양 오리온스의 홈구장으로 사용되며 명실상부 대구 스포츠의 부흥을 이끌었다.스포츠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엑스코나 대구스타디움이 대신하지만, 대중음악 공연 또한 활발했다. 미국 밴드 '더 벤처스', 영국 밴드 '둘리스'가 내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조용필, 산울림, 민해경 등의 국내 가수들의 콘서트도 있었다. 정치와도 떼려야 뗄 수 없었다. 한때 대구에서 열린 전당대회는 모두 이곳에서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반세기 동안 여러모로 지역과 함께하며 견뎌내 온 것이다.영광만 가득할 것 같았던 대구실내체육관도 세월이 지나고 노후화되며 그 빛을 잃었다. 현재 지역 연고팀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가 이곳을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데, 이젠 놓아주어야 할 때다. 선수에게도 시민에게도 낙후된 시설의 경기장은 고통이다.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켜나가되 생활체육인들을 위한 실내 스포츠 경기장으로만 운영되었으면 한다. 과거 부실한 인프라를 이유로 야반도주한 오리온스의 연고지 이전에 시민들은 큰 상처를 입은 기억이 있다. 더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현재 대구 연고 프로 스포츠팀들은 성적과 관계없이 연일 매진 행렬 중이다. 지지부진한 새로운 농구경기장의 건립이 시급하다.거리활동가거리활동가
[동대구로에서] 현실 같은 영화, 영화 같은 현실
마거릿 애트우드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한 '시녀이야기'를 우연히 봤다. 근본주의자들이 권력을 잡은 머지않은 미래. 인류는 전쟁과 공해, 각종 질환으로 출생률이 급감한다. 인류는 종말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들고, 여성들을 가임 여부에 따라 계급을 나눈다. 이 중 '시녀' 계급은 임신 가능한 여성들로 아이를 낳는 데만 집중한다. '인류 멸종'이라는 절망적 미래관은 2006년 개봉한 '칠드런 오브 맨'이라는 영화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절망적인 세상을 그린 디스토피아물로 저출산을 넘어 '무출산'이라는 처참한 인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다. 18년째 아이를 낳은 여성이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미증유의 재난을 맞이한 인류는 파멸을 향해 나아간다. 문제는 현실세상과 영화 속 배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영국처럼 한국은 지난 20년간 저출생 문제와 싸워왔다. 2005년부터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법을 발족시키고, 2006년부터 280조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급속 하락했다.2020년에는 세계 최초로 출산율 0.8명대에 진입했다. 그로부터 2년 만에 0.7명대로 떨어진 출산율은 다시 2년 만인 2023년 말에는 0.6명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 수는 23만명으로 불과 1년 새 거의 2만명이 감소했다. '칠드런 오브 맨'처럼 아기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현실과 오래지 않아 마주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실제로 최근 충북 진천군의 한 마을에서 3년 만에 아기 돌잔치가 열리자 동네 주민들은 물론 국무총리까지 참석해 축하할 만큼 저출생의 문제는 심각하다. 저출생은 지역은 물론 나라의 존립을 위협한다. 경제 생산인력보다 수요인력이 많아지면서 나라와 지역의 성장동력이 꺼지고 있다.지금까지 봐왔듯 현금지원과 같은 일차원적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결혼과 출산 의욕을 떨어뜨리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 대신 아이 낳으면 돈 준다는 식의 세금 만능주의로는 '아이 낳고 싶은 나라'를 만들 수 없다.전문가들은 출산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일자리와 주거 안정, 육아환경을 꼽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좋은 공교육에 아이를 맡길 수 있다면 출산율은 자연스레 높아진다는 것이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 상황을 전쟁으로 보는 곳도 있다. 경북도다.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했다. 육아를 개인이 아닌 지역사회의 역할로 규정했다. 부모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육아 및 공교육 인프라에 투자하고, 노동시간을 줄이고 있다. 또 주거보조를 확대하고, 가족지원 예산을 늘리고, 차별적 관행 철폐에 나서고 있다. 결혼과 거주, 육아까지도 지역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그만큼 절실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 영국의 정치와 경제, 종교적 모습은 섬뜩할 정도로 현실과 닮았다. 이대로 가다간 '현실 같은 영화'가 아닌 '영화 같은 현실'이라는 파국을 맞을지 모른다. 참고로 '칠드런 오브 맨' 영화의 시대적 설정은 2027년이다. 불과 2년 뒤다. 고민보다는 행동해야 할 때다.홍석천 경북부장홍석천 경북부장
[사설] 대구 새마을금고로 불똥 튄, 민주 양문석 후보의 '사기대출'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의 양문석 후보 '사기 대출' 논란이 지역 새마을금고로 불똥이 튀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 1일 대구 수성구의 수성새마을금고에 검사팀을 파견해 불법 대출 여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5일까지 진행된다. 양 후보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11억원을 대출받았다. 아파트는 소득이 없는 딸 명의인 데다, 정상적인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업자 대출을 증빙하기 위해 수억 원의 허위 물품계약서까지 제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이곳 새마을금고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입 빚을 갚기 위해 대구의 새마을금고까지 와서 대출을 받은 사실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양 후보는 탈불법 여부에 대해 일부 시인하고 있지만, '좋은 정치로 보답' 운운하며 후보사퇴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아파트를 팔아 이익이 남은 부분에 대해서는 공익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 사실상 편·불법 부동산 투기를 하고, 원정 대출까지 받은 이가 공당의 후보로 국회의원은 꼭 되겠다는 가당찮은 의지로밖에 볼 수 없다.차제에 대구지역 새마을금고에 대한 종합 점검도 이뤄져야 하겠다. 대구의 12개 단위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다인건설이 시공한 도심 주상복합시설에 부실대출을 하면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번 양 후보 대출 건까지 금융기관으로서의 신뢰와 위상에 금이 갈 사안들이다. 새마을금고는 지역 중심의 상호협동 금고이다. 건전성과 신뢰가 최우선이다. 정치적 논란은 유권자들의 심판으로 결론을 맺고, 새마을금고는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해 추후 유사한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사설] 포스텍 의대 설립, 총장의 의지가 최우선 전제 조건이다
포스텍에 의대를 설립하려는 취지는 포항 등 경북 동해안 지역의 의료서비스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과 의사 과학자를 양성하는 것 두 가지다. 특히 의사 과학자 배출은 고급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는 포스텍이나 카이스트 정도만 가능하다. 경북도가 안동대에는 국립의대를, 포스텍에는 연구중심 의대 설립을 정부에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의사 과학자는 향후 바이오헬스산업이 중심산업이 될 시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인재다. 경북과 포항이 바이오헬스산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포스텍 의대 설립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래서 경북도와 포항시 그리고 김문환 전 총장 재임 때의 포스텍은 의대 설립에 의기투합했다.그런데 지난해 9월 김성근 총장이 취임하면서 포스텍은 의대 설립에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김 총장은 지난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예산과 지속 가능성 등이 담보돼야 추진할 수 있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의대 설립에 필요한 1조원과 설립 이후 예상되는 적자 보전책이 마련된다면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포스텍 의대 설립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김 총장이 우려하는 난제들은 혼자 풀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혼자 해결하라는 요구도 없다. 김 총장이 해야 할 일은 경북도, 포항시 등 관련 기관단체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포스텍 의대 설립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총장이 난제를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 포스텍 의대 설립에 재정적인 안정성보다 더 필요한 것은 김 총장의 강력한 의지다. 지레 겁먹을 일이 아니다.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병원 떠났던 대구 수련병원 전공의 700여 명, 복귀 시점 마지날에도 '요지부동'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탄력받는 정부의 의료 개혁…남은 숙제는 전공의 복귀와 의사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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