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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되돌릴 수 없는 의대 증원, 언제까지 의사들만 따로 놀 것인가
이르면 이번 주에 각 의대 증원 규모가 정해지고, 이를 반영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도 확정될 전망이다. 각 대학의 모집 요강이 발표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대학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및 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며 의대생과 교수·전공의 등이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한 서울고법 행정7부의 지난 16일 판결에 기인한 것이다. 의료계는 서울고법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을 진중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판결문은 "의대생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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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국구 된 대구은행, 종국적 목표는 '밸류업'
대구경북을 대표해 온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마침내 전국구 은행인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정례회를 통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영업인가를 최종 의결했다. 이로써 시중은행은 현재 6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1967년 대구 상공인들의 뜻을 모아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대구은행의 야심 찬 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무엇보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첫 케이스여서 한국 금융업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와 함께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빨리는 대한민국 현실을 새삼 반추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축하를 받기에..
[사설] 들개가 되는 반려견, 물건 쓰다가 버리듯 해서야
반려동물 양육 인구 1천500만명 시대다. 이들 가구가 느는 만큼 버려지는 동물도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 해 전국에서 유기되는 반려동물은 13만 마리가량이다. 이 가운데 반려견이 70%를 웃돈다. 유기견의 경우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구조·포획을 위해 출동한 경우가 1천400건으로 전년 대비 24.1% 늘었다. 처음 키울 때야 가족처럼 여기고 애정을 쏟는다. 하지만 나중엔 질병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원거리 관광지 등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인이 장기간 집을 비운 사이 외부로 나가 길을 잃고 유기견 신세가 되기도 한다...
이슈칼럼영남일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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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에 뺏긴 마음, 이제 나랏빚과 중동발(發) 위기에 눈 돌려야
총선에 나라 전체의 마음이 쏠린 사이,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가 채무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고, 중동발(發) 전쟁의 암운마저 밀려들고 있다. 치열했던 선거전을 뒤로하고 정부와 국회가 무게중심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총선 뉴스에 묻혔지만 최근 발표된 지난해 '확정된 국가채무, 나랏빚'은 무려 1천126조원이었다. 1982년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50%를 넘었다. 국민 1인당 2천178만원이다. 국가 예산을 미래의 부채로 끌어쓴 탓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 시절 코로나 사태와 퍼주기 논란 속에 확장재정을 쓴 여파가 컸다. 문 정부는 GDP 대비 나랏빚 비율을 50%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정치권은 현금 지원성 복지 공약을 마구 남발했다. 후과는 컸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성장이 둔화하면서 세수마저 줄었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유가 100달러가 초읽기에 들어갔고,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마저 봉쇄된다면 세계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정치권은 이제 정쟁을 멈추고 나라 경제와 안보 전반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야 한다. 진영의 이익을 넘어 미래성장을 향한 진지한 토론과 협치가 요구된다.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을 비롯해 후세 나랏빚에 영향을 줄 사안들에 대한 개혁작업도 재개해야 한다. 공무원·군인 연금은 '확정되지 않은 나랏빚'으로 1천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도 중동발 악재 여파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국가 안보의 허점이 있는지 살피고 민생 물가를 관리해야 한다.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될 시기가 다가왔다. 위기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설] 巨野, '의정 갈등' 중재로 '협치' 선도하는 건 어떤가
의정(醫政) 갈등이 여당의 총선 참패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강경했던 정부는 원칙 고수와 유연한 대응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의료계는 단일 안을 내놓기는커녕 심각한 내홍을 앓고 있다. 대화는 오리무중이다. 사태의 장기화마저 우려된다. 소통 통로가 막혀 요지부동의 상태일 때 필요한 건 '중재자'다. 지금 그 역할을 맡을 적격자는 국회, 특히 야당이다. 범야권은 총선에서 190석을 넘는 '거야(巨野)'의 신기원을 이뤘다. 입법 권력의 2/3를 거머쥐었다면 걸맞은 국정 책임을 지라는 민심의 명령도 동시에 받은 것이다. 곤경에 처한 정부 여당을 나 몰라라 하는 건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 고통이 점점 커지고 있지 않은가.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참모진의 사의, 여당 지도부 부재, 개각 압박 등으로 정부 여당이 갈등을 능동적으로 풀어갈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2025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될 대학별 의대 증원 인원이 이미 발표되지 않았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하다. 국민 피해가 커지고 있는 의료 현장도 마냥 방치할 수 없다. 뻘밭에 왜 발 담그려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야당은 정치적 계산과 이해득실을 떠나 국민 고통에 마음을 열어 '중재'를 자임하길 요청한다. 총선 민의였다고 민주당이 거듭 강조해온 '협치'의 물꼬를 틔우는 일이기도 하다. '협치'는 일방적 요구나 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거야가 정부 여당에 먼저 손을 내밀어 민의를 받드는 게 몸집에 걸맞은 성숙한 자세다. 이게 의사 편도 정부 편도 아니고, 이재명 대표가 총선 직후 약속한 '국민의 충직한 도구'로서의 마땅한 책무이지 않겠는가.
[사설] 돌파구 안 보이는 지역 고용시장, 손 놓고 있어선 안 돼
올해 대구경북 인력 채용이 줄어들며 고용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올 1분기 대구와 경북지역 정규직 채용 공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4%, 15% 감소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중하위권이다. 채용 공고가 늘어난 곳은 충남(24%·1위)을 비롯해 전북·경남·세종·인천 5곳이다. 충남은 삼성 등 대기업이 입주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최근 채용이 늘어난 결과다. 반면, 우리 지역은 좁은 문의 대기업은 물론 그나마 들어갈 만한 강소기업 일자리도 부족한 실정이다. 채용 공고가 가장 많은 곳은 역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전체의 77.9%에 이른다. 심각한 일자리 불균형이다. 임금 격차 또한 커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역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널린 수도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역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런 상황을 대구경북 기업들이 모를 리 없지만 현재로선 인력을 고용할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경기 불황 때문이다. 지역의 어느 기업인들 지역 인재를 많이 뽑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작금 중동발(發) 전쟁 리스크도 우리 청년들에게 우울한 뉴스다. 국내 경제의 전방위적 침체가 우려되면서 지역 고용시장은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힘들 때일수록 대구경북 지자체는 일자리 창출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 기업도 어려움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인재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주길 바란다. 아울러 정부의 고용 장려 지원책도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게끔 실질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하프타임] 화려한 교육 정책보다 중요한 것들
교육 관련 기사를 쓴 지 이제 두 달째가 됐다. 기자 생활이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교육 담당은 완전히 처음이어서 많이 낯설다. 교육 관련 자료에 나오는 전문용어도 어렵고, 숫자는 또 얼마나 많은지…. 내가 서툴러서 기사를 잘못 쓸까 봐 늘 전전긍긍이다. 밥솥 사용법이나 운전을 처음 배웠을 때처럼 나는 지금 자신이 없다. 맛있는 밥 짓는 법을 터득하려면 혹은 운전을 잘하게 되려면 시간이 걸리듯, 괜찮은 교육 기사를 쓰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교육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역량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기자가 지난 두 달 동안 교육 관련 기사를 쓰면서 직관적으로 느낀 것이 있다. 그 느낌을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모순'이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모순'의 뜻을 이렇게 정의한다.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 또는 두 가지의 판단, 사태 따위가 양립하지 못하고 서로 배척하는 상태.' 무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어쩌면 '모순'은 '위선'과도 참 닮아있는 단어다.이 나라의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참 모순적인 것 같다. 최근 기자가 다룬 교육 관련 기사들을 보면 그러하다. 지난달 기자는 사교육 카르텔 관련 기사를 쓰며, 입시 불공정 문제에 대해 보도했다. 얼마 전에는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기사도 썼다. 오랜 시간 동안 교육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진화를 거듭해온 것들이다.우리는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이런 것들을 배운다. 반칙하면 안 되고, 남의 것을 탐하면 벌 받고, 약한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되고, 경쟁은 공정해야 하며, 법과 원칙은 지키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실제 교육 현장, 그리고 우리 사회와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가 배운 것과 반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교육계의 이슈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모순을 드러내기도 한다. 최근 한 지인이 기자에게 말했다. "학생들의 안전과 공정한 경쟁을 위한 문제 제기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어른이 돼 마주하는 세상은 또 어떤가. 어른들의 그릇된 가치관과 욕망이 고쳐지지 않는 한 이 나라 교육의 어딘가는 늘 썩어 있을 것이다."그 지인은 지금 우리 주변, 네 주변을 보라고 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세상 안에 반칙과 꼼수, 부조리가 판을 치고 있지 않느냐고. 지인의 말이 맞았다. 교육계에서 마주한 불공정과 학교 폭력 등은 어른들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세상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니 말이다. 이는 곧 단편적으로 교육계의 문제점들을 지적해 본들 한계가 있다는 의미였다. 그걸 깨닫고 각성을 하게 됐다. 이제 앞으로 내가 할 일들이 분명해졌다. 여태껏 수많은 기사를 썼지만, 기사로 '이게 문제다, 저게 문제다' 지적해 본들 한계가 있다. 기사만 쓰는 게 아니라, 나도 변해야 한다. 지금까지 업계의 평판 때문에, 혹은 겁이 나서 조심했던 부분들을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싸우기로 했다. 그게 기사와 현실 사이의 모순, 또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 사이의 모순을 극복하는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교육 당국에서 발표하는 정책들은 참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 정책이 시행되는 환경이 공정하지 못하거나 때론 썩어 있다면 그것만큼 지독한 모순이 또 있을까. 노진실 사회부 차장노진실 사회부 차장
[단체장의 생각:長考] 상주가 '모자'와 '만화'를 주제로 축제를 여는 이유
지역 축제는 지역의 특색과 문화를 홍보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 축제가 너무 많아지고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효과가 반감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지역 축제가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되지 못하고, 단순한 소비와 유희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축제는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야 할까.우선, 지역 축제는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역사를 살려 독창적이고 주민이 참여하는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전북 임실군의 N치즈축제는 임실만의 차별화된 임실N치즈라는 고유 콘텐츠와 치즈 테마파크를 조성해 전국에서 유일한 치즈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볼거리, 먹거리, 살 거리, 체험 거리가 풍성하고,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아서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반면, 축제의 콘셉트와 상관없이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를 동원하거나 다른 지역과 비슷한 축제를 열면서 정체성을 잃는 경우는 피해야 한다.둘째, 지역 축제는 지역의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지역 축제는 단기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지만, 지역의 인구 감소와 쇠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지역 축제는 지역의 매력을 알리고 관계인구를 확대하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셋째, 지역 축제는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지역 축제는 지역의 문화와 자연을 소개하고 발전시키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전남 함평군의 나비축제는 생태축제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축제다. 이 축제는 나비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과 전시를 통해 나비의 생태와 문화를 알리고, 나비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반면, 축제를 통해 동물이나 식물을 대상화하거나 파괴하는 경우는 지양해야 한다.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장이 되어야 한다.지역 축제는 지역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높이고 지역발전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역 축제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 지역 축제는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역사를 살리고, 지역의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지역 축제가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상주시라고 다르지 않다. 독창적이고 참여적인 축제와 관계인구를 늘리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과 만화축제다. 지난해 개최한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하지 않은 축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점하고 '모자'라는 세계인 공통의 소재를 이용하여 축제로서 지역 경제의 동력을 확보하고자 힘써왔다. 처음부터 성공이 보장될 것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저 가능성을 보고 만들어갔다. 상주시는 지난해 그런 가능성을 확인했다.만화축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준공한 만화특화 시립도서관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동되고, 그곳에 가야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외지에서도 찾아오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일본 다케오시는 인구 5만명의 소도시지만, 시립도서관 하나가 연간 100만명의 방문객을 창출했다. 우리도 이와 같다. 일본 고치현의 만화 고시엔 같은 행사를 기획하고, 전국의 청소년과 가족들이 찾아오는 상주를 만들어 가는 게 목표다.강영석 상주시장강영석 상주시장
[박재일 칼럼] 이준석의 귀환
3년 전인가 신문사 로비에서 만난 이준석은 당당하면서도 지쳐 보였다. "당선될까요?" "글쎄요. 반반이라 봐요." 반반이면 50%인데 살짝 놀랐다. 30대 제1야당 대표가 출현할 수 있다는 데 내심 놀랐다. 대구에서 도와주면 된다고 했던 그의 말은 실현됐다. 당내 3, 4선 중진들이 모두 나가떨어졌다. 정치권에도 드디어 MZ식 새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걸까. 36세 야당 당수는 집권당 당수로 이어졌다.3년 뒤, 이준석은 경기도 화성을에 출현했다. 4번째 국회의원 도전이다. 서울 노원구에서만 3번 떨어졌다. 이번에도 모두 어렵다고 했다. 근데 인상 깊은 장면이 선거 막판에 나왔다. 이준석 모친이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기도 한 '어머니 김향자'는 이렇게 말했다. "준석이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날 때 아들 앞에서 내가 '힘들지' 하면 우리 아들이 무너지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아무 일 없는 듯 밥해주고…그리고 나와서 아파트 주차장에서 3시간을 울었다." 동영상을 보는 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난 '아들 이준석이'가 드디어 금배지를 달 것이라 예감했다. 인요한이 말했던가. 이준석은 부모 교육 잘 못 받았다고. 그 대목이 떠올랐다.홍콩 인근 심천에서 사업을 하는 중학교 동창 친구가 카톡 전화를 걸어왔다. 예의 한국 선거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이런저런 문답 끝에 동창이 대뜸 말한다. "난 이준석이가 이번에 꼭 됐으면 한다." 왜냐고 반문하니 "신세대가 정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무엇보다 이준석이가 양향자(삼성전자 출신)와 3시간 동안 나눈 반도체 대담에 매료됐다. 그 토론에는 정치는 없고 오로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치열함이 있다. 어느 정치인이 그런 지식을 현시점에서 보유하고 있는가." 내 친구는 성대 공대를 나온 공학도다.이준석을 싫어하는 성향의 사람들은 그가 '싸가지 없다'고 한다. "건방지게, 싸가지 없이", 이는 한국 사회 특유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버릇이다. 노총각 이준석은 성접대 논란에 올가미가 씌워져 방출됐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운 행보가 결정적이라는 것이 정설일 게다. 이준석은 '환자(patient)'는 서울(용산)에 있다는 도발적 발언까지 했다.지난해 연말 이준석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조건을 달았지만 탈당의 불가피함을 예고했다. 결행 날짜를 12월27일로 못 박았다. 정치를 시작한 날이라나. 난 그의 실패를 예감했다. 전직 당 대표가 기껏 '천아용인' 소수파로 뛰쳐 나가봐야 허허벌판일 텐데…수모를 감수하고라도 본진을 지키는 것이 정치의 실리인데….한 달 전 서울 가는 길에 경부고속도로 동탄을 지나쳤다. 허허벌판이던 이곳 화성시 동탄 신도시는 삼성전자를 축으로 천지개벽 된 곳이다. 고속도로 지하구간마저 생겼다. 이준석이 출마했다니 궁금증에 검색했다. 상대는 기자 경력에 현대차 사장 출신 공영운(민주당), 삼성전자 공학도 한정민(국민의힘). 만만찮은 구도였다. 노원구에서 3번 떨어진 이준석에게 이런 넋두리를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이라면 할 수 있는 일(선거운동)을 다 했어요." 그런 생각이 든다. 모든 걸 쏟아붓고도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됐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죽기보다 낙선이 더 싫다는 이준석의 당선, 아마 대한민국 모든 어머니에게 보내는 헌사(獻辭)일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낭만적인가. 논설실장박재일 논설실장
[단상지대] 삶의 정수에 다가가다
얼마 전 어떤 조직에서 경력변호사를 대거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았는데 조건이 좋았다. 신입도 아니고 경력인 데다가 내가 했던 일과 관련이 있어서 나는 관심을 가지고 공고를 읽었다. 지원자의 나이 조건이 40세까지이니 지원 가능 나이도 넉넉하고 적절하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글을 읽던 중 현실타격감이 왔다. 내 나이가 47세인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흥, 경력이면 50세까지는 뽑아야지.'며칠 후 나는 문득 오랫동안 미루던 조혈모세포 기증(골수 기증)을 결심했다. 예전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은 한 적이 있었는데, 조혈모세포 기증의 경우 입원해서 채취하고 회복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차를 알아보기 위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 등록은 '만 18세 이상 40세 미만의 건강한 사람'이라고 되어 있었다. 해가 바뀌어도 나는 똑같은데 내 나이의 숫자만 관용 없이 더해진다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졌고, 철없는 내가 이쯤 되면 삶의 지혜를 축적했을 것만 같은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나이가 든다는 것이 이렇게 억울한 생각도 들지만, 나이가 든다는 것의 장점도 종종 발견한다. 나이가 들면 유독 꽃 사진을 찍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아침에 아파트 거실에서 밖을 내려다보면 늘 비슷한 자리에서 운동하시는 어머님 아버님들이 보인다. 나는 주로 스쿼트를 하면서 밖을 보는데, 그분들의 직관적인 맨손체조나 스트레칭을 보면 웃음이 나서 자세가 무너지곤 했다. 하루는 독수리가 날개를 활짝 펴듯 팔을 펴고는 허리를 90도로 구부렸다 폈다 하는 것이다. 퍼득퍼득 거리면서. 날갯짓은 일정하고 엄숙했다. 그런 날갯짓 이외에도 온몸을 일정한 규칙 없이 배배 꼬는 운동도 하셨다.그런데 어느 날 나는 그 족보에도 없는 운동을 따라 해 보았다. 독수리가 날아오르듯 시동을 걸고 큰 날갯짓으로 퍼덕이며 상체를 접었다 폈다 했다. 이 근본 없는 몸짓은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여 유산소 느낌을 줌과 동시에 하체를 강하게 지탱하여 근력운동도 되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새가 나는 듯 명상효과와 마음의 평온까지 느껴졌다. 꽈배기처럼 배배 꼬거나 몸을 꿀렁거리며 예측하기 어려운 동작들을 정적으로 연결하는 이 직관적인 운동은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자극하여 피로를 풀고 스트레칭 효과가 있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앞뒤로 손을 손뼉 치거나 뒤로 가는 어르신들, 특이한 동작으로 몸을 푸시는 분들을 보면 '풋' 했는데 지금은 그게 삶의 정수에 다가가 있는 몸짓처럼 느껴진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내 근육을 푸는 것과 편안함만 추구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예전의 나는 놀기로 약속하면 맛있는 것 어떤 것을 먹을지 어디에 갈지 등 계획을 짰다. 무언가를 경험해야 할 것 같고 최대한 신나야 하고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놀았다고 생각되는 날은 자주 오지 않았고 그렇게 놀고 나면 놀아서 기가 털리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목적적이지 않은, 잔잔하고 무색무취한 그런 시간에도 '놀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좋을 때 걷거나 앉아 있는 것, 전통시장을 천천히 걸어 지나갈 때도 놀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하고 작고 평범한 것들, 다른 사람의 인정보다는 내 마음이 채워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이은미 변호사이은미 변호사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이스마일 하니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최근 확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 전쟁의 종전과 이스라엘 인질석방을 위한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이스마일 하니예(62)는 그 협상의 하마스 측 책임자다. 그는 지난 4월10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들 3명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입장이나 결의에 흔들림이 없다고 언명했다. 이스라엘은 그 아들들이 하마스 공작원이라고 했으나 그는 아들들을 순교자라고 치켜세웠다. 지금까지 그의 대가족 중 60명이 이스라엘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지난 공습에 아들들 외에 손자 셋도 함께 희생당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동포는 자유와 존엄성을 쟁취하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말도 했다.하니예는 2006년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총리가 되었으나 그 이듬해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었다. 그는 그 해임을 인정치 않았다. 그때부터 웨스트뱅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였으나 가자지구는 총리인 그가 통치하였다. 2014년 두 지역의 통합정부가 꾸려지자 그때 총리직을 내려놓았다. 그때부터 2017년까지 가자지구의 실질적 통치기구인 하마스를 이끈 사람도 그였으며 그 이후로도 정치국 의장으로 여전히 그 지역을 책임지고 있다. 2017년부터 그는 카타르 도하에 거주하고 있으나 가자지구의 참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일류호텔에서 생활한다고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이집트에서 땅굴을 통해 들어오는 상품에 20% 세금을 매김으로 많은 돈을 그러모아 가자시 경치 좋은 해변에 엄청난 땅과 여러 채의 주택을 사들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에 시행한 차기 대통령 적격자 여론조사에서 어느 지역에서든 현 대통령보다 몇 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송재학의 시와 함께] 복희
복희야,부르는 소리가 들린다차가운 바닥에 앉아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개가 일어선다개가 걷고 소녀가 따라 걷는다인기척을 느낀 소녀가 먼저 지나가라고 멈춰 서서개를 가만히 쓸어주고 있다희미한 달이 떠 있다모두 눈이 멀지 않고서는 이렇게 차분할 수 없다 남길순 '복희'개의 이름은 복희, 소녀는 개와 잘 연결되어 있다. 호수 주변의 길을 산책하면서 몸짓이 큰 복희와 어린 소녀는 자주 다른 사람을 위해서 멈추었다. 그때마다 소녀는 복희를 쓸어주고 있다. 복희는 소녀의 손길을 잘 받아주고 있다. "모두 눈이 멀지 않고서는 이렇게 차분할 수 없다"는 장면, 개와 소녀 그리고 호숫가와 달이 정물화처럼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커다란 개와 소녀는 낯선 풍경이지만 조금도 거슬리지 않으면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소녀를 따르는 우리의 개 복희는 소녀가 좋아하는 잔잔한 호수와 다르지 않다. 따뜻함이란 이처럼 비범하다. 사족, 희미한 달은 낮달일까 아니면 초저녁의 달을 가리키는 걸까.시인시인
[사설] 쓰레기 양산하는 선거홍보물…친환경선거로 전환 시급
제22대 총선이 극단적인 여소야대로 마무리됐다. 막말과 증오·겁박이 횡행하면서 양식 있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선거로 역사에 남게 됐지만 어쨌든 국회의원 배지의 주인공은 가려졌다. 위성정당 등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강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수십 년째 변화가 없다시피 한 선거홍보 방법 역시 발상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선거공보물을 비롯해 현수막·포스터 등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양이 엄청나게 발생하는 만큼 현행 공직선거법 개정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일단, 발생량이 너무 많다. 각 가정으로 배달되는 공보물은 후보자 별로 차이가 있지만 많을 경우 8면을 넘기기도 한다. 후보자가 많은 선거구에서는 공보물만 20장을 웃돌기도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8년부터 최근 5년간 치러진 각 선거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이 1만3천985t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1대 총선 때 사용된 현수막은 3만500여 장으로, 길이가 300㎞를 넘는다. 현수막 및 벽보 제작 때 상당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등 환경오염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 내에서도 친환경소재 사용과 온라인 홍보 강화 등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여전히 계류 중이다. 디지털 약자에 대한 대책이 포함된 온라인공보물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또 현수막 사용을 과감히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선거홍보 방식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선거홍보의 취지를 살리면서 환경까지 생각하는 공직선거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병원 떠났던 대구 수련병원 전공의 700여 명, 복귀 시점 마지날에도 '요지부동'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탄력받는 정부의 의료 개혁…남은 숙제는 전공의 복귀와 의사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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