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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되돌릴 수 없는 의대 증원, 언제까지 의사들만 따로 놀 것인가
이르면 이번 주에 각 의대 증원 규모가 정해지고, 이를 반영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도 확정될 전망이다. 각 대학의 모집 요강이 발표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대학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및 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며 의대생과 교수·전공의 등이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한 서울고법 행정7부의 지난 16일 판결에 기인한 것이다. 의료계는 서울고법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을 진중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판결문은 "의대생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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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국구 된 대구은행, 종국적 목표는 '밸류업'
대구경북을 대표해 온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마침내 전국구 은행인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정례회를 통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영업인가를 최종 의결했다. 이로써 시중은행은 현재 6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1967년 대구 상공인들의 뜻을 모아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대구은행의 야심 찬 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무엇보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첫 케이스여서 한국 금융업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와 함께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빨리는 대한민국 현실을 새삼 반추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축하를 받기에..
[사설] 들개가 되는 반려견, 물건 쓰다가 버리듯 해서야
반려동물 양육 인구 1천500만명 시대다. 이들 가구가 느는 만큼 버려지는 동물도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 해 전국에서 유기되는 반려동물은 13만 마리가량이다. 이 가운데 반려견이 70%를 웃돈다. 유기견의 경우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구조·포획을 위해 출동한 경우가 1천400건으로 전년 대비 24.1% 늘었다. 처음 키울 때야 가족처럼 여기고 애정을 쏟는다. 하지만 나중엔 질병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원거리 관광지 등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인이 장기간 집을 비운 사이 외부로 나가 길을 잃고 유기견 신세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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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투표율 50·70%가 만드는 전혀 다른 세상
#'D-30 다섯 장면'의 결말=4주 전 'D-30 다섯 장면'이란 글에서 투표일 30일 전 주목할 다섯 장면을 소개했다. 결말은 이렇다. 당시 민주당 공천 잡음에 힘 잃은 '정권 심판론'(1장면)은 완벽히 부활했다. 스스로 걸어 나와 정권 심판론에 불붙인 건 대통령이다. 이종섭·황상무 악재에도 마이웨이를 고집한 게 역전의 빌미를 줬다. 사퇴로 봉합을 시도했지만 제궤의혈(堤潰蟻穴), 개미굴이 둑을 무너뜨린 뒤였다. '민주당 분열'(2장면)이 대형 악재가 되리란 예상은 진보의 기우로 끝났다. 이낙연도, 조응천·김영주도 위협적 존재가 되지 못했다. '조국 신당'(3장면)은 최대 돌발 변수가 됐다. 윤석열도 이재명도 싫어 망설이던 유권자들이 목을 적실 시원한 우물이 돼 부동층을 가두고 있다. 피의자 조국의 부활은 양가적(兩價的)이지만, 그가 지지율을 다 까먹던 민주당에 기사회생의 일등 공신이 된 건 전적으로 '세렌디피티(serendipity·뜻밖의 행운)'의 요행이다. '조국 현상'은 조국의 공(功)이기보다 윤 정부에 대한 응축된 실망과 분노의 결과다.한때 국정 지지율 도약의 제1 지렛대였던 '의대 증원'(4장면)은 '의·정 갈등'으로 프레임 전환돼 여당에 부메랑 되어 돌아왔다. 대통령의 느닷없는 대국민 담화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보수 일각에서 '존재하는지조차 애매한 중도층'(5장면)이라 폄훼한 건 완전 오판이다. 여론조사에서 4%포인트 내 접전지가 전국 16곳(조선일보), 박빙 경합지가 49(민주당)~55곳(국민의힘)이나 된다. 4년 전에도 5% 내 승패가 난 게 40곳, 10% 내로 넓히면 79곳이었다. 야당에 경도된 중도층의 존재를 부인하고 싶겠지만, 살얼음판의 캐스팅보터는 늘 그들이었다.#D-5 마지막 변수=모든 변수가 소진된 지금, 남은 건 '투표율'이다. '반드시 투표'(77.7%), '가급적 투표'(17.3%·미디어토마토·4월2일 발표)를 합쳐 무려 95%가 투표 의향을 가졌다는 건 현실적이진 않다. 다만 그 열기만큼은 심상찮다. 가장 높았던 21대 투표율(66.2%)은 깨질까. 오늘, 내일의 사전투표율이 30%(21대 26.7%)를 넘기면 70% 초반도 넘볼 수 있다고 한다. '샤이 보수'가 많은 건 위기에 처한 보수의 기회 요인이다. '간절함'이 승패를 가른다.민주당이 승리한 2004년(투표율 60.6%·152석), 2016년(58.0%·123석), 2020년(66.2%·180석) 모두 60% 안팎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보수 정당이 이긴 2008년(46.1%·153석), 2012년(54.2%·152석)은 50% 안팎에 머물렀다. 민주당은 매직넘버를 '65%'로 잡았다. '투표율이 63∼65% 나오면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고, 53% 안팎에 그치면 여당 의석이 늘어날 것'(이강윤 전 KSOI 소장)이라 한다. '투표율 68% 넘으면 여당 100석 아래로 떨어진다'(김준일 시사평론가)는 근거가 궁금한 논평도 등장한다. 반론이 만만찮다. 마음 못 정한 유보층 비율의 경우 교차투표에 익숙한 2030이 다른 연령층보다 2~5배 많다. 여당이 만회할 유일한 변수는 '60대 이상의 아주 높은 투표율이다.'(김진·보수 패널) 2030 유권자를 합친 것보다 60대 이상 유권자 수가 더 많아진 첫 선거. 단순 투표율보다 세대별 투표율에 더 주목할 이유다.논설위원논설위원
[자유성] 식목일의 재해석
오늘(5일)은 제79회 식목일. 올해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나무 심지 않는 식목일을 보낸다. 지구 온난화로 식목일에 나무 심기에는 기온이 너무 높아, 대구를 비롯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미 3월에 나무 심는 행사를 가졌다. '식목일을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복되는 질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1946년 제정된 식목일은 일제 침탈로 황폐화된 우리나라 산림을 다시 가꾸려는 목적이 분명했다. 게다가 4월5일은 조선 시대 성종이 직접 논을 경작한 날이어서 역사적 의미도 있다. 날씨 또한 1946년 4월 초는 묘목 심기에 적합했다. 그래서 2006년 기념일로 변경되기 전까지는 공휴일로 지정돼, 나무 심기가 전 국민적인 행사로 치러졌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4월5일은 더 이상 나무 심기에 적합하지 않은 날이 됐다. 2~3월이 묘목 시장의 성수기가 된 지 오래다. 자연스럽게 식목일을 변경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UN이 정한 '세계 산림의 날'인 3월21일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3월21일을 '온난화 식목일'로 지정해 행사를 갖는 환경단체도 있다. 식목일을 3월21일로 변경하자는 산림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으나, 법안 소위에 상정되지는 못했다.식목일 변경만큼 의미 있는 주장은 식목일의 의미를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다.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려는 식목일의 당초 목적은 이미 달성됐다. 나무는 탄소를 줄여 지구 온도를 낮추는 기능을 한다. 탄소 중립 실현과 지구 온난화 방지에 중요한 방책이 나무 심기다. 식목일은 나무심기로 기후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날이기도 하다. 김진욱 논설위원
[사설] 오늘부터 총선 사전 투표…유권자가 낡은 정치 심판해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오늘(5일)부터 내일까지 이틀간 실시된다. 투표소는 대구(150곳)·경북(323곳)을 비롯해 전국 읍·면·동마다 1곳씩 마련돼 있다. 유권자는 전국 어디든 투표하기 편한 곳에 들러 한 표를 행사하면 된다. 사전투표제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됐다. 당시 11.5%이던 사전 투표율은 4년 전인 21대 총선에서 26.69%, 2년 전 대선에선 36.9%까지 치솟았다. 사전투표가 선거의 결정적 변수가 될 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다. 적극적 지지층이 몰릴 것으로 보이는 사전투표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공산이 크다.2024년 총선의 전반적 수준을 평가하자면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국가와 지역 미래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고 상대 흠집내기와 포퓰리즘 공약만 난무하고 있다. 또 정의를 부르짖는 범죄 피의자를 비롯해 막말과 부동산 투기로 국민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부도덕한 후보들도 적지 않다. 이는 정치 혐오와 선거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은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길 것으로 점쳐진다.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여야의 사활 건 싸움에 지지층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결집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실시된 재외국민투표에서도 역대 최고의 투표율(62.8%·등록유권자 대비)을 기록했다.여야는 서로를 심판하겠다지만 진짜 심판해야 하는 건 구닥다리 불량 정치다. 4년마다 실시되는 총선이 가장 좋은 기회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책무이기도 하다. 유권자도 3류 정치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바른 주권행사가 없으면 낡은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
[사설] 대구신공항 이전 성공하려면, 국제노선 축적이 병행돼야
군위·의성에 입지할 대구경북신공항을 향한 절차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이어 K2기지 이전 및 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을 전담할 특수목적법인(SPC) 설립도 가시화되고 있다. 신공항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하드웨어 작업도 중요하지만, 공항의 소프트웨어인 노선 확보 또한 핵심 과제이다.현 대구국제공항은 코로나 팬데믹 직전까지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100만명대에 머물던 연간 공항이용객은 2019년 467만명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지역 중추공항 수준에 근접했다. 반면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국제노선이 폐쇄되면서 위기에 휩싸였다. 지난해 329만명으로 회복됐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 사이 경쟁공항이라 할 부산 김해공항은 지난해 이용객이 1천300만명을 돌파했고, 충청권 청주공항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국제노선 경쟁에서 대구국제공항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확정한 올 하계시즌(3월31일~10월26일) 국제선 정기편에서도 대구공항은 일본 태국 타이베이 등 고작 6개국, 9개 노선에 불과하다. 노선은 지난 동계시즌보다 오히려 2개 줄었고, 전체 편수도 주 182편(왕복)에서 171편으로 축소됐다. 코로나 이후 노선 회복률도 42%로 전국 평균 98%에 비해 크게 열세다.세계 각국의 국제공항은 노선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활주로와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노선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대구국제공항은 최대한 국제노선을 많이 축적한 상황에서 신공항으로 옮기는 것이 유리하다. 한번 확보된 노선은 하늘길이 되고 이용객들의 통행 습관으로 정착된다. 국제공항은 다양한 루트와 시간대, 정시성이 생명이다. 이 점을 대구시도 유념하길 바란다.
[사설] 사이버 도박에 빠진 청소년, 원천 차단할 안전장치 절실
청소년들이 불법 사이버 도박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이버 도박은 청소년에게 마약·음주 못지않게 심신에 큰 해를 끼친다. 대구경찰청은 청소년 대상 불법 사이버 도박을 집중 단속해 모두 111명을 검거, 3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구속된 피의자 가운데 도박사이트 총판 역할과 도박 수익금 전달에 관여한 청소년(1명)도 있었다니 망연자실케 한다. 청소년들이 사이버 도박에 빠져 있는 현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안타깝고 위험천만하다.청소년이 사이버 도박에 빠지는 경로는 대개 친구와 인터넷 광고다. 성인에 비해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단순한 호기심에 관련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자제력을 잃고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도박 중독의 부작용은 실로 크다. 학업에 지장을 주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청소년기 인성을 제대로 함양할 수 없다. 나아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 등 다른 범죄의 길로 빠질 수도 있다. 심지어 디지털 성범죄·보이스피싱·마약 등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그 폐해는 걷잡을 수 없다.청소년 사이버 도박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허물 수 있는 행위다. 가정·학교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서 뿌리 뽑아야 한다. 때마침 대구경찰은 대구시교육청과 함께 청소년 사이버 도박 근절을 위해 가정통신문·홍보영상물 배포 등에 나섰다. 부모와 교사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보다 효과적이고 강력한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사이버 도박에 원천적으로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책은 아무리 강화해도 지나침이 없다.
[기고] 현명한 유권자가 정치발전 견인한다
정치는 시민들의 삶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노력과 맞닿아 있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정치 감각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 발탁이 중요하다. 유권자들이 국민주권을 되새기며 능동적 정치 참여를 해야 할 이유다. 또한, 선거를 통해 국민 의사가 효과적으로 반영돼야 민주주의 정당성도 확보될 수 있다.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인사권을 행사할 총선이 다가왔다. 투표를 통한 시민들의 의사결정은 공적 영역에 속한다. 모든 일의 근간이 사람에게 있다는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시사하듯, 유권자들은 원칙을 갖고 후보자의 능력을 판단하여 적합한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기업이나 정부 인사에서 지연, 학연 등에 얽매여 선심성 인사를 한 경우 비난의 대상이 되곤 했다. 이런 비평은 총선에서 유권자의 투표 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 세금으로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사심이 개입되고 분위기에 휩쓸려 거수기 역할을 한다면 동일 잣대로 비난받을 수 있다. 그릇된 판단을 하거나 남의 일처럼 무관심을 보인다면 불공정하고 무능한 유권자라는 지적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선거를 집안 곳간 열쇠를 맡기고 대소사를 결정하는 일로 생각한다면 한 표의 무게가 가볍지 않을 것이다.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른다. 누구나 원하는 대리인을 선출하거나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인물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책임 있는 공적 투표 행위가 요구된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삶과 직결된 후보자의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천할 수 있는 정책인지를 판단하려는 주도면밀한 태도가 요구된다. 이슈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은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책 개발 경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선거 후에도 공약 이행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 활동을 수행한다면 일하는 정치문화를 만들 수 있다.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흔들림 없는 유권자의 판단이다. 나름의 원칙과 명분을 갖고 우리를 대표할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나 동정 뉴스들은 참고의 대상이지 후보자를 판단하는 본질적 내용일 수 없다. 단편적 결과를 보여주는 여론조사나 조그만 실수나 해프닝을 침소봉대하는 미디어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내용에는 주관적 측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하지만 사람들의 인식과 판단에 미치는 미디어의 영향은 적지 않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려면 다양한 매체 이용이 중요하다. 특정 성향의 미디어만을 이용한다면 근시안적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견해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관점들을 비교하려는 열린 자세가 현명한 판단을 낳을 수 있다.정치에 누적된 불신과 불만의 출발점을 명확히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좀 더 현명한 투표를 했다면 어떠했을까 자문해 보았으면 한다. 그동안의 투표 행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적합한 인물을 선출하여 정치에 대한 신뢰가 늘어나고 성숙한 민주 국가로 나아가는 총선이 되길 기대한다. 구교태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구교태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기고] 제22대 총선, 신뢰의 선거문화를 만들자
사람은 객관적 사실을 믿고 싶은 게 아니라 믿고 싶은 걸 믿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인지오류를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확증편향에 따른 대립과 불신의 양극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심각한 양극화 상황은 외국의 저명한 연구기관에서 발표하는 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레가툼에서 매년 조사 발표하는 세계번영지수인 '레가툼 번영지수'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의 종합 순위는 조사대상 167개국 중 29위로 상위권이지만, 평가항목 중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 지수 순위는 107위로 종합 순위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여러 동남아국가에 비해서도 하위권에 있다. 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2023년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서 평균 8.09점을 얻어 167개 국가 중 22위에 올랐다. 5개 평가항목별 점수(선거과정과 다원주의 9.58점, 정부기능 8.57점, 정치참여 7.22점, 정치문화 6.25점, 시민자유 8.82점) 중 선거절차의 공정성을 나타내는 선거과정과 다원주의 항목은 최상위 점수를 받았지만, 민주주의를 뒷받침할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결속력 등을 주로 반영하는 정치문화의 점수는 다른 항목 중 가장 낮았다. 문제는 국·내외적으로 알려진 이런 편향적 양극화가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SNS 등에서 선거에 대한 불신과 부정선거 의혹제기 등으로 여론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제21대 총선과 관련하여 총 126건의 선거소송이 제기되었지만, 작년 8월 말 해당 소송들은 대법원에서 기각 95건, 각하 8건, 소 취하 등 23건으로 1건도 인용되지 않고 모두 의혹 제기자인 원고의 패소로 종결됐다. 지난 제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최종판결을 계기로 더 이상의 소모적인 부정선거 의혹제기가 해소되기를 기대했지만 아직까지도 각종 유튜브나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사법적 판단까지도 부정하며 이에 승복하지 못하고 거짓된 정보를 통해 과거의 선거들이 지속적으로 부정선거라고 주장을 하고 있고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선거불신을 조장하는 부정선거 의혹제기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선거의 정당성을 훼손하여 민주주의 제도를 위협하는 행위이다. 선거관리 절차의 하자나 의혹을 짚어내고 바로잡는 것은 선거인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막연한 의혹 제기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사회통합기반 강화 등 정치적 차이를 정당한 것으로 수용해 갈등과 문제해결을 하는 사회적 자본인 신뢰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이에 우리 선관위는 지난 대선 때의 사전투표관리 부실을 만회하고 앞으로 불필요한 오해나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거관리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개표과정에 수검표절차 추가, 사전투표용지 일련번호 등 표기를 1차원 바코드로 변경, 사전투표함 등 보관장소 CCTV 상시공개, 선거정보시스템의 안정성과 보안성 강화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하였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혹시나 편향적으로 선거부정이나 불신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는 성숙된 민주의식을 통해 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 없이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편향적 생각으로 책임감 있게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선거사무종사자들을 부정적 시각으로 감시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선거의혹을 제기한다면, 선거제도를 아무리 정교하게 다듬어도 사회적 비용만 증가할 뿐 결국에는 끝없는 불신과 의혹 제기의 굴레 속에 빠져 민주주의 발전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김영도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김영도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더 나은 세상] 사무실 이웃 까치
몇 주 전 일이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 건물 남쪽 끝 방을 쓰는 동료가 보여줄 게 있다며 자기 방으로 와 보란다. 동료는 햇살이 너무 잘 들어 컴퓨터 화면이 잘 안 보인다고 내려둔 창문 롤스크린 줄을 마치 비밀 문을 여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당겼다. 창문 밖으로 나뭇가지가 삐죽삐죽 뻗쳐 있는 게 보였다. 롤스크린을 다 올리자 5층짜리 건물 4층 높이에 수직으로 걸린 간판 옆으로 수많은 나뭇가지가 얼키설키 그러나 탄탄하게 엮인 모습이 드러났다. 처음엔 감이 오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 목을 빼고 보면 좀 더 잘 보일 것 같은데, 이 건물 창문은 환기를 위해 15도 정도만 열리게 돼 있어 그럴 수도 없었다. 한참을 보는데 마침 까치 한 마리가 간판 뒤쪽으로 살짝 넘어가더니 시야에서 사라진다. 어머, 그럼 저건, 까치집? (나중에 알고 보니 까치집 입구가 간판 뒤쪽에 있었다) 세상에나. 건물 외벽과 간판 사이 공간에 까치가 집을 지었다. 동료 방에서는 까치집 한쪽 면만 보이기에 위에서 내려다보면 전면이 다 보일까 해서 건물 옥상에 올라가 봤는데 옥상 벽이 높아 아래가 보이지 않았다.(안전을 위해서는 그 정도 높이는 필수겠지). 건물 밖으로 나가 이쪽저쪽으로 둘러봤지만 까치집이 높아 잘 안 보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평소 동물에 별 관심이 없는 나지만, 아무런 접착제도 없이 벽과 간판 사이 빈 공간에 나뭇가지들만으로 어떻게 저리 안정된 요람을 만들 수 있는지 너무 신기해서 까치에 '급관심'이 쏟아졌다. 그날 이후 시간만 나면 까치와 까치집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곤 했다. 헌신적인 다큐 감독들이 찍은 영상들은 나의 궁금증을 기대 이상으로 해소해 주었다. 까치는 집을 짓는 데 약 1천개 정도의 나뭇가지를 쓴다고 한다. 인간처럼 운반 도구가 있는 것도 아니니 한 번에 하나씩 적어도 천 번 이상은 오간다는 얘기다. 까치집 입구는 까치 한 마리가 날개를 완전히 접고 몸을 홀쭉하게 만든 상태로 들어가야 할 정도로 작다. 입구를 좀 넓게 만들면 드나들기 편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하 다른 침입자를 막기 위한 방책임을 금세 깨닫는다. 까치집 외관은 나뭇가지만으로 엮여 있어 거칠지만, 안쪽은 진흙과 보드라운 풀을 짓이겨 안락하고 포근하게 만들어 집이 2중 구조다. 동물 중에서 탁월한 건축가 수준이라고 한다. 까치는 1~2월 겨울에 집을 짓고, 봄에 알을 낳고 부화한 뒤 새끼가 둥지를 떠나면 그 집을 다시 쓰지 않는다고 한다. 알을 낳아 부화하는데 18일, 새끼가 둥지를 떠나는데 22~27일, 도합 40~50일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집을 짓는다. 그동안 동영상 등으로 쌓은 지식에 의하면 까치는 지금 이 무렵 알을 낳았을 가능성이 크다. 동료는 아직 새끼 까치 소리는 안 들리지만 까치 부부가 둥지에 더 자주 드나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창 부화 중일까. 설렌다. 새끼 까치 소리를 듣는 날을, 마침내 둥지를 떠나는 아기 까치들을 마주할 행운이 올까. 세상은 점점 더 각박해지는 것 같지만, 까치는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을 저렇게 집을 짓고 알을 낳고 부화시켜 새끼를 키우며 살아왔다. 생각해 보니 자연과 생명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기만 하면 평소 잊고 있던 경이로움을 안겨줄 준비가 항상 되어 있었다. 해마다 오는 봄이지만 새순이 돋고 꽃이 피면 매번 새삼스러운 감탄을 자아내지 않는가. 올해는 까치의 이웃이 되기까지 했으니 이 봄에 뭘 더 바라랴 싶다.정혜진 변호사정혜진 변호사
[박규완 칼럼] 진부한 클리셰는 이제 그만
#1 김난도 서울대 교수 등이 매년 출간하는 소비 트렌드 전망서 '트렌드 코리아'는 이미 스테디셀러다. 지난해 10월 나온 16번째 책 '트렌드 코리아 2024'의 첫 번째 트렌드는 '분초사회'. 시간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세태를 투영했다. 빠른 재생 속도로 영상을 보는 것도 분초사회의 단면일 것이다. 두 번째 트렌드 '육각형 인간'은 완벽한 인간을 말한다. 꽤 논쟁적이다. 예컨대 '육각형 아이돌'이라면 노래·춤·외모는 물론 학벌·집안·성격까지 좋다는 식이다. 세 번째 트렌드는 '호모 프롬프트'. AI 시대에도 인간의 역할과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저자의 시각이 깔려 있다. 트렌드에 뒤처진 곳이 정치 분야다. 표심 구애작전도 변죽만 울린다. 진부한 클리셰를 반복한다.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를테면 감세 포퓰리즘 따위다. 여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확대 등 일련의 감세 공약을 줄기차게 제시했다. 하지만 민심은 요지부동. 좀처럼 판세 반전의 동력을 마련하지 못한다. 베네수엘라식 선심 정책이 더는 먹히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이슈를 던져야 여론이 요동친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 같은 파격 제안이 민심 포획의 한 방법이다. 트렌드 불감증이 민주당이라고 다르랴. 중국에도 대만에도 "셰셰" 하라고? 이재명 대표는 중국의 갑질 행태와 우리 국민의 반중정서를 정녕 모르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칠십 평생 이렇게 무능한 정부는 처음 본다"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는데 문재인 재임 5년 동안 나랏빚이 400조원 늘었고 부동산이 폭등하지 않았나. "정치를 개같이" "나베는 밟아야" 아류의 거친 언설 역시 정치를 저급하게 할 뿐이다. 미셸 오바마 여사의 경구가 문득 떠오른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이 저열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2 처칠은 "민주주의는 다른 제도에 비해 덜 나쁠 뿐이지 아주 나쁜 제도"라고 비판했고, 루소는 저서 '사회계약론'에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질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의정치는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차선의 대안임에 틀림없다. 대의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다. 선거(選擧)는 글자 그대로 고르는 일이다.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란 명언을 남겼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란 뜻이다. 민주주의 또한 선택으로 점철(點綴)된다. 이번엔 총선이다. 4년을 좌우할 선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에 따르면 후보 선택의 고려 사항으로 인물·능력, 정책·공약, 소속정당이 각각 29% 안팎으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대구경북과 호남은 '정당을 우선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정당 우선? 진부한 클리셰다. 정당 깃발만 보면 편법대출로 부동산 시장을 교란한 양문석 후보, 김준혁 같은 막말 후보를 걸러내지 못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비만 고양이' 정치인의 관성을 끊어낼 수 없다. 정치권의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음) 행태도 바루지 못한다. '선택의 기술'이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다. 그 '정치적'에 내재된 함의 중 하나는 '지혜로운 선택'일 게다.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적' 은유에 부합하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논설위원논설위원
[사설] 유연해진 정부…이젠 전공의들이 돌아올 차례다
정부가 의대 정원과 관련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일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의대 증원 정책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2일에는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은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도 했다.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방침 포기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윤 대통령이 전공의들을 만나고 싶다는 것에 대한 전공의들의 통일된 의견은 아직 없다. 대통령이 전공의들과의 대화를 제의한 만큼 전공의들도 '의대 증원 2천명 백지화'를 대화의 전제 조건을 달아서는 안 된다. 동시에 하루라도 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전공의들이 환자를 돌보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이야기할 때, 환자와 일반 국민이 그들의 주장을 경청하게 될 것이다. 의사들은 환자 곁에 있을 때 빛이 나고, 그들이 내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지 7주가 지나면서 정부 대책에 대한 불만이 쌓이지만, 의사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료계는 직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의사들은 그들을 대체할 인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환자 곁을 떠나는 초강수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켜 왔다. 그 결과 고소득과 직업 안정성을 유지해 왔다는 사실을 국민은 잘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의사들의 직역 이기주의에 국민이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국민이 많다. 의사가 정부를 이긴 적이 있다 하더라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병원 떠났던 대구 수련병원 전공의 700여 명, 복귀 시점 마지날에도 '요지부동'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탄력받는 정부의 의료 개혁…남은 숙제는 전공의 복귀와 의사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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