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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되돌릴 수 없는 의대 증원, 언제까지 의사들만 따로 놀 것인가
이르면 이번 주에 각 의대 증원 규모가 정해지고, 이를 반영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도 확정될 전망이다. 각 대학의 모집 요강이 발표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대학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및 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며 의대생과 교수·전공의 등이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한 서울고법 행정7부의 지난 16일 판결에 기인한 것이다. 의료계는 서울고법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을 진중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판결문은 "의대생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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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국구 된 대구은행, 종국적 목표는 '밸류업'
대구경북을 대표해 온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마침내 전국구 은행인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정례회를 통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영업인가를 최종 의결했다. 이로써 시중은행은 현재 6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1967년 대구 상공인들의 뜻을 모아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대구은행의 야심 찬 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무엇보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첫 케이스여서 한국 금융업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와 함께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빨리는 대한민국 현실을 새삼 반추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축하를 받기에..
[사설] 들개가 되는 반려견, 물건 쓰다가 버리듯 해서야
반려동물 양육 인구 1천500만명 시대다. 이들 가구가 느는 만큼 버려지는 동물도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 해 전국에서 유기되는 반려동물은 13만 마리가량이다. 이 가운데 반려견이 70%를 웃돈다. 유기견의 경우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구조·포획을 위해 출동한 경우가 1천400건으로 전년 대비 24.1% 늘었다. 처음 키울 때야 가족처럼 여기고 애정을 쏟는다. 하지만 나중엔 질병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원거리 관광지 등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인이 장기간 집을 비운 사이 외부로 나가 길을 잃고 유기견 신세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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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프로야구 오심 은폐 논란, 재발 방지 위해 일벌백계 마땅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4시즌부터 야심 차게 도입한 ABS(자동 투구 판정시스템) 운용과 관련, 심판진의 오심에 이은 은폐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도덕성과 공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ABS 자체의 기술적 완성도 문제와는 별개 사안이다. 심판이 경기를 지배하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볼 판정을 두고 벌어지는 선수·감독과 심판 간의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경기진행을 도모한다는 도입 취지를 한순간에 무력화시키고 불신의 판을 키운 행위다.눈과 귀를 의심케 한 장면은 지난 14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NC 경기 3회 말 2사 1루에서 삼성 이재현 타석 때 나왔다. 주심은 2구째 공을 볼이라고 콜했지만, ABS는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NC 측의 항의에 심판진 4명이 모여 논의하는 과정에서 "음성은 볼로 들었다고 하세요. 우리가 빠져나갈 건 그거밖에 없는 거예요"라며 오심을 기계 탓으로 돌리려는 은폐정황이 고스란히 방송을 타면서 파문이 일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물론, 중계를 지켜본 수많은 팬들을 우롱한 처사다.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KBO는 해당 심판들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경위서를 제출받은 뒤 엄정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하면 부질없다. ABS 역시 시행 초기여서 선수들 사이에서 볼 판정 일관성 등 일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재미도 중요하지만, 공정한 판정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도입한 ABS를 심판이 오심과 은폐로 얼룩지게 했다는 사실은 용납이 안 된다. 프로야구 발전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일벌백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설] 민심·민생 강조한 윤 대통령, 야권과의 협치도 중시하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대(對)국민 메시지에 이어 민심을 경청하고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한 것이다. 범야권 192석, 여당 108석이라는 성적표로 드러난 민심을 경청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은 원론적이라 하더라도 매우 바람직하다. 이번 총선 결과는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과도 소통하고 야당과는 협치하라고 내린 유권자의 명령이기도 하다. 그런데 협치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은 매우 아쉽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회와의 협력을 강조하기는 했다. 국회와의 협력은 제 1야당인 민주당과의 협력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며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우리 미래에 비추어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누가 봐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 과정에서 언급한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을 공격한 것이다. 불통 정권에게 경고한 총선 결과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굳이 압승한 야당의 대표를 공격할 이유가 없다. 모두발언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앞으로 있을 비서실 및 내각의 인적 개편 때 보완해야 한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여당과 200석을 넘기지 못한 야권이 협력하지 않으면, 여야는 지난 2년처럼 대치하며 보낸 세월을 앞으로 3년간 더 맞아야 한다.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간다.
[영남시론] 포항지진 정신적 피해, 일괄 배상 안 되나?
큰 지진을 한번 경험하게 되면 '쿵' 하는 소리나 작은 진동에도 놀라는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심할 경우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필자도 2017년 포항지진을 겪으면서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지진이 가져다주는 공포가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최근 대만과 미국 뉴욕에서 각각 발생한 규모 7.4와 4.8의 지진은 아마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특히 22년 동안 한 번도 지진을 경험하지 않은 뉴욕시민들의 두려움과 공포는 상당했을 것이다. 이들 지역 외에도 올 들어 일본 등 지구촌 곳곳에서 큰 지진이 잇따르면서 포항지진 역시 자연스레 소환되고 있다.포항지진은 지열발전사업을 하다 발생한 촉발지진으로 결론 났다. 시민들은 정신적 피해가 컸다며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포항지진 피해 소송인단 규모는 최종 집계 결과, 49만9천881명에 이른다. 지진 당시 포항시의 주민등록인구가 51만9천581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시민의 96%가 참여한 셈이다. 소송비용이 1인당 3만원인 만큼 15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고, 배상액도 1심 판결 기준으로 1조~1조5천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포항지진 소송은 원고인단의 규모는 물론 참여변호사, 배상액 등 규모 면에서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집단소송으로 기록될 전망이다.포항지진 소송의 1심 판결은 지진 등 재해를 국가배상으로 처음 인정한 판결이었지만 지금으로선 향후 재판 결과를 단정 짓기 어렵다. 이 때문에 포항지진 소송의 2라운드인 항소심이 언제 시작돼 어떻게 마무리될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변호인단 측은 5년 정도 걸린 1심보다 항소심이 상대적으로 짧을 것으로 예측하면서 1년6개월은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법원까지 간다면 진짜 언제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포항시와 정치권 등에서 주장하고 있는 정부의 일괄 배상안은 과연 실현 불가능한 것인지 강한 의문과 함께 궁금증이 커진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포항지진 수사 결과가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정부 주도로 진행된 조사결과와 이번 수사결과의 결이 같은 방향으로 나온다면 '정부 일괄배상'도 가능해진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19년 3월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 감사원도 2020년 4월 포항지진에 앞서 전조 격으로 3.1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유발지진 여부 확인과 지진위험도 분석 등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국책사업을 하다 빚어진 인재(人災)라고 못 박았다.검찰 수사가 이처럼 정부 책임론(論)에 무게가 실린다면 포항시민들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와 일괄배상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 이럴 경우 정부의 포항지진 피해 위자료 소송은 당연히 포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정치권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된다. 22대 국회 원(院) 구성이 마무리되면 '포항지진특별법'을 개정, 일괄 배상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검찰 수사결과가 소송을 끝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2019년 11월 시작된 검찰 수사는 4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정부조사단과 감사원 감사 그리고 법원의 민사 재판(1심) 결과까지 나온 만큼 검찰의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가 요구된다. 49만명의 포항시민들이 이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자유성] 용인 이상식
4·10 총선 때 관심을 가졌던 것 중 하나는 경기도 용인갑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후보의 당선 여부다. 4년 전 그는 대구 수성구을 선거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적이 있다. 민주당의 험지 중에 험지인 대구에서 낙선한 인사가 용인으로 옮겨 당선됐으니 여러 정치적 해석이 나올 만하다.이 당선인이 2022년 3월 민주당 용인시장 후보 경선을 위해 대구를 떠나면서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은 대구를 바라보는 진보정치인의 현실적인 고뇌가 담겨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다시 찾아서 보니 이렇게 적혀 있다. "아무리 큰 뜻을 품은 들 그 뜻을 펼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저는 더 이상 불확실하고 불가능한 것들에 제 미래를 걸지 않기로 했습니다."대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당선되는 것은 불확실하고 불가능한 것이어서, 대구를 떠나 자신의 미래를 열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는 대구를 떠나 용인에서 당선됐지만, 이번 총선에도 여전히 대구 그리고 경북에 남아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한 인사들이 있다. 이들에게도 대구와 경북에서의 당선은 불확실하고 불가능한 것이었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마한 것은 이번에는 달라질 것이란 기대 때문일 수도 있고, 지역주의를 극복해보려는 충정일 수도 있다. 이 당선인의 SNS에는 이런 말도 있다. "때가 되면(그때가 오기를 너무나 열망합니다) 다시 여러분 곁으로 돌아오겠습니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용인갑 지역구 의원으로 뛰면서, 대구발전을 위한 법안 통과나 예산 편성을 도와준다면 사실상 대구로 다시 돌아온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김진욱 논설위원
[기고] 특명! 대형산불로부터 '송전선로'를 지켜라!
따뜻하고 건조한 계절인 봄이 다가왔다. 산에는 하나둘씩 아름다운 꽃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새로운 계절이 왔음을 알린다. 하지만 봄철은 산림이 울창해지는 만큼 건조한 날씨와 함께 등산객 증가, 국지적 강풍 등으로 대형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다. 대표적인 대형산불은 2022년 3월 경북 울진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약 630만평의 면적이 소실됐다. 주불 진화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최악의 산불(10일, 213시간)로 기록됐다. 특히 울진군은 동해안 지역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초고압 76만5천V 송전선로가 통과하는 곳이다. 블랙아웃(대정전)을 막기 위해 당시 한국전력공사의 많은 직원들이 밤낮으로 사투를 벌였다.국가 에너지 기반 시설인 송전선로의 약 77.4%는 산악지역에 설치돼 있다. 송전선로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의 1차 수송 통로 역할을 한다. 만약 송전선로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광역 정전을 초래할 수 있다. 고품질 전기의 안정적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한국전력공사가 산불에 대해서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따라서 대구시를 비롯해 포항, 경주 등 6개 시·7개 군에 전력을 공급하는 '한국전력공사 대구본부'에선 산불로 인한 설비 피해를 예방하고자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우선 한국전력공사 대구본부는 산불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3∼5월 9주간 '산불 피해 예방 비상대책 특별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간에 송전선로 인근 산불 발생 우려 지역의 현장 순시를 강화한다. 산불 대응에 취약한 휴일 및 야간시간에 약 150명의 인원이 비상근무를 서서 신속 대응 체계를 상시 구축하고 있다. 또한 비슬산, 운재산 등 송전선로가 많이 분포된 주요 등산로에선 산불 예방 캠페인을 시행할 예정이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등 관련기관과의 협력체계도 구축했다.이 외에도 한국전력공사는 산불로부터 송전선로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전력설비 보호 이유뿐만이 아니라 소중한 문화유산·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산불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제 2005년 강원도 양양군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문화유산인 낙산사 대부분이 소실됐다. 산불로 피해를 본 자연환경을 복구하는 데에는 짧게는 30년 길게는 10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산불은 예방이 최우선이다. 대부분 산불이 잠깐의 설마 하는 방심과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허용된 지역 외에선 캠핑 활동을 자제하고, 산불 발생위험이 높은 시기엔 입산통제구역 출입 금지, 산행 시 라이터·성냥 등 인화성 물질 소지 금지,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 소각 금지 등 작은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예방할 수 있다. '산불예방'은 이제 전 국민이 실천해야 한다. 윤태형 (한국전력 대구본부 송전운영부 차장)윤태형 (한국전력 대구본부 송전운영부 차장)
[기고] 건강보험공단의 특사경 도입으로 국민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 중 세계적으로 관심과 칭찬을 받는 제도는 건강보험이다. 건강보험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보았듯 국민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든든한 사회안전망으로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낸 보험료로 운영한다. 근데 건강보험료를 아무리 많이 내더라도 지출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건강 보험의 지출관리를 위협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무장병원이라 불리는 불법개설기관이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사, 약사 또는 법에서 정한 법인이 아니면 병·의원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불법개설기관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등에 본인 돈을 투자해 개설 자격이 있는 의사와 약사 명의를 빌리거나 비영리법인으로 가장해 의료기관 또는 약국을 개설·운영하면서 그 수익을 취하는 형태다. 하지만 아무리 사무장병원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한다면 문제가 없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 개설 자체가 불법이다. 사무장병원 관련 통계를 보면, 항생제와 수면제를 과다 처방하거나 불필요한 검사·진료 등 과잉진료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를 부당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또 특정 의약품 사용을 유도하는 등 개인 돈벌이에 급급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불법을 자행하면서 그 수익을 편취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무장병원은 국민건강권을 위협할 뿐 아니라 의료생태계를 파괴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건강보험공단은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고자 2009년부터 불법개설조사를 수행했다. 최근까지 1천447건의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하는 등 확인된 재정 누수 금액이 무려 3조3천762억원에 달한다.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이 사무장병원을 대상으로 징수한 실제 징수율은 적발금액 대비 6.92%로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사무장병원 및 면허대여 약국으로 의심되는 곳을 조사해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 그 결과 통보까지 평균 11.5개월이 소요된다. 그사이 사무장병원 개설자들은 폐업으로 현장 증거물을 없애고 잠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재산을 은닉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실제 조사하는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빠른 수사와 기소를 위해 특사경 권한 부여를 요구하고 있다.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되면 공단이 운영하는 '불법개설 의심 기관 감지 시스템(BMS)'을 활용해 불법 개연성이 높은 의료기관의 발굴·분석부터 단속에 이르기까지 이른 시간 내 실시할 수 있다. 그리고 불법개설 의료기관에 모든 수사 역량을 집중해 신속한 수사를 펼치는 등 사건 인지부터 종결까지 기존 수사 평균 기간 11.5개월 대비 3개월 이내 수사 종결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부 의료계에서는 공단이 특사경 권한을 가지면 수사권 오남용으로 사무장병원 수사만이 아닌 일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권의 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수사권 범위뿐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권한 제한 등 법제화를 추진하면, 의료계에서 걱정하는 일은 향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현재 4개 의원실에서 공단 임직원에게 사무장병원과 면대 약국에 대한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며 활발히 논의 중이다. 하루빨리 관련 법안이 신속히 처리돼 국민 건강 보호와 함께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화를 기반으로 건전한 건강보험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김기형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장>김기형
[자유성] 수면 이혼
옛 양반가에선 일심동체인 부부의 방도 안방(아내)과 사랑방(남편)으로 구분해 썼다. 야심한 밤 남편이 찾지 않으면 아내는 독수공방 신세를 면할 길이 없었다. 부부가 한 방에 있을 때도 거리를 둔 채 데면데면한 게 예사였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의 유교 문화가 낳은 풍경이다. 지금으로 치면 '쇼윈도(show window) 부부'가 많았을 법하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회에서 '부부 각방(各房)'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부부 갈등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 '부부가 각방을 쓰는 순간 남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오랜 각방은 소통의 단절을 불러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된다. 최악엔 이혼에 이르기도 한다. 각방이 이혼 사유가 될까. 관련 판례는 혼인 관계가 파탄된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각방 별거가 오래되어 정상적 부부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되면 상대방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혼이 성립된다고 한다. 때론 불가피한 각방도 있다. 배우자의 심각한 '코골이'로 인한 경우다. 코골이만으론 이혼 사유가 안 되지만 각방으로 인해 결국 부부 관계가 악화될 경우엔 사유가 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에서 유행 중인 이른바 '수면 이혼(sleep divorce)'을 특집 기사로 다뤘다. 이는 정상적인 부부가 밤이 되면 각자 다른 침실에서 잠을 자는 것을 일컫는다. 배우자의 코골이·이갈기·잠꼬대 등 '수면 방해꾼'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미국인 부부의 35%가 각자의 방에서 잠을 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따로 자는 것이 부부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렇다고 법적 이혼까지 감수하는 각방은 곤란하지 않을까. 이창호 논설위원
[김종현의 블록체인과 AI] "디지털 배지(Digital Badge)"
전월에 작성한 칼럼에서 코인 투자 위험성을 언급하였는데 이 글을 쓰기 이틀 전부터 큰 하락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손해를 보신 것 같습니다. 건전한 투자 되시기를 기원합니다.대통령 국정 과제로 지정된 디지털 배지에 관해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관심이 뜨겁습니다. 디지털 배지란 디지털 교육 인증제라고 정의합니다. 비교과 과정에서 수료한 교육들을 디지털 배지를 발급받아 web3뿐만 아니라 기존 웹서비스 또는 모바일 서비스 등에서도 보여줄 수 있고 교육의 참여자가 맞는지 교육 간의 태도나 성적 등을 통해 다양한 색깔이나 이모티콘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로서 모질라 재단(Mozilla)이 처음 시작하였고, 현재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오픈 배지(OPEN BADGE)라는 국제 표준을 통해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회사에서도 항상 많은 사람들을 신규로 채용하고 있으며 많은 이력서를 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내 이력서는 학력 이력 자기소개 정도로 구성됩니다만, 해외에서의 개발자 구인 구직 정보를 보면 취업 시 바로 투입할 수 있게 세부 요구 기술과 본인이 갖춘 기술 중심으로 적혀집니다. 국내 이력서가 서사적이라면 해외 개발자를 뽑는 이력서는 각자가 이수한 교육과 경험을 중심으로 서술이 됩니다.때에 따라서는 정성적인 부분이 중요한 사업영역에 투입할 서정적·창조적인 인재도 있으나 디지털 시대와 인공지능 시대에는 좀 더 정교한 다면적인 평가 체계를 요구하며 인재가 준비한 것들이 진실이며 데이터로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DID 기술을 통한 극도로 보안성을 강화한 개인 신원증명과 전자지갑에 인재들의 교육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서 여러 소셜 서비스 등을 통해 본인들 자랑하고 역량에 걸맞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세상과 사람이 모두를 검토해야 하는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시스템을 통해 모으고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는 효율적인 회사 운영은 정말 편한 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항상 새롭고 편한 기술을 만들어 가다 보면 "굳이 돈을 들여서 만들어야 하나?"라는 질문들을 받습니다.과거 TV쇼에 출연한 빌 게이츠에게 인터넷으로 무엇을 할 수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야구 경기를 보거나 쇼핑을 할 수 있다는 대답에 진행자가 많은 웃음으로 대한 사례를 최근 다시 본 적이 있습니다. 기술의 초기 단계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고 한두 가지 뚜렷한 변화만을 보여줍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개발자가 되어라"라는 10여 년 전 이야기들이 기억나는데요. 굳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지 않아도 상상력을 활용해 이렇게 저렇게 머릿속으로 상상해 본다면 또 다른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2023년 기준 디지털 배지 시장은 연 1억986만달러라고 발표하였고 연 19% 이상의 성장률을 예상한다고 합니다.DID 시장에 대한 시장성이 가트너 발표 기준 2025년 예상 252억달러인데 비해 다소 작게 느껴집니다.아주 심플하게 수명의 연장에 따른 더 많은 교육과 제2, 제3의 삶에 대한 욕구로 인한 자기 개발과 자기 자랑의 시장은 조사기관의 예상을 한참 벗어나 더 큰 시장을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관련 기술과 기업이 투자 애널리스트들을 통해 언급되기를 기원합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코인이 아닌 실사용 기술에 대해 고민하다가 디지털 배지를 소개해 드립니다.〈주〉루트랩 대표이사김종현 (주) 루트랩 대표이사
[시시각각(時時刻刻)] 에티켓도 국력이다
해외여행이나 유학 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감동적인 일을 경험하기도 하고 소매치기 같은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한 나라에서 짧은 기간 어쩌다 겪은 경험이 그 나라의 이미지로 각인되는 경우도 많다. 유럽에서 우연히 겪은 경험의 단상들이 스쳐 간다. 유럽사람들은 어떤 곳이든 출입구를 드나들 때 반드시 뒤를 돌아보며 사람이 뒤따라오면 문을 잡아주고, 엘리베이터에서도 누군가의 기척이 있으면 열림 버튼을 누르고 끝까지 기다려준다. 한번은 여행 중 호텔을 찾지 못해 헤매다 행인에게 길을 물으니, 꽤 멀리 떨어진 호텔 앞까지 직접 데려다주고 가던 길을 한참 되돌아가던 사람도 만났었다. 이런 모습이 나에게는 아직 낯설었던 시절, 타인에 대한 작은 배려들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해외에서 좋은 경험만 있지는 않았다. 관광지에서 지하도를 걸어가다가 능청맞게 내 백팩의 물건을 훔치려다 눈이 마주쳐도 놀리듯 헤죽거리며 지나가는 소매치기범도 만났었다. 지하철에서 뒷주머니의 지갑과 휴대폰을 훔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자리에 앉아서 나의 이런 상황을 빤히 지켜만 보는 현지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적극적으로 제지하거나 도와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낯선 곳에서 더 외로워지고 불안한 마음이 들곤 했었다.어떤 나라에서 좋은 경험을 통해 얻은 좋은 이미지가 그 나라의 전부가 되기도 하고, 안 좋은 경험이 또 그 나라의 전부로 인식되기도 한다. 한 나라 국민의 작은 에티켓이 한 국가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이 국력이 된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눈에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치안이나 도둑이 없다는 점에 매우 놀란다고 한다. "한국은 밤에도 안전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다" "카페에서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 비싼 물건을 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없어지지 않는다"라고 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의 윤리의식이 강해서 그런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한국은 사생활이 침해될 정도로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사생활 보호가 약하지만, 치안은 좋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한몫하기도 한다.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 운크타드(UNCTAD)는 만장일치로 우리나라를 선진국 지위에 올려놓았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만큼 경제적 지위뿐만 아니라 윤리·도덕적 지위도 '동방예의지국'의 명성답게 선진국으로 평가받았으면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막말에 이젠 놀라지도 않는다. '맹자'에 "윗사람이 잘하면, 아랫사람은 반드시 그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다(上有好者, 下必有甚焉者矣)"라는 말이 있다. 또 '논어'에는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라,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눕는다(君子之德, 風, 小人之德, 草. 草上之風, 必偃)"라는 말도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범을 보여야 사회가 더 건전해지지 않을까. 고대부터 법만 따지고 정치인들이 염치가 없으면 국민도 염치가 없어진다는 가르침이 있지 않은가.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의 배려와 서로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는 에티켓이 모이면 국격도 높아질 것이다.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해외에 대한민국을 체계적·포괄적으로 바로 알리기 위해 현재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한국 관련 정보의 현황을 점검·조사한다고 밝혔다. 케이팝, 불닭볶음면, 떡볶이 같은 것뿐만 아니라 한국이 전통 예절을 지닌 바른 나라의 이미지로 세계에 인식될 수 있기를 바란다.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권세훈 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이하석의 발견과 되새김] 신록의 꿈과 소통에의 열망
# 꽃 잔치그 많던 꽃들이 자취를 감추고, 새잎들의 그늘이 무성해진다. 신록의 계절이 열리는 것이다. 너무나 화려했지만, 한편 너무 짧았던 지난 꽃 시절을 아쉬워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지난주 총선 날 오후, 각자 선거를 한 다음 전국의 문인들 수십 명이 영천의 보현산 자락에 모였다. 나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산돌배나무가 거의 만개한 때여서 그 꽃을 보기 위해서였다. 꽃나무 하나를 보려고 서울서 부산에서, 대구에서 그리고 대전과 전북에서까지 문인들이 찾아오다니, 봄 호사의 극치가 이런 게 아닌가 여길 만도 하다. 하지만 참으로 진정이 넘치는 소박한 꽃 잔치였다. 오래된 고목이 한껏 가지를 뻗친 채 꽃핀 장엄한 나무에의 예찬이 잇달아 나왔다. 누군가는 '어르신'이라며 나무에 경배하기도 했다. 이들은 꽃나무 그늘에서 흔쾌한 술자리를 가진 후 이내 뿔뿔이 헤어졌다. 그때가 꽃 시절의 절정기였던 듯하다. 영천시에서 보현산 자락을 찾아가는 길가는 물론 영천 댐 주변의 길은 온통 벚꽃들이 터널을 이루었고, 산록과 들에는 복사꽃이 만개했다. 사과꽃과 자두꽃들 등 봄꽃들이 다투어 피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도 안 되어 꽃들이 지고, 신록이 세상을 덮기 시작한 것이다. 새삼, 꿈을 꾼 듯이 한 계절의 변화를 바라본다. 이런 글이 눈에 띈다."아침이면 새 소리 구르고 언덕은 다시 부풀어 올랐다. 그러므로 어제의 밤이 결코 괴롭고 긴 것만은 아니었다."문학과지성사의 시인선 600번째 기념으로 나온 앤솔러지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에 실린 이시영 시인의 글이다. 이 책은 시인선 501번에서 599번째에 걸쳐 나온 시집들의 시인들이 직접 쓴 뒤표지글을 모은 이색적인 앤솔러지다. 이 시인은 시집 '나비가 찾아왔다'의 뒤표지글로 이 짧은 글을 붙였다. 아침에 듣고 보는 자연의 놀라운 변화 앞에서 험난했던 지난밤을 되돌아보는 눈길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그것을 나는 혹독했던 겨울을 지나 그 보상처럼 맞이하는 놀라운 꽃 잔치의 풍성함에 이어 새롭게 다독이는 신록에의 기대로 받아들인다. #시단의 경사말이 나온 김에 우리 시단의 경사를 짚고 가야겠다. 이번에 우리 문단의 대표적인 시인선으로 꼽히는 문학과지성의 시인선집과 창작과비평의 시선이 각각 600권째와 500권째를 내놓아 우리 문학의 눈부신 성과를 펼쳐보이고 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첫 출간은 민음사의 '오늘의 시인총서'(1974년)나 창비시선(1975년)보다 늦었지만 활발히 시집을 펴내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선으로 거듭났다. 1호는 황동규 시인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로 1978년 출간 이후 46년이 됐다. 창작과비평도 꾸준히 시선을 펴내어 500권이라는 기념비적인 부피를 쌓았다. 창비시선 1호는 신경림의 '농무'다. 이들 시인선들은 우리 문단의 꽃을 활짝 피워 다른 시인선들의 출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에 따라 한국 시단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민음사는 '오늘의 시인총서' 외에도 1986년 시작한 '민음의 시' 시인선으로 최근 320호를 펴냈다. 문학동네도 2011년부터 '문학동네시인선'을 출간하며 최근 208호까지 이르렀다. 이들 시인선들의 꾸준한 출간은 우리 문학에의 신뢰와 수준에 대한 자신감이 이룬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시에 대한 관심이 점점 옅어지는 상황에서도 우리 문단에서 시집들이 꾸준히 발간되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야말로 눈부신 꽃의 시절을 거쳐 신록의 푸르름으로 거듭나 새로운 도약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시영의 말처럼 우리 문학은 어렵던 시절을 견뎌내어 이제 눈부신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소통의 꿈그래, 다시 말하지만, '아침의 새소리와 부풀어 오른 언덕'은 풍성했던 꽃 시절을 거쳐 맞는 신록의 푸르른 세계로 볼 수도 있다. 그런 아침의 새 기운으로 간밤의 '괴롭고 긴' 시간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 말을 나는 또 우리가 맞이한 새로운 시간으로 바꾸어 말해보고 싶어진다. 선거가 끝난 것이다. 이번 선거는 엄청난 말의 성찬이었다. 온갖 말들이 강렬한 기세로 피어나 봄꽃처럼 화려하게 전국을 덮었다. 그리고 야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특히 불통이라는 현 정부를 겨냥한 야권의 집요한 정권 심판론의 공격이 주효한 듯하다. 이러한 판세 때문에 여러 가지 정국의 전망이 나오지만, 어쨌든 여든 야든 국민의 선택을 받아들여 새롭게 관계를 설정하고 타협하며, 소통해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정치도 꽃 시절을 지나 신록의 차분하고도 푸른 시기에 접어든 것이라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득 학창 시절에 읽은 이양하의 수필 '신록 예찬'이 생각난다. 자연의 혜택을 고맙게 여기면서 그 가운데서 "봄과 여름이 혜택이 많고 그 가운데서도 봄, 봄 가운데에서도 만산(萬山)에 녹음이 싹트는 이때"를 제일 혜택이 많은 것으로 꼽는다. 그러면서 "나는 역시 사람 사이에 처하기를 즐거워하고, 사람을 그리워하는 갑남을녀(甲男乙女)의 하나요, 또 사람이란 모든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라고 생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신록에 빗대어 관조한다. 서로가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마구 꽃피어대던 시절을 지나 한층 차분해진 녹음의 시기를 맞으면서 서로는 서로를 돌아본다. 그렇게 새롭게 우거지면서 강렬한 여름의 세계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 선거 기간 중의 온갖 막말과 상대에 대한 증오의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다시 서로는 얼굴을 풀고 소통해야 함을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은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 산돌배나무 아래서 원로 문인이 강조했던 "우리는 꽃도 좋아하지만 사람이 먼저라는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다"는 말처럼 서로 대립했던 마음을 풀어서 어우러지고 상응하는 게 인간의 미덕인 것이다. 꽃 지고 푸르러지는 신록의 계절을 맞아 갖는 바람의 마음이다. 시인이하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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