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6일 전체회의에서는 정부가 청구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새누리당은 종북세력 척결과 사회 안정을 위해 헌재 결정이 이른 시일내에 내려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접수일로부터 180일내에 결정을 내리도록 한 헌법재판소법의 훈시규정은 '비록 구속력이 없더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종북 감싸기'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 법무부의 해산심판 청구 자체에 대한 정면 비판은 가급적 자제하면서도 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형사재판이 마무리된 뒤 헌재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여야의 주장을 한꺼풀 벗겨보면 '180일 훈시규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지방선거라는 '변수' 때문이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180일 이내에 헌재결정이 이뤄지면 6월 지방선거에 임박해 안보·공안이슈를 부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민주당의 이해관계로 따져보면 형사재판과 헌재 결정이 2단계로 진행되면 지방선거 이후로최종 결정을 늦출 수 있다는 셈법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이 의원이 혐의를 부인, 형사재판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굳이 형사재판 후에 헌재 심판이 이뤄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훈시규정이라고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180일 이내 결정'을 지키는 게 법 정신에 맞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회선 의원도 "굉장한 논란과 국민 분열이 예상되는데다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만큼, '180일 훈시규정'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가세했다.
김용헌 헌재 사무처장은 김 의원이 헌재의 입장을 묻자 "(헌재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은 "이석기 의원 사건은 법무부의 해산심판 청구 요건 중 극히 일부로, 위헌정당 여부는 창당 과정과 목적, 활동의 위헌성 전체를 봐야 한다"며 " 창당 과정과 강령 등에서 이미 위헌성은 입증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 의원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형사재판에 비해 증거능력 판단기준이 덜 엄격한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돼 있는 헌재 심판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서는 사법부 판단을 기다려보자고 하지 않았느냐"며 "형사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헌재가 판결을 내리면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일반법원에서 민·형사재판이 별도로 진행되는 것 처럼, 헌법재판소에서도 꼭 거기(형사재판)에 얽매여서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형사재판과 헌법심판을 동시에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법무부가 진보당 해산청구를 제기하면서 낸 보도자료 내용을 인용, "국정원 및 기무사 사찰 행위 금지 주장이 현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돼 있는데, 사찰 금지 주장이 현 체제 부정이냐"며 "진보적 이념의 정당 창설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부정경선으로 치면 새누리당의 부정경선 사례가 더 많다. 당 대표가 (경선 때) 돈 먹여서 그만 둔 경우도 많고…이런 식이라면 새누리당은 열번도 더 해산됐어야 한다"고 주장,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연합뉴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