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다리고기다리’던 마라톤의 계절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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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04   |  발행일 2014-04-04 제33면   |  수정 2014-04-04
20140404

누웠다가 걷다가 뛰다가 다시 눕는다.

세라비(C’est la vie), 그래, 그게 ‘인생’이다.

참치는 뼈를 제외한 모든 부위가 혈관으로 치장돼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자지 않고 죽을 때까지 헤엄친다.

인간은 죽을 일이 아닌 이상 좀처럼 달리지 않는다. 그런데 20세기로 들어서면서 ‘스포츠’란 이름으로 달리기 시합을 한다. 1980년대부터는 건강을 위한 조깅붐도 일어난다.

인간의 심장은 한도가 있다. 헉~ 헉~ 최대산소섭취량이 부족하면 결국 멈춰서야 된다.

여기서 ‘페이디피데스’란 아테네 군사의 심장을 엿보자. 기원전 490년. 아테네군 1만명과 페르시아군 10만명이 아테네에서 동북방으로 40.2㎞ 떨어진 마라톤 평원에서 격돌한다. 아테네군은 격전 끝에 페르시아군을 물리친다. 승전보는 페이디피데스의 몫이 된다. 그는 아테네에 도착해 수많은 시민들에게 ‘기뻐하라, 우리가 정복했다’는 한마디를 전하고 그대로 쓰러져 죽었다. 그가 달린 거리는 42.195㎞. 우린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이건 꾸며진 얘기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는 물론, 플루타르크가 기록한 마라톤 전투에도 위의 이야기는 없다는 게 스포츠사학자의 지적.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기원후 2세기 때의 작가 루키아노스에 의해 처음 언급된다. 페이디피데스는 원래 페르시아군이 마라톤 평원 근처 해안에 상륙하자 아테네군 사령부가 241.4㎞ 떨어진 스파르타에 긴급 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보낸 전령이었다. 꼬박 이틀 동안 241.4㎞를 달렸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대회.

마라톤은 옛 싸움터의 기념 무덤에서 아테네 경기장까지 40㎞ 코스에서 열렸다. 뒷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정식으로 계측해보니 39.994㎞. 마라톤 경기의 첫 우승자는 그리스의 목동 ‘스피리돈 루이스’. 국왕은 루이스에게 금메달과 우승증서와 함께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주겠다고 제안한다. 한 초콜릿 공장에서는 그에게 평생 무료로 초콜릿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마라톤 거리가 왜 42.195㎞가 됐을까.

일반인은 참 의아해한다. 42㎞로 하지, 왜 195m란 꼬리를 붙였을까. 1908년 제4회 런던 올림픽 때 영국 황실의 유별난 호기심 때문이다. 당시 황실에서 마라톤 출발 광경을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출발선을 원래 자리에서 195m 뒤에 있는 윈저궁 육아실의 창 아래로 옮겨달라고 은근하게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마라톤 거리는 주최 측의 사정에 따라 왔다 갔다 했다. 1912년 스톡홀롬 올림픽 때는 40.2㎞, 1920년 앤트워프 올림픽 땐 42.75㎞로 더 늘어난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1924년 파리 올림픽 때 ‘1908년 런던 올림픽 때를 기준으로 하자’는 의견이 채택돼 현재의 42.195㎞로 확정된다. 참고로 마라톤에선 세계신기록이 없다. 세계최고기록만 있다. 주최 측의 현지 기후와 행사 당일 기온, 표고차가 제각각이라서 신기록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경칩 개구리보다 더 빨리 봄을 감지하는 게 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다리’란다. 10년 사이 각급 지자체는 물론 직장에서도 각종 마라톤 동호회가 생겨나고 있다. 상당수 지자체는 매년 마라톤대회를 열고 있다. 특히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한 대구는 ‘마라톤의 메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열기를 체험하고 싶어 대구마라톤협회와 함께 지역 최고참 마라톤 동호회인 대구시청마라톤클럽(이하 대시마)의 ‘토달(토요마라톤)’ 현장을 급습했다.


◆ 대구시청마라톤클럽 동행 취재

지난달 29일 오전 6시30분 대구시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 부속 주차장.

날씨가 궂다. 간간이 비바람까지 요동친다.

이 주차장은 수성구 권역의 아마추어 마라톤 동호회 회원이 가장 선호하는 마라톤 출발·골인 지점. 대시마 월드컵경기장 지부(지부장 이재호) 회원 10명이 출발에 앞서 각자 몸을 풀고 있다.

2001년 4월 결성된 대시마. 많았을 때는 회원 수만 160명에 이르렀다. 대구시의 도움 없이 자체 회비로만 굴러간다. 대구수목원, 신동재 등 모두 3개 지부가 있다. 이들의 활동상을 살펴보면 왜 그들이 ‘달리면서 봉사한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는지 알 만하다.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대구 유치를 위해 2007년 신년 벽두부터 ‘국토종단이어달리기’에 참가해 주목을 받는다.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임진각 구간을 이어 달리고 망배단에서 유치기원제를 지낸 바 있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는 2001년 창설 때부터 12년간 매년 단체 참가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대구시민운동장에 전 회원이 모여 ‘수달(수요 달리기)’을 하고, 토요일 아침 7시에는 3개 지부별로 나뉘어 각각 대구스타디움, 신동재, 대구수목원 등 거주지별로 가까운 3곳에서 토달 행사를 갖는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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