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가 살아있네…7種 크래프트비어 달콤하거나, 쌉쌀하거나, 구수하거나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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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15   |  발행일 2014-08-15 제34면   |  수정 2014-08-15
크래프트비어(소규모 양조장서 소량생산하는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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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대봉도서관 근처에 문을 연 크래프트 비어 퍼브 스타일을 추구하는 신 수제맥주의 진수를 보여주는 퍼센트의 태영성 사장이 각기 다른 무게감과 향기를 가진 맥주를 쏟아내는 수도꼭지 모양의 탭을 통해 신선한 맥주를 받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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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모가 살아 있는 크래프트맥주는 각기 다른 향과 빛깔을 제대로 유지하기 영상 4℃에서 2주 정도 냉장관리된다.


지난 6월에 문을 연 ‘퍼센트(%)’.

날렵하고 세련된 노트북 같다.

퍼센트는 알코올 농도를 의미하는 ‘ABV(Alcohol by Volume)’를 의미하며 ‘다양한 도수(4~11%)의 맥주를 파는 가게’란 뜻을 함축하고 있다.

메뉴판에 ‘브루어리(Brewery)’란 단어가 보인다. 이것은 영어로 ‘양조장’이란 뜻. 와인양조장을 의미하는 ‘와이너리(Winery)’와 같은 계열이다.

이 집에서는 퍼센트 필스너(경기도 가평 카파 인터내셔널), 캠프파이어 앰버에일(부산의 갈메기 브루잉), 퍼센트 바이젠(카파 인테내셔널), 갈메기 IPA(갈메기 브루잉), 빌스(Bills) 페일 에일, 레드 데블 라이(RYE) PA(갈메기 브루잉), 서울 크림 스타우트(이태원의 라일리스 탭 하우스) 등 모두 7종류의 크래프트맥주를 팔고 있다. 대기업 브랜드도, 수입 세계맥주도 아니다. 국내 양조술이 물씬 풍겨난다. 효모가 살아 있는 ‘드래프트(Draft·생맥주)’이다.

갈메기 브루잉은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데 부산의 몇몇 외국인들이 자기들만의 레시피로 소규모 양조장을 만들었다. 필스너는 유일하게 라거 타입의 맥주이고 맛은 쌉쌀하다. 앰버에일은 보리, 토피, 카라멜 등이 첨가돼 아메리칸 호프 맛이 감돈다. 바이젠은 바나나, 정향 같은 달콤한 과일의 향이 느껴지는 밀맥주, 페일 에일은 시트러스(감귤계열)향과 호프가 풍부하며 쌉싸름한 맛이 느껴지고, IPA는 강한 호프의 향과 가벼운 몰트의 맛이 적절히 밸런스를 맞춘 맛이다. 라이 PA는 강한 몰트 호프 아로마 맛이 돋보인다. 기존 국내 맥주가 ‘무채색’이라면 이들은 모두 ‘유채색 계열’이다.

태영성 사장(40)은 국내 크래프트맥주 시장의 생리를 잘 안다.

“카파 인테내셔널 같은 경우 약 20개의 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아 크래프트맥주를 OEM 방식으로 생산해 냅니다. ‘더 부스(The Booth)’란 이태원의 한 퍼브도 카파 인터내셔널에 레시피를 주어서 자기 맥주를 유통시키고 있어요.”

● 대구 크래프트비어 퍼브 ‘퍼센트’

보리·카라멜 첨가한 앰버에일…
쌉싸름한 맛 감도는 페일에일…
달콤한 과일향 밀맥주 바이젠…
가장 싱싱한 맥주 내놓으려
2만㏄ 맥주통 4℃ 저온고 보관
호스로 연결된 수도꼭지 통해
손잡이 없는 475㏄잔에 받아내

◆ 코브라탭과 피처가 사라졌다

가게 앞에 상대적으로 바퀴가 작은 ‘미니벨로’가 세워져 있다.

천장을 장식한 수십 개의 합판은 한옥의 서까래처럼 건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창을 경계로 손님이 바깥과 안에서 서로 마주 보며 술을 마실 수 있다.

한쪽 벽면 상단에 유명 맥주의 ‘코스터(Coaster·맥주잔 받침)’를 판화처럼 여러 장 붙여놓았다. 여느 생맥주집 주방에 부착된 구릿빛의 ‘코브라탭’은 보이지 않는다.

“코브라탭은 관리하기가 까다로워요. 직원들이 남아 있는 맥주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고 퇴근하면 하절기엔 자칫 병균이 증식될 우려가 있습니다. 다들 상온에서 관리하기 때문이죠.”

퍼센트에서는 이제 구닥다리로 취급받는 손잡이 달린 투박한 독일식 생맥줏집 맥주잔을 볼 수 없어요. 이제 한물갔죠. 영국이나 미국에서 많이 애용되는 손잡이가 없는 475㏄ 파이트잔이 주종을 이룹니다. 7가지 맥주를 다 맛보기 힘들다면 4종류를 선택하면 200㏄ 샘플러잔에 담아 초밥 세트처럼 냅니다. 참고로 주둥이가 넓고 손잡이가 달린 맥주잔을 ‘저그(Jug)’라고 하죠. 1∼1.2ℓ들이 크기를 ‘조끼’라 하고 300∼400㎖들이 소형을 ‘머그(Mug)’, 이 조끼를 미국에서는 ‘피처(Pitcher)’라고 합니다.”

그는 국내 라거 타입 맥주가 항상 ‘무늬만 맥주’란 생각을 하고 살았다. 오랜 운송 과정에 너무나 지친 수입 맥주도 ‘이름뿐인 수입맥주’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1년여 동안 오픈 준비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맥주를 맛봤습니다. 효모가 살아 있는 가장 싱싱하고 가장 맛있는 맥주를 가급적 빨리 선보이기 위해 2만㏄ 케그(Keg·맥주통)를 반드시 4℃ 저온고 안에 보관하고 호스로 연결된 수도꼭지탭을 통해 맥주를 받아냅니다.”

카운터 뒷벽에 은빛 탭 7개가 독수리 부리처럼 스크럼을 짜고 있다.

그는 퇴근할 때 반드시 수도꼭지 구멍으로 벌레 등이 들어가지 않도록 마개로 밀봉한다. 맥주를 낼 때는 마개를 뺀 뒤 정제수로 주둥이를 세척한 뒤 오픈한다

대구 출신인 태 사장은 지난 10년간 술을 좋아하는 보험사 직원이었다. 주당의 감각으로 신개념 맥주집을 차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대구에선 아직 선보이질 않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 전용 퍼브를 차렸다.

“20대 후반~30대 후반의 여성이 단골층입니다. 간혹 고수도 있지만 상당수가 새로운 맥주를 갈구하고 있어 그들에게 새로운 맥주를 추천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크래트프맥주가 어떤 건지 궁금했다.

“크래프트맥주를 장인맥주, 공예맥주 등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1970~80년대 미국양조협회(American Brewers Association, ABA)에서 만들어낸 용어입니다. Small(소규모), Independent(독립자본), Traditional(제조상 전통)의 세 가지 개념으로 정의되는데 ‘소규모 양조장에서 소량 생산하는 맥주’를 의미합니다.”

그는 향후 인디밴드와 함께하는 불금맥주파티도 구상 중이다. 맥주 라인업도 분기별로 새로운 걸로 바꿀 작정이다. 또한 치킨, 소시지, 샐러드 등을 커버할 수 있는 새로운 맥주 안주를 개발하기 위해 관련 도서를 탐독 중이다. (053)252-6224


◆취재후기

태영성 사장은 수입맥주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맥주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국산 맥주에 식상하여 수입맥주에 눈을 돌려 마셔봤지만 ‘뭐 별거 없네’ ‘거기서 거기네’라는 얘기들이 나오는 이유는 대중적인 맛, 자본력, 막강한 유통망을 지닌 대기업들이 만들어놓은 시장에 갇혀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러한 맥주들(하이트, 카스, 버드와이저, 아사히, 하이네켄 등)의 미묘한 맛의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나, 큰 맥락에서 보면 효모가 살아 있는 것도 아닌 라이트라거, 페일라거 등과 같은 유사한 종류의 맥주들만 맛볼 수 있는 것에 그친다는 얘기입니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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