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인삼이 맥주를 만날 때…이것이 진정한 ‘K 비어’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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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15   |  발행일 2014-08-15 제35면   |  수정 2014-08-15
● 지역 첫 ‘로컬맥주’ 만드는 <주>대경맥주 문준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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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선 처음으로 풍기 인삼을 갖고 로컬맥주 출시 준비를 하고 있는 문준기 대경맥주 대표가 프리미엄 필스너 스타일의 인삼맥주 로고를 배경으로 자신이 만든 맥주를 마시면서 K-pop에 이어 로컬맥주도 얼마든지 한류바람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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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첫 로컬맥주로 출시될 대경맥주의 풍기인삼맥주.

맥아·홉·인삼의 환상 매치
21년 브루마스터 경험바탕
동양대 등과 산학협력체계
풍기인삼의 독특한 香 무기
국내 물론 세계수출도 추진

“풍기인삼의 독특한 향을 지역과 전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 K-pop처럼 팔고 싶어요. 생각해 보니 인삼향이 가장 한국적인 향기인 것 같아요. 인삼하면 당연히 풍기인삼 아닙니까. 그러니 이것으로 만든 인삼맥주가 국제적 명성을 얻는 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지난 1월16일 지역의 첫 로컬맥주 1호로 기록될 <주>대경맥주를 설립한 문준기 대표(57).

그는 3명의 투자자와 의기투합, 공동투자 형식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양조장에는 1t짜리 스테인리스스틸 숙성조를 모두 6개 갖고 있다. 문 대표는 다음 달 출시될 풍기인삼맥주 등 자체 개발한 모두 4종류의 맥주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양조전문교육기관인 시카고 지벨 연구소 조주과정을 수료했고 오비맥주 양조기술연구소, 품질관리·생산부장 등을 역임한 브루마스터. 21년 경험을 토대로 영주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동양대 등과 산학협력체계로 풍기인삼맥주를 세계화할 방침이다.

현재 영주시 풍기읍 동양대 창업보육센터 8401호에 사무실을 두고 청도 오션힐, 대구CC 등 지역 골프장 2곳과 건축사 등을 중심으로 모두 5차례의 시식행사를 가졌다. 제조판매허가도 받았다. 하루 2만㏄짜리 케그를 모두 50통 정도 생산할 작정이다.

“대량생산과 대량유통되는 독과점 대기업 맥주는 본연의 맥주 맛에서 조금 멀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열처리를 했기 때문에 효모가 다 죽어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맥주는 살아 있는 맥주입니다. 2주간 냉장고에 두면 살아 있는 효모의 맛을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한정된 맥주만 먹고 지냈는데 주세법도 바뀌어 이젠 다양한 지역산 신토불이 맥주를 유통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의 맥주에 대한 욕구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여느 하우스맥주와 달리 지역 특산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지역경제활성화에도 일조할 겁니다.”

대경맥주는 체코 필젠지역에서 태어난 ‘황금색 맥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필스너(Pilsner)’와 밀맥주의 일종인 ‘바이젠(Weizen)’, 그리고 흑맥주인 ‘스타우트’를 인삼맥주와 함께 출시할 예정이다.

인삼맥주를 개발할 때 특히 인삼향 강도 조절 때문에 무척 고심했다.

“일반인은 아직 다양한 맥주맛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향기가 짙은 첨가제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인삼 향기는 강해도 약해도 문제죠. 너무 강할 경우 자칫 인삼주로 오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연구진은 보리싹인 맥아, 홉, 그리고 인삼향이 적절하게 매치될 수 있는 균형점 찾기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현재 전국에 이런저런 지역 맥주가 난립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제대로 된 국내파 브루마스터가 맥주를 만드는 건 아니다.

“맥주를 전문적으로 주조할 수 있는 브루마스터는 국내에 채 100명이 안됩니다. 대다수 기술가로부터 조언을 받거나 주문자생산방식으로 만드는데 대경맥주는 명실상부 브루마스터가 맥주의 발효와 숙성, 유통까지를 원스톱으로 관리하는 첫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수입산 맥주량이 많이 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새로운 맥주를 바라는 소비자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맥주 수입량이 최근 10년간 6.6배로 늘고 있어요.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금액은 8천970만달러, 2003년(1천370만달러)보다 6.6배 증가했어요. 수입 대상국은 51개국으로 불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포도주는 3.8배로 수입액이 증가했고 위스키는 수입액이 30%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판로개척. 아직 우리 주세법이 영세한 맥주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아직 지역 맥주는 다들 영세합니다. 대기업 맥주와 대결을 할 수 없죠. 그러니 자립할 때까지 정부가 도와줘야 합니다. 현재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맥주 원가의 72%가 주세로 부과되고 있어요. 355㎖ 한 캔당 대기업 맥주는 395원의 주세가 붙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 맥주에는 710원 정도의 주세가 붙습니다. 대기업은 대규모로 원자재를 구입하고 대량생산도 가능해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당연히 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김 대표는 국내 인지도가 높으면 해외시장도 개척할 작정이란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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