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남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 작품”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4-09-11   |  발행일 2014-09-11 제8면   |  수정 2014-09-11
■ 왕의나라, 감동의 120분
20140911

‘이곳은 왕의 나라, 죽음으로 나라 구한 장한 백성들의 나라, 이곳은 왕의 나라 영원토록 길이 빛날 장한 백성들의 나라.’ 120분간 진행된 공연의 엔딩에 웅장하고 화려하게 울려퍼지는 뮤지컬 ‘왕의 나라’의 주제곡이다.

역사는 현재와 미래를 비춘다. ‘백성이 존재해야 왕이 존재한다’는 시대의 진정한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엔딩 신은 하루가 지난 지금도 먹먹하게 가슴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왕의 나라를 보기 위해 안동을 찾은 필자는 뼛속까지 경상도 남자이면서 작곡과 연희를 하는 공연 제작자이다. 어지간한 감동에는 반응하지 않는 딱딱하기 그지없는 관객이다. 게다가 20여년간 공연계에 종사하면서 냉철한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오죽하랴.

하지만 막이 오르자 필자는 제작자가 아닌,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공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눈물이 앞을 가렸다. △홍건적의 침입으로 안동으로 몽진하게 된 공민왕과 노국공주 일행이 가로막힌 송야천을 안동부 민초의 도움을 받아 건너는 장면 △원나라 출신인 노국공주가 백성과 격의 없이 어울리며 마음을 얻게 되는 장면 △평화롭던 안동부와 진정한 어머니로 받아들인 노국공주 일행을 홍건적의 침입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백성이 싸우다 죽어가는 장면 △노국공주가 백성의 죽음에 절규하듯 왕에게 읍소하는 장면 △결국 백성이 바로 고려이며 이들이 있기에 왕이 있음을 깨달은 공민왕이 백성과 함께 홍건적을 물리치고 안동에서 새로운 고려를 선포하는 장면 등이 지금의 현실과 그대로 겹쳐지면서 북받쳐 올랐기 때문이다.

그 탓인지 막이 내린 후에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기립박수를 보내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예측할 수 없었던 감동에 그저 먹먹해져 있을 뿐이었다.

지난해에도 봤던 너무나 예측가능하고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감정의 이입이 극에 달한 것은 왜일까.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가 보편성을 가질 수 있게 탄탄한 구성을 얻었고 화려하고 완성도가 높다 하더라도 무언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부족한 해외의 뮤지컬과는 다른 힘을 가졌기 때문은 아닐까.

이처럼 왕의나라는 영화 ‘명량’과는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창작뮤지컬은, 그것도 지역에서 만들어진 뮤지컬은 이미 충분히 성장한 셈이다. 특히 명곡으로 탄생한 메인테마 ‘왕의 나라’는 공연을 본 이들의 가슴에 간직될 것이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전통 국악의 감성이 더해진다면 한국에서 만든 세계적인 작품으로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

다행이라면 왕의 나라가 올해부터 안동에서만 막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공연은 오는 11월 대구의 관객을 찾는다. 경상도 남자여, 이 작품은 여성만 만족하는 작품이 아니라, 그대의 묵직한 감성조차 북받쳐 오르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왕의 나라’를 만들어 준 제작진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임강훈(<사>한국문화공동체BOK, 꿈꾸는씨어터 이사, 예술감독)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