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원전의 불편한 진실… 수도권, 공항은 있고 원전은 왜 없나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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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11 07:16  |  수정 2014-10-11 09:28  |  발행일 2014-10-11 제1면
해안지역이 적격지 논리 내세워
경북에서만 국내 절반가량 가동
인천엔 바다없나…님비주의 극심
20141011
국내 원자력발전소 정책에도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원전은 경북을 비롯한 동해안에 집중적으로 들어서 있거나 건설 계획이 있는 반면, 수도권에는 전무하다. 하지만 원전 혜택을 입고 있는 수도권이나 정부는 원전지역 개발에 대한 지원에 인색한 편이다. 울진 한울원자력발전소 한울1·2호기의 모습.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강원도 삼척시는 9일 이례적으로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놓고 주민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84.97%가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안전행정부는 ‘국가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당초 계획대로 원전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정부의 반대에도 원전 유치 주민투표를 강행한 김양호 삼척시장은 “지금까지 국책사업은 정부의 일방적 추진으로 지역민과 마찰을 빚고 행정 낭비와 비효율을 가져왔다. 삼척 원전의 운명은 전기를 쓰는 주민이 결정해야 한다”며 “강원도 전역을 먹여 살릴 청정 자연을 원전으로부터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강원도내 시·군의회 의장협의회도 지난달 30일 ‘청정 강원도를 지키기 위한 원전 건설 백지화 요구 성명서’를 채택했다. 강원도 동해시 동해경제인연합회도 지난 2일 삼척 원전 유치계획 백지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강원지역 정치·경제계가 원전 반대를 위해 똘똘 뭉치는 모양새다.

이에 반해 경북지역은 원자력발전소 집합 단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운영 중인 원전 23기의 절반가량인 11기가 경북에 들어서 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또는 예정된 원전이 19기인데, 이 중 9기의 입지가 경북이다.

경북의 원전은 경주와 울진에 모여 있다.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월성1·2·3·4호기와 신월성1호기, 울진 한울원자력발전소에 한울1·2·3·4·5·6호기가 있다. 여기다 신월성2호기가 운영허가를 위한 심사를 받고 있고, 신한울1·2호기는 건설 중이며, 신한울3·4호기는 건설이 계획된 상태다. 또 영덕에 가압경로형 원자로 4기가 들어서는 천지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될 예정이다.

월성1호기는 2012년 11월 30년간 운영기간이 종료돼 한국수력원자력이 10년 더 계속 운영하겠다며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안전이다. 일본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 사고가 대한민국에선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난달에만 9일과 23일 월성원전과 방폐장이 있는 경주 인근에서 각각 진도 2.2와 3.5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지역 주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불편한 진실’도 눈에 몹시 거슬린다. 바로 ‘수도권 이기주의’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경북도민만 사용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혜택을 누린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2천500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에선 원전을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바닷물을 냉각용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해안지역이 원전의 적격지라는 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천엔 바다가 없는가. 수도권논자들은 오히려 원전은 뒤로한 채 인천 앞바다에 대한민국 제1관문인 국제공항을 지었다. 그러면서 원전을 끼고 있는 경북·부산과 대구·울산·경남지역민이 염원하는 남부권 신공항을 건설하는 데 있어 딴죽만 걸고 있다. ‘감탄고토(甘呑苦吐)’와 같은 몰염치와 다를 바 없다.

원전은 관광자원도 좀먹는다. 경주 원자력발전소의 이름은 월성원전이다. 월성은 신라 궁궐이 있던 도성의 이름이다. 성의 모양이 반달처럼 생겼다고 해서 반월성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천년고도 신라 궁궐의 유래보단 ‘월성원전’이란 단어가 일반인에겐 더 익숙하다.

삼척원전백지화범시민연대 관계자는 “원전이 들어서는 순간부터 천연자원은 훼손되기 마련이다. 핵폐기물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순 없지 않느냐”고 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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