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스페셜] 동해안 원전의 불편한 진실

  • 진식,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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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11 07:19  |  수정 2014-10-11 09:28  |  발행일 2014-10-11 제2면
유치 확정만 되면 변심…지원규모 확 줄여
20141011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직원들이 지난 7일 경주시 양북면 중저준위 방폐장 저장시설 앞에서 방폐물 드럼을 싣고 가던 트럭에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한 진압훈련을 하고 있다. 경주=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지난달 23일 경주에서 진도 3.5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지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방폐장)으로부터 9.5㎞, 월성원전에선 11㎞ 떨어진 곳이었다. 이보다 앞서 9일에도 월성원전 1호기 남서쪽 약 9㎞ 부근에서 2.2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터였다. 경주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자, 지난달 24일엔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국회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기상청 지진계측 시작 이후 경주 방폐장 반경 30㎞ 내에서 모두 38차례에 걸쳐 지진이 일어났다는 내용이었다.


경주 방폐장 보상책 급감
무려 1조287억원이나 축소
울진 대안사업도 흐지부지


지진 발생 빈도는 점차 잦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1981년부터 10년간 3차례 발생했지만, 1991년부터 10년간 9회, 2001년부터 10년간 12회로 늘었고, 2011년부터 올 7월까지 불과 4년 동안엔 무려 14차례나 발생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원전과 방폐장 인근 지역에 대한 지질조사를 재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이 지역) 활성단층이 원전과 방폐장의 안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현재 논쟁 중”이라고 강조했다.

경주 방폐장은 올 6월30일 완공됐다. 지금은 사용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사실상 1단계 사업이 완료된 것이다.

정부는 2007년 6월 방폐장 보상책으로 경주에 총 3조4천290억원을 전액 국비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상은 달랐다. 이 중 30%는 경북도와 경주시가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금액으론 무려 1조287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 각 부처가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 예산을 편성하면서 광역특별회계 중 지역개발계정으로 묶은 것이다. 지역개발계정은 정부에서 예산을 보조해 주는 사업 예산을 일컫는다. 전액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되는 셈이다.

광역특별회계엔 광역발전계정이란 항목도 있다. 이는 특별사업으로 정부가 전액 국비를 지원하는 계정이다. 정부가 광역발전계정을 두고도 지역개발계정으로 돌리는 꼼수를 쓴 것이다.

더욱 기가 찬 것은 경북도와 경주시가 이런 불합리한 구조에 대해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예산 타령만 늘어놓고 있는 현실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주 방폐장 정부지원예산이 지역개발계정으로 편성되면서 결국 1조원 이상의 예산을 받지 못하는 모순을 낳고 있다”고 토로했다.

울진지역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뒤통수를 맞긴 마찬가지다.

정부는 1999년 3월 울진군에서 신한울원전 4기를 추가로 수용하는 조건으로 주민이 요구한 14개 사업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이들 사업은 추진 여건이 맞지 않아 2008년 7월 8개 대안사업으로 축소됐다.

당시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은 울진군과 문화·관광·환경·교육·의료·경제 등 6개 분야에 걸쳐 지역발전을 위한 8개 사업을 시행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북면 장기개발계획 시행 △울진종합체육관 건립 △관동팔경 대교가설 △울진지방 상수도 확장 △자율형사립고 한수원 건립·운영 △울진군의료원 한수원 책임경영 △한수원 휴양소 및 연수원 건립 △신한울원전건설 관련 지역고용 창출 등이다.

하지만 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정부와 한수원의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문화·관광·환경 분야의 북면 장기개발계획 시행, 울진종합체육관 건립, 관동팔경 대교가설, 울진지방 상수도 확장 등 4개 사업은 총사업비(1천960억원)까지 도출됐다. 경제 분야 한수원 휴양소 및 연수원 건립, 신한울원전건설 관련 지역고용 창출 사업도 별 무리가 없다.

문제는 교육·의료 분야의 자율형사립고 건립·운영과 울진군의료원에 대한 한수원 책임경영 사업이다. 이들 사업에 대해 한수원이 예산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한수원은 자율형사립고의 경우 교육부가 추가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2003년 3월 문을 연 울진군의료원은 열악한 장비 및 인력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에 울진군과 주민들은 교육·의료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터 우선 추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한수원은 이마저도 8개 사업 일괄타결을 고집하며 거부하고 있다.

울진군·울진군의회·군민대표·한수원 등 4자 대표 협의체 회의도 지난해 10월23일 개최된 이후 지금까지 1년이 흐르도록 열리지 않고 있다.

한수원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른 듯한’ 행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난이 그래서 나온다.

강원도 삼척 시민은 원전 철회를 선택했다.

지난 9일 치러진 원전유치 주민 찬반투표에서 총 투표자 2만8천867명 가운데 84.97%인 2만4천531명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삼척지역 유권자 수가 6만여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삼척시민 10명 중 4명꼴로 원전을 반대한 것이다.

이는 원전 지역에 대한 정부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경주와 울진에서 보여준 정부의 불신 행태를 삼척시민이 모를 리 없다.

앞으로 신한울 3·4호기와 천지원전 4기에 대한 건설이 예정된 울진과 영덕지역 주민의 행보에 삼척 투표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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