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통발 털었더니 빠가사리·메기 겨우 12㎏…6만원 벌어”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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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30   |  발행일 2015-01-30 제34면   |  수정 2015-01-30
수량 늘고 강폭 넓어지니 고기잡기 정말 어려워져
20150130
고령군 성산면에서 20년째 물고기를 잡고 있는 어민 성흥식씨가 고깃배에 올라 처연히 낙동강을 바라보고 있다. 작은 사진은 고깃배를 타고 있는 조말술씨.

고령 성산면 어부 성흥식·조말술씨

수량 늘고 강폭 넓어지니
고기잡기 정말 어려워져

강 옆 습지는 모두 파괴돼
고기가 어디서 산란하겠나?
바다서 물고기도 못올라와


4대강사업 이전엔 이틀에
30만~40만원은 벌었는데…


다산면에서 성산면으로 가는 지방도 왼쪽에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고령교 아래 둔치 작은 공간에 고깃배 2척이 보인다.

“돌아가신 큰 형님이 어부였고, 둘째 형님은 20년간 고기를 잡다 이젠 하지 않습니다. 저는 1980년부터 35년째 고령교 아래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습니다.”

조말술(58)·박영숙씨(58)는 부부 어부다. 부부는 초등학교 동기생으로 고령군 성산면 삼대리가 고향이다. 조씨가 처음 물고기를 잡았을 땐 동력선이 아닌 돛단배를 이용했다.

“80년대에는 봄에 다리 위에서 낙동강을 내려다보면 숭어떼가 줄을 지어 올라오는 게 보였습니다. 그땐 고깃배도 7척이나 있었습니다. 80년대 말에 물고기가 가장 많이 잡혔는데 하루 아침에 메기를 잡아 400만원을 벌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특전사 부사관을 하는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담임선생님한테 ‘우리 집에 돈이 많다’고 자랑을 하기도 했다더군요. 허허허.”

조씨는 페놀오염사건으로 어로금지가 됐을 때도 물고기를 잡아 팔았다.

“배운 게 물고기 잡는 기술밖에 없는데 불법으로도 할 수밖에요. 4대강공사를 할 때 조업을 하지 못해 1년8개월간 3천만원의 보상을 받았습니다. 4대강사업 때문에 손해 본 것에 비하면 페놀은 아무것도 아니지요.”

이곳 역시 다산면과 마찬가지로 숭어와 웅어같은 어종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강갈치라고도 하는 웅어는 회로도 먹었습니다. 낙동강엔 길이 1m가 넘는 초어와 백연어도 있습니다. 10년 전에 1m가 넘는 메기를 잡은 적이 있는데 하도 신통해 다시 강에 놓아줬지요.”

조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성흥식씨(53)가 트럭을 몰고 나타났다. 그는 경력 20년차 어부다. 한달 만에 처음 통발을 털었다고 했다.

“빠가사리와 메기 12㎏을 잡아 겨우 6만원에 팔았습니다. 4대강사업 이전엔 이틀에 30만~40만원은 벌었는데, 이젠 그만둘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아직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데 생계가 막막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면허세는 꼬박꼬박 내고 있습니다. 고령교 위에 올라가 뛰어내리고 싶을 때도 있어요. 누가 4대강 보를 다 폭파해주면 좋겠습니다.”

성씨는 4대강사업을 하기 전엔 모래채취업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래채취선 운영도 할 수 없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조그만 바가지에 있는 고기를 잡는 것과 큰 대야에 있는 고기를 잡는 것 중에 어느 것이 어렵겠습니까. 수량이 많아지고 강폭이 넓어지는 바람에 고기 잡기가 정말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강의 흐름이 끊긴 데다 물길도 찾을 수 없는데 무슨 수로 고기를 잡습니까.”

조씨는 예전에 물만 보면 고기가 어디에 숨어있는 줄 다 알았는데 지금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고 했다.

“4대강사업 완공 3년 만에 낙동강은 완전 시궁창이 됐습니다. 하구언이 생기고 보가 설치되면서 이제 바다에서 올라오는 물고기는 사라졌다고 봐야 합니다. 어도(魚道)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계단 낙차가 커서 물고기가 못 올라온다고 합니다.”

지난해 4대강조사단이 4대강 어도 8개를 조사한 결과 6개가 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게 댐이지 어디 강이라고 할 수 있나요. 여름에 큰물이 지면 수문을 다 여는 바람에 유속이 빨라져 그물이랑 통발이 다 떠내려간 적도 있습니다. 아무리 비가 내려도 강바닥에 있는 퇴적물은 안 떠내려갑니다. 강 옆에 있던 습지를 다 파괴했는데 고기가 어디서 산란을 합니까.”

성씨는 김해에선 어획량감소로 어민에게 보상을 해 주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국토부에 진정서를 낼 것이라고 했다.

“얼마전 외국인노동자들이 통발을 몰래 거둬가 물고기를 다 꺼내 가고 배도 1㎞ 넘게 떨어진 곳에 처박아놓았더라고요.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살다가 참 별일도 다 겪습니다. 올해 안으로 또 달성군에서 유람선 1척을 더 띄운다고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배를 들고 군청 앞마당에서 시위라도 해야겠습니다.”

기자는 조씨의 배를 타고 조씨가 쳐놓은 통발을 확인하러 갔다. 통발 안에는 누치 5마리만 보일 뿐이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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