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대구기업금융센터 앞 광장 ‘장진홍 광장’으로 명명하자

  • 박진관
  • |
  • 입력 2015-04-17   |  발행일 2015-04-17 제34면   |  수정 2015-04-17
20150417
김찬수 <사>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상임이사가 옛 조선은행 대구지점이었던 하나은행 대구기업금융센터를 바라보고 있다. 1927년 장진홍 의사가 폭파를 시도했던 곳이다.
20150417

조선은행은 일제의 금고 역할
1927년 10월 대구지점 폭파
사형선고…대구형무소서 자결

역사적인 장소임에도
표지판이나 표석 하나 안세워

“일제가 한국을 독립시켜 주지 않는다면 일본이 멸망할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며 이번 거사는 야만 일본을 타도하기 위해 정의의 폭탄을 던진 것인데 성공하지 못하고 너희들의 손에 붙들린 것이 천추의 유한이다. 조선의 피를 받은 자로서 일제경찰의 주구가 돼 동족의 광복운동을 이다지도 방해하는 악질 조선인 경관의 죄상이야말로 나의 죽은 혼이라도 용서할 수 없다.”

창여 장진홍(1895~1930)은 1927년 10월18일 조선은행 대구지점(현 대구시 중구 중앙대로 433·하나은행 대구기업금융센터) 폭파를 시도하다 순국한 애국지사다. 당시 조선은행은 대륙침략의 금고노릇을 했다. 장진홍이 저주한 이들은 경북도경 고등과 수사반장 최석현을 비롯해 남모, 정모 순사 등이었다. 이 사건으로 민족시인 이육사의 3형제를 비롯해 이정기 등 9명의 독립지사가 대구형무소에서 억울하게 옥고를 치른다.

장진홍은 30년 2월17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심과 복심법정에서 사형언도를 받자 “대한독립만세”라고 소리쳐 외쳤다. 하지만 그는 일본인에 의해 죽기보다 스스로의 죽음을 선택했다. 30년 6월5일(음) 무더위 속에 그는 대구형무소에서 자결했다.

그는 순국하기 전 옥중에서 ‘너희 일본제국이 한국을 빨리 독립시켜 주지 않으면 너희들이 멸망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내 육체는 네놈들의 손에 죽는다 하더라도 나의 영혼은 한국의 독립과 일본제국주의 타도를 위해 지하에 가서라도 싸우고야 말겠다’는 편지를 조선총독에게 보냈다.

장진홍은 칠곡군 인동면에서 태어나 20세 때 비밀결사인 광복단에 가입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1918년 만주로 망명한 그는 러시아와 만주에서 활약했다. 그는 광복단 동지인 이내성의 소개로 전문가에게 폭탄제조법을 배우게 된 것이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 투척 사건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그는 최초 경북도청과 경북경찰부, 조선은행 및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 등 5곳을 목표물로 정해 단독거사를 계획했다. 하지만 계획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장진홍은 대구 덕흥여관에서 사환을 시켜 벌꿀상자로 위장한 폭탄 4개를 조선은행, 도청, 식산은행의 순서대로 급히 배달 해달라고 부탁한 뒤 유유히 잠적했다. 사환은 선물상자를 들고 조선은행에 도착했으나 일본인 은행원이 낌새를 채고 1개의 폭탄을 제거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도착한 뒤 나머지 폭탄 3개가 터지면서 은행원, 경찰관 등 5명이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었고 은행 창문 70여 개가 전파되는 등 대구사회를 진동시켰다. 그는 2년 후 일경의 끈질긴 추적 끝에 29년 일본에서 체포됐다.

현재 하나은행 대구기업금융센터는 옛 건물을 허물고 1990년에 새로 건립한 빌딩이다. 20년에 지은 당시 건물은 르네상스식 2층 벽돌구조였다. 광복 후 한국신탁은행, 서울신탁은행 등에서 사용했다. 하지만 역사적인 장소임에도 지금까지 아무런 표지판이나 표석도 없었다. 최근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대표 배한동 전 경북대 교수)가 올해 거사일을 앞두고 이곳에 표지석을 세우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하나은행 빌딩의 왼쪽과 북편 에어컨 실외기가 있는 곳에 조그만 화단이 있는데 그곳에 시민기금으로 표석을 건립하겠다”고 했다.

위클리포유는 하나은행 빌딩 앞 광장을 ‘장진홍 의사 광장’이라 명명하길 제안한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