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확정땐 불복 근거로 악용…부산시장은 ‘정치적 출구’ 마련

  • 최수경
  • |
  • 입력 2016-05-27 07:20  |  수정 2016-05-27 07:20  |  발행일 2016-05-27 제4면
부산시 자체 신공항 용역결과 발표 의도
20160527
밀양 신공항 조감도
20160527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26일 부산시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의 전문가 자문회의 기간 중에 올초 영국공항전문기관에 발주한 용역결과를 발표한 것은 사실상 정부가 추진한 용역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구 등 지역분위기는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이번 부산시의 자체용역결과 발표에 대해 철저하게 지역이기주의적 발상에서 나왔고, 정치공학적 출구를 찾으려는 전략인 것으로 보고 있다.

◆ 부산발전만을 위한 사고의 극치

부산시가 발표한 영국 Arup사의 연구용역을 보면, 부산중심적 사고가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적용범위는 영남권이 아닌 ‘동남권’(부산·울산·경남)으로 축소했다. 동남권 항공수요의 중심은 ‘부산’이라고 못 박은 셈이다. 용역 결과, 부산이 국내 국제항공수요의 28%를 차지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경남(17.5%), 대구·울산·경북(18%)의 수요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론은 항공 수요발생도시를 중심으로 공항입지가 결정돼야 한다는 식으로 마무리했다. 명백한 자의적 해석이다. 대구·경북·경남·울산의 수요를 합치면 부산보다 많지만 이는 애써 간과했다.


英 Arup사 용역결과 문제점
적용범위 영남권 아닌 동남권
부산 유리하도록 자의적 축소
국제항공수요 1위로 부각시켜
대구·경북 수요 큰의미 안둬


서병수 시장과 부산 상공인
시장직 내걸어 탈락땐 큰 부담
사력 다했단 평가로 탈출 노려
가덕도 유치땐 공사참여 의도
상공인들도 사활 걸고 나선 듯


아울러 지역 일각에선 가덕도로 신공항이 결정되면 현재 ‘가덕 사수’를 위해 물심양면 지원하는 부산지역 상공인들이 공사에 대거 참여해, 경기 활성화를 꾀하려 한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가덕도의 부동산 개발특수를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 부산의 정치공학적 출구전략(?)

대구지역 인사들은 부산의 이번 자체용역 결과 발표는 ‘정치공학적 출구’를 찾기 위한 방편으로 보는 시각이 적잖다. 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내건 서병수 부산시장이 그만큼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서 시장은 2014년 6·4지방선거 때 야권 단일후보였던 오거돈 후보(무소속 49.3%)를 가까스로 제치고 당선됐다. 서 시장이 신공항 유치전과 관련해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유치경쟁 자제를 약속한 이른바 ‘신사협정’까지 파기하며 계속 무리수를 두는 것은 설사 결과가 나쁘게 나와도 ‘사력을 다했다’는 사후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결과가 좋으면 새누리당내 입지가 강화된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부산의 더불어민주당(5석)도 신공항 가덕도행이 불발될 시 서 시장의 책임론을 걸고넘어지기 위해 전략적으로 함께 뛰는 모양새다. 야권까지 지지했는데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서 시장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명분이 더 강해질 수 있어서다.

◆ ADPi는 미동도 않을 듯

지역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부산이 영국 공항컨설팅 회사의 용역 결과를 인용해 가덕 우위설을 주장한 것이 실제 정부의 용역을 의뢰받은 ADPi의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외국기관과의 공조업무를 많이 한 대구의 한 인사는 “외국기관은 관련 언론보도는 아예 보지 않는 편이다. 자신이 직접 보고, 확인한 것만 믿는 것이다. 일종의 업무에 대한 자존심”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도 공정한 용역진행을 거듭 강조했다. 최정호 제2차관은 지난 24일 “이번 용역은 정치적 고려 없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외국전문기관에서 진행한다”면서 “지난해 1월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내용도 준수돼야 하고, 결과에는 승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같은 날 서훈택 항공정책실장은 “2011년 신공항이 무산된 것은 정치적 요인 때문이었고, 이번에는 영남권 전체의 관점에서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 시민도 불쾌한 심기를 표출했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장모씨(50)는 “부산이 용역결과를 인용한 영국 전문회사의 결과는 오히려 영국과 100년전쟁을 치른 프랑스의 자존심을 건드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최수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