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귀만 막으면 그만? TK분노 돋우는 새누리

  • 이영란
  • |
  • 입력 2016-06-29   |  발행일 2016-06-29 제4면   |  수정 2016-06-29
“결국에는 수용” 무관심 일관
“당 지도부 소극 대응에 실망”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대구·경북의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가 내세운 ‘김해 신공항론’ 수용을 요구할 뿐, 텃밭인 대구·경북이 왜 반발하고 있는지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각종 현안 조율을 위해 자주 갖는 당·정 협의도 신공항 후속 대응책 마련을 위해 열린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신공항 발표 이전 부산권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던 것과 비교하면 차별화된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김해공항 확장이 결정된 다음날 영남권 중진의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지역민심 분열을 막고 후속 대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자고 의견을 모은 뒤 곧바로 영남권 단체장들과의 27일 간담회 일정을 잡은 바 있다. 그러나 일정 등을 핑계로 회의를 하루 앞두고 무기 연기시킨 후 김해공항 확장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대구·경북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오로지 지역 의원들에게 문제를 떠맡기고 면피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 또는 새누리당 차원의 약속 위반에 따른 사과나 입장 표명에 대한 검토도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28일 “대구가 반발하는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 대다수의 의견은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겠다는 취지”라며 “사과나 유감 표명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에는 대구가 지금은 반발하지만 결국에는 수용할 것이고,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23일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논의 끝에 김해 신공항이 확정됐다”며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얻은 최선의 결론인 만큼 이를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정 원내대표도 “정부, 청와대와 혼연일체가 되어 성공적인 김해 신공항 건설 준비에 총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대구권을 겨냥해 정부안 수용을 촉구했을 뿐이다.

지역의 한 인사는 “대구시민들은 새누리당의 지난 대선공약인 영남권 신공항 건설 약속 위반 책임 ‘물타기’용으로 고안된 것이 김해 신공항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당의 ‘텃밭’인 대구권의 실망감이 어느 정도인지 감지하지 못하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안이함이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인사는 “당 지도부가 좀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예산 지원을 약속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선다면 ‘신공항 후유증’을 조기에 수습할 수 있을 것인데 당 지도부가 그렇게 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다”며 “현 집권세력의 핵심 축인 당 지도부가 차기 정권 재창출에 대한 의지가 희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