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시간’ 품은 올리브·와인…지중해의 웰빙을 맛보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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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1   |  발행일 2016-10-21 제35면   |  수정 2016-10-21
■ 섬들의 나라, 그리스를 가다
‘태고의 시간’ 품은 올리브·와인…지중해의 웰빙을 맛보다
에렉테이온 신전 옆 올리브 나무. 아테나 여신이 심었다고 전해 내려오는 신화를 고증해 독일의 고고학자 베르트 하지힐이 심었다.
‘태고의 시간’ 품은 올리브·와인…지중해의 웰빙을 맛보다
바비큐 스타일로 구운 모듬 해물 요리. 우리나라처럼 그리스인들도 숯불 바비큐 스타일의 구이요리를 즐긴다.
‘태고의 시간’ 품은 올리브·와인…지중해의 웰빙을 맛보다
그리스인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국민 샐러드인 ‘그릭 샐러드’.
‘태고의 시간’ 품은 올리브·와인…지중해의 웰빙을 맛보다
그리스 음식 중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기로스’는 그리스식 패스트푸드다.
‘태고의 시간’ 품은 올리브·와인…지중해의 웰빙을 맛보다
‘차지키’는 신선한 요거트에 마늘과 오이, 허브를 넣어 만든 걸쭉한 그리스 전통 소스. 이 소스는 올리브와 함께 그리스 어디를 가나 매끼 식탁에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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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 와이너리 중 가장 오래된 ‘가발라스 와이너리’. 300년 전통을 잇고 있는 4대 요르고스 가발라스씨와 120년된 오크통.
‘태고의 시간’ 품은 올리브·와인…지중해의 웰빙을 맛보다
산토리니에서 포도 농사가 가능한 이유는 안개와 화산토 때문이다. 저녁이 돼 바다에 해무가 끼면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육지로 들어와 토양에 스며든다. 모래가 섞인 화산토는 습기를 다음날까지 지켜내며 뿌리에 수분을 공급한다. <그리스 공동기획취재단 제공>

그리스음식의 ‘멀티 플레이어’ 올리브유
수도 아테네 지명도 올리브·신화서 유래

재료 특성 살린 건강하고 단순한 맛 철학
세계 5대 건강식품인 그릭요거트 대표적
‘농부 샐러드’ 그릭샐러드 매 끼니 주인공
해산물도 올리브유·레몬·소금 양념만

‘쌈밥’ 닮은 포도잎에 싸서 찐 돌마다키
‘그리스식 패스트푸드’ 수블라키·기로스

그리스의 다른 이름은 ‘올리브의 나라’다. 그리스의 수도인 아테네의 지명에서부터 올리브는 시작된다. 그리스 수도의 수호신 자격을 놓고 전쟁과 지혜의 신 아테나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내기를 했다. 그리스 시민들에게 필요한 선물을 한 가지씩 줘서 선택된 신이 그 도시를 갖는 것이었다. 아테나는 올리브 나무를, 포세이돈은 삼지창을 던져 물을 주었다. 그리스 시민들의 선택은 올리브였다. 아테나가 주었다는 올리브 나무는 페르시아 침공시 크세르크세스에 의해 불에 타버렸고 이후 독일의 고고학자 베르트 하지힐이 다시 심은 것이 에렉테이온 신전 옆에 있다. 사시사철 푸른 올리브 나무는 그리스인에게는 신성한 나무, 신의 선물인 셈이다. 올리브 열매는 그리스인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며, 그 기름은 전사의 상처를 치료하는 약이며 밤의 어둠을 밝혀주는 등불이다.

그리스의 음식에서 올리브유를 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죽하면 ‘버터를 먹어라, 그러면 바로 잠들 것이다. 올리브유를 먹어라, 그러면 밤새 원기 왕성할 것이다’라는 그리스 속담이 있을 정도다. 올리브유 자체가 하나의 소스다. 심지어 그리스식 마늘소스에는 마늘보다 올리브유가 더 많이 들어간다.

그리스 음식의 철학은 건강하고 단순한 맛이다. 복잡한 조리과정 없이 간단한 양념만으로 조리해 재료의 맛과 향취가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그릭요거트다. 그릭요거트는 미국 건강전문지 헬스에서 선정한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고 한다. 과일이나 잼·꿀·견과류 등을 곁들여서 먹는다.

순수한 맛으로 치자면 그릭샐러드도 빼놓을 수 없다. 흔히 ‘농부의 샐러드’나 ‘시골 샐러드’라는 뜻의 ‘호리아티키’로 불리며 그리스인들의 식탁에 단 하루도 빠지지 않는 그리스의 국민 샐러드이다. 먹기 좋게 썬 토마토와 오이 그리고 파프리카와 어린 배춧잎을 밑에 깔고 페타치즈를 올리면 끝. 간단하면서도 건강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먹기 전에 올리브유를 듬뿍 뿌리고 발사믹 식초를 친 뒤 페타치즈를 잘게 부서지도록 잘 섞어준다. 페타치즈는 양젖이나 염소젖으로 만든 뒤 소금물에 담가 숙성시킨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치즈 중 하나다. ‘그릭치즈’로 불린다. 두부처럼 희멀건 색깔에 딱딱하며 맛은 시큼하면서 짜다.

그리스 음식 중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것은 ‘수블라키’와 ‘기로스’.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그리스식 패스트푸드다. 돌돌 말렸다는 뜻의 의태어인 ‘기로스’는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꼬치에 꿰어 층층이 쌓아올린 후 불판 앞에서 돌려가면서 굽는다. 위쪽의 기름이 아래 고기에 배어들면서 맛이 깊어진다. 익은 부위를 얇게 썰어서 밥과 함께 먹거나 빵에 토마토, 양파, 양상추와 감자 튀김을 소스와 함께 넣고 감싸서 먹는다. 소스는 요거트 소스나 케첩, 마요네즈 등 다양하게 들어간다. ‘수블라키’는 꼬치에 끼운 두툼한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파프리카나 양파 같은 채소와 함께 그릴에 구워내는 음식이다. 보통 올리브를 발라 구운 넓적한 ‘피타’(밀가루에 소금만 넣고 화덕이나 오븐에 구운 빵)나 바게트가 함께 서빙돼 나오며 식당에 따라 큼직한 레몬이나 토마토, 양파가 푸짐한 감자튀김과 곁들여서 나온다. 그릭요거트에 올리브유, 허브, 양파, 오이 등을 갈아 섞은 ‘차지키’에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차지키’는 그리스의 대표적인 전채요리다. 고기를 먹을 때 찍어먹으면 느끼한 맛이 덜하다.

다진 호박, 가지, 감자, 각종 허브를 쌀과 함께 포도잎에 싸서 찐 우리나라 쌈밥과 같은 ‘돌마다키’, 호박, 가지, 토마토, 파프리카 등 채소의 속을 파낸 후 올리브 오일과 함께 양파, 마늘 등으로 양념한 쌀을 채워 넣고 오븐에 구워 먹는 ‘도마데스 예미스타’도 인기다.

지중해와 에게해를 끼고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나라인 만큼 신선한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리스에서는 보통 해산물을 간단히 요리해 재료의 맛을 살린다. 올리브오일과 레몬, 소금이 들어갈 뿐이다. 대부분 프라이팬에 굽거나 기름에 튀겨 올리브유와 레몬즙에 절여서 먹는다. 홍합, 오징어, 문어도 인기 있는 식재료. 쫀쫀한 식감이 특징이다.

글·사진= 아테네에서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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