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부터 시작된 ‘빈산토 와인’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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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1   |  발행일 2016-10-21 제35면   |  수정 2016-10-21
척박한 화산·석회암 토양
면류관모양 포도나무 독특
말려 발효후 숙성…당도↑

빈산토(Vinsanto)는 유명한 스위트 와인이다. 이탈리아산 디저트 와인으로 알려진 빈산토의 원조는 사실 그리스 산토리니 섬이다.

산토리니는 청동기시대부터 다양한 와인을 생산했는데 그중에서도 빈산토 와인이 특히 유명하다. 빈산토는 포도를 말려 만든 와인이라 당도는 높고 알코올 도수는 낮으며 쉽게 상하지 않는다. 원산지를 표시하기 위해 섬의 이름인 산토리니 와인이라는 뜻으로 비노 산토(Vino Santo)라 불렸고, 나중에 빈산토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화산암과 석회암이 대부분인 산토리니는 아름답지만 척박한 땅이다. 기원전 1600년대 발생한 거대한 화산 폭발로 산토리니는 화산재와 용암으로 뒤덮였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강렬한 태양이 작렬하는 산토리니에서 곡식은 잘 자라지 않지만 포도가 자라기엔 최적이다. 진흙이 없고 화산토만 있는 토양 덕분에 19세기 후반 유럽 전역의 포도나무를 황폐화시킨 필록세라(포도나무 뿌리진디)도 피해갈 수 있었다.

그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포도의 모습은 짠하다. 이곳 포도나무의 모양은 독특하다. 예수의 가시 면류관처럼 생긴 둥근 모양의 포도나무들이 땅바닥에 붙어 있다. 화산섬인 산토리니의 전통 방식으로 ‘쿨루라’(kouloura·그리스어로 ‘바구니’란 뜻)라 부른다. 줄기가 자랄수록 가지치기를 자주 해 둥근 바구니 형태로 만들었다. 그 안에서 포도가 자란다. 포도 바구니는 바다에서 밀려오는 축축한 안개를 가둬 내부 습도를 유지하고 포도 잎은 강한 햇볕으로부터 포도를 보호한다. 뜨겁고 건조한 환경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기발한 방법이다. 낮게 누워 자라는 포도는 산토리니 섬 전체에 가득하다.

포도는 8월 중순경 해가 진 뒤 수확한다. 따가운 햇살로 인한 변색과 더운 공기 노출로 인한 변질을 막기 위해서다. 해가 뜨기 전까지 수확에서부터 압착까지 양조작업을 마치는 방식은 지금도 대부분의 와이너리에서 시행하고 있다. 수확한 포도는 햇볕에서 약 2주간 말린 뒤 발효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당도가 훨씬 높아진다. 발효가 끝난 빈산토는 오크통에서 최소 2년간 숙성되는데 와이너리에 따라서는 20년간 숙성하는 곳도 있다. 오렌지 빛이 도는 황금색에서 어두운 호박색까지 색깔이 다양하며 좋은 빈산토 와인은 말린 살구와 건포도 같은 향기와 달콤한 스파이스향이 조화를 이룬다.

산토리니 내에는 15개의 와이너리가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양은 연간 3천~4천t. 생산량의 65%는 외국으로 수출된다. 매년 10월에는 전 세계인이 찾는 와인축제도 열린다.

글·사진= 산토리니에서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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