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수뢰 후 부정처사 정황…뇌물죄 적용 검토해 볼 수 있다”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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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9   |  발행일 2016-12-09 제6면   |  수정 2016-12-09
대통령 옷값 대납 ‘뇌물죄’ 재점화
특검 “사실관계 모니터링”
靑 “용도 맞게 지급” 해명
20161209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할 박영수 특검의 대변인 이규철 변호사가 8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 앞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씨가 측근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옷과 가방 제작을 요청하고 값을 직접 치렀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뇌물죄’ 논란이 재점화됐다.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을 통해 각종 민원을 해결하려 한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직접 옷을 사준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뇌물죄 적용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씨 측근인 고영태씨는 지난 7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2차 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100벌에 가까운 옷과 30∼40개의 가방을 만들어 최씨를 통해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씨는 옷과 가방의 구매 비용을 다 최씨가 지갑에서 꺼낸 돈으로 계산했다면서 사비로 지출했다고 전했다. 옷은 ‘100벌 가까이’, 가방은 ‘30∼40개’이며, 가방은 ‘오스트리치 가죽제품은 120만원 정도, 악어 가죽제품은 280만원’이라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관련 질의를 한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증인의 말로만 봐도 최소 옷이 3천만원, 가방은 1천500만원 등 4천500만원에 해당하는 옷과 가방이 대통령께 간 것 아니냐”며 최씨가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최순실 개인이 구입해 대통령에게 상납하고 그 상납의 대가들이 최순실이 국정농단을 하게 되는 뇌물로 작용된 것”이라는 게 황 의원의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최씨가 사비로 대통령에게 옷 등을 구매해 준 게 맞다면 뇌물죄를 적용할 여지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이 최씨 부탁을 받고 최씨 딸 정유라씨 친구 부모가 운영하는 흡착제 제작업체 KD코퍼레이션의 민원까지 직접 챙겼다는 점 등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터라 ‘수뢰 후 부정처사’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형법 131조의 ‘수뢰 후 부정처사’는 공무원이 뇌물을 받거나 요구, 약속하고 난 뒤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KD코퍼레이션 외에 박 대통령은 최씨가 실제 소유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수십억원의 광고 물량을 주도록 현대차그룹과 KT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수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씨가 옷·가방값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나도 민원의 대가가 아니라 오랜 친분에 의한 것이라고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항변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대가성을 인정한 사례는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이명박정부 실세였던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사건에서 ‘친분’ 때문이라거나 ‘선의’였다는 항변이 있었지만, 법원에서 뇌물죄가 인정됐다는 것이다.

한편 ‘옷값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이 최씨를 통해 구입한 옷과 가방, 그런 것은 대통령이 모두 정확히 지급했다”면서 “최씨가 대납한 돈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역시 아직은 대통령 측 주장일 뿐인 만큼 기록 검토를 시작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서는 이 ‘옷값’의 실제 출처가 어딘지, 최씨의 돈으로 확인된다면 ‘대가성’이 있었는지 입증해야 할 과제를 안았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최씨의 옷·가방 비용 지불과 청문회 관련 사항은 사실관계에 대해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김상현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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