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형 개헌, 새로운 대한민국] 30년 만의 개헌 논의, 어디까지 왔나(상)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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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1   |  발행일 2017-10-11 제4면   |  수정 2017-10-11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자치3권’보장 미룰 수 없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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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물 앞으로 ‘국민 자유발언대- 개헌 나도 한마디’ 부스가 설치돼 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영남일보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문재인정부, 지방분권이 정의다’ 기획시리즈를 총 10회에 걸쳐 연재했다. 우선 ‘사는 곳이 계급인 나라’라는 소제목으로 극심한 지역 불균형과 비(非)수도권 지방의 소외 현상, 지방민이 겪는 고충을 알렸다. 또 독일 현지에서 동독 마지막 총리인 한스 모드로, 하이델베르크대학 피터 미어스버거 교수 등을 직접 만나 ‘통일과 지방분권’ ‘살고 싶은 지방의 조건’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 기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추진해 온 프랑스의 사례도 소개했다. 1부 시리즈에선 지방분권·균형발전의 당위성과 명분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영남일보 창간 72주년 여론조사에서도 지방분권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망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구·경북 지역민의 55%가 ‘새 헌법에 지방분권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답했으며, 그중 30.3%는 구체적 수준의 지방분권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영남일보는 창간 72주년을 맞아 지방분권 시리즈 2부를 시작한다. 2부 첫 회에선 지방분권 개헌의 주요 쟁점과 국회 논의 과정을 소개하고, 지방분권과 개헌 관련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주영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정순관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장의 인터뷰를 함께 싣는다.


국회 개헌특위 전체회의 불참 위원 수두룩…분위기마저 어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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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국회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다수 위원이 불참해 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국회 개헌 논의 ‘잘되고 있나’

지난 1월5일 국회 개헌특별위원회가 첫 전체 회의를 열고 본격 개헌 논의를 시작했다.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 차원의 헌법개정 특위가 가동된 것이다. 개헌 특위는 내년 2월까지는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개헌 작업을 추진하고, 실제 관철시키기까지 국회의 역할은 사실상 절대적이다. 헌법 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이어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그렇다면 국회의 개헌 논의는 얼마나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을까. 지난달 영남일보 취재진은 국회의 개헌 논의장을 직접 찾았다.

지난달 20일 오전 국회 제3회의장. 이날은 국회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지난 8월29일부터 열린 전국 순회 헌법개정 국민 대토론회의 중간보고를 하는 중요한 자리였지만, 회의장은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특위 위원 자리 절반 이상은 비어 있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논의한다며 갑자기 의원총회를 열었고, 한국당 의원들은 의총 참여를 이유로 개헌특위 회의에는 대부분 불참했다. 그나마 개헌특위 회의에 참석한 의원 중엔 본인 발언만 짧게 하고 자리를 떠버린 의원들이 있는가 하면, 회의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은 의원도 적지 않았다.


‘87년 체제’후 30년 만에 개헌특위 가동
내년 2월까지 새 헌법 개정안 마련 예정

특위 전체회의 국민 대토론회 중간보고
구체적인 개헌 관련 논의 이뤄지지 않아
정부형태·권력구조 개편에 집중 주장도



전반적인 회의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일부 의원들이 원탁토론 등 실효성 있는 국민의견 수렴 창구를 마련하자는 등의 의견을 냈지만, 구체적인 개헌 관련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상당수 국회의원의 관심은 ‘지방분권’이 아닌 듯보였다. 회의 막바지에 회의장에 들어온 한국당 소속 한 의원은 “이번 개헌의 핵심은 정부형태 및 권력구조에 있다”며 “헌법상 조항이 부족해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지 않나. (개헌 관련) 토론도 정부형태에 집중돼야 한다. 다른 건 그렇게 시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 천명할 수 있을까

이번 개헌 논의에서 지방분권 관련 내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개헌특위는 지방분권 강화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구체적인 분권 수준과 내용은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우선 헌법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라는 사실을 추가해 천명할 수 있는지 여부다.

개헌특위에서도 헌법에 지방분권 국가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지방분권 분과에서는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다’를, 기본권 분과에서는 ‘대한민국은 분권형 국가를 지향한다’를 구체적인 조문으로 제안했다.

이어 지방자치의 확대 여부 및 수준에 대한 논의다. 현행 헌법상 지방자치와 관련된 조항은 헌법 제8장의 제117조, 제118조 단 두 조항뿐이다. 그마저도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단서를 붙여 지방의 자율성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새 헌법에서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행정권을 보장해 지방의 실질적인 권한을 확대할지 여부가 지방분권 개헌과 관련된 주요 쟁점사항이다.

자치입법권과 관련해선 △연방제 수준의 독자적인 입법권을 인정하자는 의견 △‘법령의 범위 안에서’를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로 개정하자는 의견 △죄형법정주의와 관련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개진되고 있다.

조례로 지방세를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세 조례주의’ 도입 여부 역시 쟁점이 되고 있다. 현행 헌법에는 아예 규정이 없는 중앙 정부와 지방 간 사무배분의 보충성의 원칙을 명문화하느냐 여부도 논의 사항이다. 지방분권이 잘 돼 있는 독일과 스위스 등 연방제 국가에선 헌법에 보충성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보충성의 원리’는 중앙정부가 하도록 명문화한 것 이외의 모든 것은 지방정부가 한다는 원칙이다.

기본권으로서 주민자치권을 신설할지 여부에 대해선 관련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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