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몰고 온 섬유·車부품 먹구름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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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8   |  발행일 2017-11-08 제1면   |  수정 2017-11-08
“미국 내 더 많은 일자리 창출”
韓오자마자 노골적 통상 압박
환율 하락까지 겹친 지역 업체
“FTA 개정협상따라 폐업 속출”

원·달러 환율이 하락 중인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현실화되면서 지역 섬유·자동차부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7일 원·달러 환율은 한때 올 들어 최저점인 1천110.5원까지 내렸다. 더욱이 이날 한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미국 내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기를 바란다"며 한미 FTA 개정 등 예민한 통상 현안을 바로 끄집어냈다.

이에 대구·경북 자동차부품 수출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완성차업체 수출 의존도가 높고, 아직 사드 충격에서 회복되지 못한 상태여서다. 올해 초 현대자동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환율 10원 하락 때 완성차 5개사의 매출은 총 4천200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자동차업계도 지금까지 FTA를 통해 무관세 수출을 했지만 FTA 재협상에 따라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가뜩이나 한국 차는 미국에서 고전 중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미국으로 수출한 한국산 자동차는 65만3천449대로 전년 대비 5.5% 줄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대구는 자동차부품 중 패드, 클러치 등을 납품하고 있어 영향이 미미한 편이지만, 차체 등 비중이 큰 부품을 생산하는 경북은 완성차업체의 수출실적이 곧 부품생산업체의 실적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들어 계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경북의 철강판, 자동차부품업체들은 환율 하락과 FTA 재협상 결과에 따라 문을 닫는 곳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대구 성서산단 내 A섬유업체 관계자는 “수출기업들이 환율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달러당 환율이 1천120원대도 못 미치는 지금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상태”라고 말했다.

대구의 자동차부품·전자부품소재 전문업체 B사도 환율 마지노선이던 1천100원대가 가까워오면서 비상이 걸렸다. B사 대표는 “사드 피해가 최근에야 조금씩 회복 중인데 원·엔에 이어 원·달러도 하락하면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내수 시장도 오랜 기간 불황인 데다, 30%가량인 수출 비중마저 줄여야 하니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외환시장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결제 물량의 30%가량은 환율을 고정시켜놓는 등 안정적인 관리가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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