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한 민주, 두 토끼 잡은 국민의당, ‘빈손’ 한국당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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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6   |  발행일 2017-12-06 제3면   |  수정 2017-12-06
내년도 예산안 합의…각 당 성적표
예산협상 과정서 주도권 내줘
한국당 내부서도 질타 이어져
20171206
정세균 국회의장(가운데)이 5일 밤 열린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셋째)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이 지난 4일 극적으로 합의되면서 여·야 각 당은 다소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우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번 예산 협상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보여주지 못한 채 타 정당에 주도권을 내주며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당초 한국당은 정부안에서 공무원 증원을 대폭 줄이는 한편, 최저임금 지원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법인세도 인하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3당 원내대표 합의 결과는 이같은 목표와 거리가 멀었고, 대부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또는 국민의당의 주장대로 관철됐다.

이에 한국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5일 한국당 의원총회에서는 전날 정우택 원내대표가 민주당·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잠정 합의한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조경태 의원은 “법인세 인상은 기업하기 더 힘들게 하는 정책이고 공무원 증원도 잘못됐다. 전략·전술이 잘못됐고 여당에 말렸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도 “원내대표 합의는 의총 추인을 받지 않으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국회 관행이었던 만큼 파기 선언을 하고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구·경북(TK)지역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이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액수의 호남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확보한 것에 비해 한국당은 성과도 없이 합의가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대체 원내지도부의 협상 전략이 뭔가”라며 “우리가 뒤늦게 반발해도 이미 여당과 국민의당이 합의를 이룬 만큼 예산안은 무조건 통과된다. 공무원 수를 일부 줄이고 지원 예산을 더이상 늘리지 않겠다는 것을 성과라고 소개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원내 3당이지만 ‘캐스팅보터’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자평했다. 호남 예산을 챙기면서도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해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겼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공무원 9천475명 증원이라는 수치는 국민의당이 주장했던 8천875명과 민주당의 1만2천200명에서 찾아낸 절충안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약속도 받았다. KTX 무안공항 경유 같은 지역 현안도 챙겼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국민의당이 (협상) 고비마다 실마리를 제공했다”며 “양당제의 불신과 여당의 일방처리, 야당의 반대가 사라졌다. 다당제의 역사적 산물”이라고 자찬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경우 법정시한(2일)은 넘겼지만 이틀 만에 합의를 이룬 만큼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상이 12월 중순까지 늦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빨리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가 민생을 중심에 두고 공통분모를 찾아가며 한발씩 양보해 만든 첫 협치예산”이라며 “법정시한 내 처리는 못했지만, 원칙을 지키면서 각론 운용의 묘를 발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한편 원내 비교섭단체 정당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바른정당은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공무원 증원 규모를 문제 삼으며 예산안에 반대하겠다고 일찌감치 입장을 냈다. 유승민 대표(대구 동구을)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민주당·한국당·국민의당 3당이 합의한 2018년도 예산안에 대해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예산안 합의를 이뤘다는 것으로 긍정적 평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촛불 이후 첫 국회이자 새 정부 이후 첫 국회가 국민의 개혁 열망에 응답했는지 예산안 합의에 참가한 교섭단체들은 자문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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