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평창올림픽 기념공연 후보지인 강릉아트센터에 도착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1일 굳게 닫혔던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방남, 1박2일 중 첫 날 일정을 서울과 강릉 등지에서 소화했다.
지난 15일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북측이 140여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인 삼지연관현악단을 평창올림픽 기간 파견해 강릉과 서울에서 각각 한 차례씩 공연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현 단장이 이끄는 북측 사전점검단 7명은 이날 오전 8시57분쯤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뒤 오전 9시17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과했다. 이후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오전 10시22분쯤 서울역에 곧장 도착했다. 경의선 육로가 열린 건 201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현 단장 일행은 서울역에서 강릉까지는 KTX편으로 이동했다.
경찰병력 수백명 서울역 배치
취재진들까지 몰려 인산인해
강릉서 1박, 공연 시설 등 점검
현단장 일행 시찰후 오늘 귀환
리설주와 은하수 악단 선후배
북측 사전점검단 버스가 도착하기 전 호위를 위한 경찰병력 수백명이 서울역 광장과 역사 내에 배치됐다. 여기에다 취재진까지 몰려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 단장은 남측의 취재 열기에도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으로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띤 채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른바 ‘음악정치’를 이끄는 선두주자로 잘 알려진 현 단장은 1990년대 북한 가요계에서 활동했다. 대표곡은 ‘준마처녀’다. 현 단장은 ‘북한판 소녀시대’로 불리는 모란봉악단의 단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는 은하수 관현악단 단원 선후배 사이로 현 단장이 리설주보다 열살가량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북측 사전점검단의 방남 현장에서 가장 이목을 끈 것은 현 단장의 옷차림이었다. 머리를 뒤로 묶은 현 단장은 짙은 색 코트를 입고 회색 빛 모피 목도리를 둘렀다. 또 갈색 계열의 가방을 들고 굽이 있는 검정 구두를 착용했다. 그의 왼손 약지에는 결혼반지로 추정되는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현 단장 일행은 서울역을 출발한 KTX를 타고 낮 12시46분쯤 강릉역에 도착했다. 강릉역을 찾은 시민들은 환호하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현 단장 등은 강릉의 한 호텔에서 점심을 먹은 뒤 올림픽 전야제 공연을 할 가능성이 큰 강릉아트센터와 황영조체육관을 들렀다.
이들은 시설을 둘러보면서 원하는 무대를 설치할 수 있는 조건인지, 필요한 설비가 무엇인지,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규모의 객석을 갖췄는지 등을 점검했다. 현 단장 일행은 22일까지 공연시설 3~4곳을 시찰한 뒤 북한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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