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 반영, 정책취지 부합 안해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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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7 07:25  |  수정 2018-02-07 07:25  |  발행일 2018-02-07 제6면
부실대학 일률적 배제는 지역간 교육격차 심화 우려
■ 과제와 쟁점

오는 8월 결과가 발표될 대학 기본역량 진단 사업과 공영형사립대는 모순적인 관계라는 것이 공영형사립대추진위의 시각이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사업은 그 명칭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국가에 의한 대학 서열화로 간주된다. 지표를 통해 대학의 등급을 매긴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반면 공영형사립대는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의 개혁을 통한 입시경쟁교육을 완화해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구상에서 시작된 것으로, 권역별 네트워크의 구축과 확산이라는 공적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대학의 서열화와 무의미한 경쟁을 촉진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를 공영형사립대 선정의 기본요건으로 규정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공영형사립대의 취지와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과거의 지표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인 반면 공영형사립대는 국가 대학체계 개편을 위한 공적 역할이 중요하고, 재정투입을 통해 미래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를 공영형사립대 요건에 반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비리·부실의 문제가 있지만 비리·부실의 원인이 대학이 아니라 학교법인에 있고, 대학구성원과 지역사회의 노력에 의해 극복될 가능성이 있으며, 지역 고등교육의 필요 혹은 지역별 특성화가 요청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이들 대학을 공영형사립대로 전환시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공영형사립대추진위의 시각이다. 또 지방대 부실은 수도권 및 대도시 중심의 극단적 불균형 발전으로 인한 탓이 큰 만큼 이들 대학을 공영형사립대에서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지역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학교법인 경영자는 공영형사립대를 정부의 부실대학 지원정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 상위 50~60%에 해당하는 자율개선대학의 요건은 충족하지 않지만, 목적과 취지에 부합해 공영형사립대로 선정될 경우 부실대학 지원 정책 논란은 증폭될 전망이다.

또 다른 쟁점은 정부와 사학재단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시각차다. 정부는 사학재단이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인 학교사유화를 극복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영형사립대 정책을 들고 나왔다. 반면 사학재단은 공영형사립대가 사립대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학교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할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영형사립대추진위는 대학의 자율성은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전제로 헌법상 보장된 대학구성원의 기본권이며,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이 학교법인의 경영책임과 사립대의 운영을 이원적으로 규율해 사립대가 학교법인의 사적 지배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개방이사제도가 사실상 무력화한 상황에서 국가 재정 지원을 통해 교육기본법이 규정하는 모든 교육당사자들이 참여해 민주적인 이사회로 대학체계를 변모시키자는 것이 공영형사립대라는 설명이다.

결국 공영형사립대는 정부 예산규모, 대학별 지원규모, 대학구성원 의지, 지역사회 시각, 사학법인 인식 등에 따라 전개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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