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장소‘밀당’…김정은‘평양’선호 VS 트럼프 “후보지 5곳 검토”

  • 입력 2018-04-19 07:22  |  수정 2018-04-19 07:23  |  발행일 2018-04-19 제4면
북미정상회담 개최지 팽팽한 ‘신경전’
20180419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남북이 종전 문제를 논의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했는데 실제로 추진되는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반도의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방법, 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뉴스 화면에 비친 북한 김정일과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의 사진을 바라보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5곳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면서 최근 거론돼 온 장소들이 지닌 정치적 함의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미국과 북한은 후보지의 정치적 의미, 실용성, 홍보효과 등을 기준으로 치열한 ‘밀당’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어디냐에 따라 상징성과 의미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회담 후보지로 5곳이 검토된다고 공개했다.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미국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노(No)"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지금까지의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평양, 판문점, 제주도, 울란바토르(몽골), 스톡홀름(스웨덴) 등이 거론된다.

북한은 평양 개최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 개최지로도 평양을 주장했다.


金, 트럼프 안방에 불러들이면
최강국 美지도자와 동급 부각

美, 거론되던 워싱턴 대상 제외
울란바토르·스톡홀름 등 물망



김 위원장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안방’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면 대내외에 세계 최강 미국 지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평양 방문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우선 평양 방문 그 자체만으로도 김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에 ‘선물’을 주는 것이라는 미 조야의 견제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서다. 미 행정부 내부에선 안전상 문제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행을 차단하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간다면 어마어마한 규모를 인솔할 텐데 북한 내부에 미국의 존재감을 알리고 세계의 주목도 받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으로서는 ‘어웨이(away)’이기 때문에 협상을 주도하고 기선 제압하기 쉽지 않다는 부분을 우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평양 이외에 판문점과 제주도도 거론된다. 특히 판문점은 역사적 의미나 실용적인 차원에서 장점이 있다. 참혹했던 6.25전쟁을 ‘정전’했던 자리에서 평화의 매듭을 풀어가는 상징일 수 있어서다. 우리 정부가 바라는 장소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판문점을 제일 높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꼽았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개최지인 판문점은, 북미정상회담의 의미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은 의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몽골 울란바토르와 스웨덴의 스톡홀름도 거론된다. 제3국이 회담 개최지로 선택된다면 장소의 상징성은 줄지만 회담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 영세중립국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유학한 경험이 있는 스위스 제네바나 국제 공해상 선박도 가능하리라는 보도가 나온다.

한편, 미국 워싱턴DC도 북한으로서는 ‘평화공세’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미국도 비핵화의 추동력을 높일 수 있는 장소로 한때 거론됐으나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비춰보면 현재 유력한 논의 대상은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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