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기술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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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5   |  발행일 2019-02-15 제33면   |  수정 2019-02-15
말의 기술

# 어느 커피숍 커피 시킬까요?
- 커피 싫어합니다(X) - 커피보다 녹차가 좋아요(○)

커피숍의 풍경이다. A씨가 B씨에게 커피를 사주려고 주문하면서 묻는다. “커피를 좋아하는지요? 커피 시킬까요?” 그러자 B씨가 대답한다. “저는 커피를 싫어합니다.” 이럴때 A씨는 B씨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스피치 코치들은 “아마 B씨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한다. ‘싫어한다’ ‘없다’는 등의 부정적 화법은 상대방에게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B씨가 취향을 바꿀 수는 없고 그렇다면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까. “커피보다는 녹차를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부정적인 단어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긍정적 단어를 많이 사용하라는 조언이다. 저녁 약속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선약이 있을 경우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까. “시간이 없다”는 대답보다는 “선약이 있어 힘들다”는 것이 좀 더 부드러운 표현이다.

부부상담전문가이자 심리학자인 존 고트먼 워싱턴대 교수는 700쌍 이상의 부부를 관찰한 뒤 “오랫동안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긍정적인 말을 부정적인 말보다 5배 정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림커뮤니케이션 이미란 대표는 “일반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는 좋은 이미지보다 오래 각인된다. 어떤 사람에 대해 처음에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다가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쉽게 부정적 이미지로 돌아서지만 처음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긍정적 이미지로 바꾸는 것은 훨씬 힘들다. 더 오랫동안, 더 자주 긍정적 말을 해주어야 바꿀 수 있다”며 “부정적 화법을 쓰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말부터 긍정적 화법으로 바꾸고 이것이 습관화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
빈민가 꽃파는 소녀에게 예의 갖춰 전하는 말…귀부인으로 변하는 계기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1960년대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가 있다. 독신주의 언어학자 헨리 히긴스가 빈민가에 살던 꽃 파는 소녀의 언어를 교정함으로써 6개월 내에 귀부인으로 만들 수 있다고 친구와 내기를 했고 이것을 성공시킨 것은 물론 결국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영화다. 이 영화를 통해 말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여기서 꽃 파는 소녀 일라이자가 한 말이 있다. “피커링 대령이 아니었으면 예의가 무엇인지 몰랐을 거예요. 그 분은 저를 꽃 파는 사람 이상으로 대해주었습니다. 꽃 파는 아가씨와 숙녀의 차이는 어떻게 대접받느냐의 문제예요. 히긴스 교수님에게 저는 평생 꽃파는 아가씨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피커링 대령에게 저는 항상 숙녀가 될 수 있죠.”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얼마나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 20C 최고의 웅변가 처칠 일화
초선의원의 유창한 연설에 일침 “너무 매끄럽게 잘해도 신뢰감 떨어져”

20세기 최고의 웅변가로 꼽히는 처칠에 관한 일화가 있다. 한 초선의원이 한 번의 막힘도 없이 유창하게 연설을 마치고 난 뒤 자신감에 차서 처칠에게 피드백을 부탁했다. 칭찬을 받게 될 것이라 믿었던 그 의원은 처칠로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한마디의 쓴소리를 들었다. “다음부터는 좀 더듬거리게.” 말이 너무 청산유수처럼 매끄러우면 오히려 신뢰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말을 못하는 것보다 분명히 장점이다. 하지만 자칫 잘난 점을 과시하는 것이 되기 쉽다. 너무 잘난 것들이 오히려 경계나 질시의 대상이 되고 이것을 내세우게 되면 화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말을 잘 하는 것보다는 진실성이 담긴 말이 더 좋은 인상을 남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석을 갈고 다듬어야 보석이 되듯, 말도 갈고닦으며 다듬어간다면 보석처럼 빛나는 자신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 다른 이와의 소통, 교감을 넘어서 설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말이 나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다운 인사가 멋진 하루를 열게 하고 따뜻한 위로의 말이 고통의 구덩이에서 구원의 팔이 되기도 한다.

나의 말은 어떤가. 회사에서, 가정에서 어떤 말을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가. 한번쯤은 나의 말에 귀 기울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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