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급락…원달러 환율 1200원대 고착화 우려

  • 이효설
  • |
  • 입력 2019-08-06   |  발행일 2019-08-06 제15면   |  수정 2019-08-06
美中 분쟁·日 수출규제 ‘이중고’
위안화 환율, 달러당 7위안 돌파
엔화도 하루만에 28.97원 올라
대구銀 “방어적 투자전략 필요”
20190806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3년5개월 만에 최고치로 마감하고, 위안화 환율이 11년만에 달러당 7위안을 넘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016년 3월9일(1,216.2원) 이후 3년5개월 만에 최고치인 1,215.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 급등에는 이날 위안화 환율이 11년 만에 시장의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7위안선을 돌파한 영향이 컸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선을 돌파하고 원·달러 환율도 1천210원선을 넘어서 한국 자산가치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이뤄지며 외국인 수급이 빠르게 위축됐다”면서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은 있을 수 있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하락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엔화 역시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100엔당 1,147.92원을 나타냈다. 전 거래일 같은 시각 기준가보다 28.97원이나 올랐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는 달러 대비로도 가치가 올랐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한때 105엔대를 기록하며 지난 1월 이후 최저(엔화 가치 최고) 수준으로 떨어졌다. 변동장의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 간, 한국과 일본 간 경제전쟁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관련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한 데다, 미중 무역전쟁도 확전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환율 상승은 국내 경제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친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당장은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예측 불가의 변동성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금융 위기 상황이란 발표가 속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은 방어적 투자전략 수립에 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이 넘는 상태에서 며칠이라도 지속하면 1,200원선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했다.

‘환율전쟁’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경제지표가 좋은데 기준금리를 내리고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고, 중국 인민은행도 위안화를 절하하면서 미중이 환율전쟁으로 흘러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