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수도권 해체해야 미래가 있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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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4 06:57  |  수정 2023-12-14 06:56  |  발행일 2023-12-14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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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편집국 부국장

우리나라는 서울 공화국으로 불린다. 정확하게는 수도권공화국이다. 서울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외연을 확장해 골리앗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 수도권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수도권 인구 비중이 50%를 넘었다. 국토면적 11%에 불과한데 우리나라 사람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것이다. 이 같은 수도권 밀집도는 전 세계에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단순히 인구만 몰려 있는 것이 아니다. 매출 상위 1천개 대기업 가운데 수도권에 750개 이상이 몰려 있다. 사람과 돈, 일자리가 비좁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년(15~34세)들은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향한다. 지난달 발표한 한국은행의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2015~2021년 수도권에서 증가한 인구 중 청년유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78.5%였고, 반대로 대구경북권에서 인구감소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77.2%였다. 충청과 제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 또한 비슷하다. 청년들이 학업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주한 것이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같은 수도권 과밀이 출산율 저하의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고 가임기간이 긴 청년인구의 유출은 그 지역 출산감소로 이어져 오랫동안 인구감소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아이를 낳아야 할 세대인 청년이 떠나면서 인구감소가 더 급격히 진행된다는 의미다. 반면 수도권처럼 과밀화된 지역은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더 낮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교육열 상승, 육아시설 부족 등으로 양육비용이 증가하고, 고임금 여성이 출산시기를 늦추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합계 출산율은 0.7명으로 전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낮았다. 이 가운데 서울이 0.54명으로 가장 낮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보면 지금의 수도권집중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위험신호다. 그런데도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은 구호만 요란하지 뭐 하나 달라진 게 없다. 정치권이나 정책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의지를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선거 때마다 정치공학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외치지만 정책에 반영하거나 예산배분에는 미온적이다. 지방자치제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재정배분권은 중앙권력이 틀어쥐고 있어 무늬만 지방자치제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수도권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권역별로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거점도시를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역별 거점도시를 육성해 수도권 집중을 다소 늦추고 점진적으로 국토균형발전을 추진해 나가자는 논리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역주행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IT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전환이 수도권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이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수십 년간 진행된 지역균형발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기존 정책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은 다른 나라처럼 단순한 경제논리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다. 그리고 쉽게 풀 수 없는 난제다. 하지만 이 난제를 풀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민주국가에서 선거는 나름 정책전환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비수도권 민심이 단결한다면 '지속가능성'으로의 길을 열 수도 있다.박종문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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