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로스쿨 개혁되어야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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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1 10:42  |  수정 2023-12-21 10:42  |  발행일 2023-12-27 제27면
로스쿨 시행 후 문제점 노출, 대안 필요한 시점
전문화된 변호사 양성 사실상 불가능
로스쿨 졸업생, 대부분 수도권으로 진출
문과 지역인재 유출 심화
학부형태 로스쿨제도 도입이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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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진 경북대 로스쿨 교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2009년에 설립된 후 2012년부터 로스쿨 법학교육을 통해 매년 약 1천500여 명의 법조인을 양성하여 사회에 진출시키고 있다. 로스쿨은 설립당시 목표로 다양한 인적 구성의 전문적인 법조인 양성, 지역거점대학의 활성화 등을 제시하였으나, 제도 시행 후 현재까지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어 대안이 필요한 실정에 이르렀다.

로스쿨 교육과정은 비(非)법학사가 3년 만에 따라가기에는 벅차다. 지금처럼 법학을 처음으로 입문하는 자원들을 염두에 둔다면 3년 과정의 로스쿨교육과정은 현재의 방법을 유지시키기 어렵다. 지금 로스쿨은 학생들의 절대 시간 부족으로 인해 기본 3법과 소송법을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형편이라 로스쿨 설립취지였던 전문화된 변호사 양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지역의 우수학생들이 수도권 명문대학에 진학한 후 로스쿨에 재진입 하는 경우나 혹은 수도권 대학출신 학생들이 지역로스쿨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졸업 후 일자리 등을 고려해 대부분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경향이 있어 결과적으로 지역 로스쿨은 성장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2022년 기준 대구지역 로스쿨 입학생 중 자대출신은 경북대 131명중 14명(10.7%), 영남대 75명중 6명(8%)에 불과하다(서울신문, 2022.06.30.일자 기사). 이는 의과대학의 운영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지역 의과대학들은 초기부터 능력 있는 지방고등학생들을 수용해 지방에 기반을 둔 성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학부에 로스쿨 형태의 법과대학이 없다보니 의과대학이 있는 이과 선호도가 과거에 비해 급증해, 상대적으로 문과로의 우수한 고교졸업생 유입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는 향후 국가인재의 균형적인 배분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한국의 현실에 맞는 개선책을 찾아야 하며 이는 학부 형태의 로스쿨제도 도입이 해결책으로 보인다. 우선 로스쿨을 학부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의 법학교육은 대학원과정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구 국가는 학부에 이를 두고 있다. 정부는 법학전문대학원의 미국식모델을 수정하고 의과대학처럼 학부에 둠으로써 한국현실에 맞는 저비용체제를 지향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수학능력시험을 기준으로 한 입시가 더 공정할 것이다.

비법학도의 법조인 양성은 편입제도를 활용한다.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사람으로 하여금 법학을 하게함으로써 전인적이고 전문적인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 제도 도입의 취지는 일정 인원을 편입제도로 충원하는 방법으로 달성할 수 있다. 다만 편입은 현재처럼 결원을 보충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원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로 정하면 로스쿨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또 실무교육은 로스쿨 외의 기관에서 시행해야 한다. 영국의 법과대학생은 3년간의 이론교육과 1년간의 실무교육으로 법조인 자격을 부여받고 각 분야의 2년간 연수<배리스터(barrister·법정변호사)인 경우 1년)>를 마치면 정식 법조인이 된다. 우리의 경우도 사법연수원체제를 유지하거나 변호사협회에서 주관하여 변호사에 필요한 실무교육(1년 내지 6개월)을 시키면 된다.

결론적으로 로스쿨 도입이 원칙적으로 옳다면 그 형태는 미국식 로스쿨은 우리 현실에 맞지 않고, 차라리 학부에 이를 설치하여 보다 한국의 실정에 맞는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정형진<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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