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댓글부대, '온라인 여론 조작' 실체가 있을까…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 김은경
  • |
  • 입력 2024-03-22 08:00  |  수정 2024-03-22 08:01  |  발행일 2024-03-22 제14면

댓글부대
대세배우 손석구가 언론사 기자로 변신해 온라인 여론조작에 맞서는 영화 '댓글부대'의 한 장면.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요즘 대세배우로 떠오른 손석구가 천만영화 '범죄도시2' 이후 선택한 작품이다. 현대사회에서 갈수록 중요해지는 사이버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부대'의 실체를 파헤치는 언론사 기자의 이야기다.

현대인은 두 개의 세상을 살고 있다. 매일 눈뜨고 생활하는 현실, 그리고 가상의 공간인 인터넷 세상이 그것이다. 영화 '범죄도시2'에서 잔혹한 킬러 '강해상'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긴 손석구가 이번에는 민첩한 사회부 기자 '임상진'으로 변신했다. 실력과 적당히 허세 가득한 기자 상진은 한국의 언론사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보편적 캐릭터다.

상진은 취재과정에서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입수하고, 기자로서의 촉이 발동한다. 열심히 기사를 작성하지만 오보로 판명 나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결국 정직까지 당하고 어깨가 축 처져 있던 그의 앞에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급반전한다. 자신을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부대, 일명 '팀알렙'의 멤버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상진의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 자신들이 진행한 작업이었음을 밝힌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의 안국진 감독은 전작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언론과 평단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자본주의가 만연한 한국 사회의 단면을 유쾌 발랄하게 비틀어 놓은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상, 청룡영화상 등 주요 상을 휩쓸었다.

안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 눈여겨본 댓글부대는 실제로 존재할까. 사실 그동안 소문은 무성했지만 누구도 실체를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다. 안 감독은 영화 시사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댓글부대의 실체에 대해선 영화를 만들기 위해 처음 접근할 때나 지금이나 같은 입장이다. 왠지 있는 것 같은데 실체를 모르겠고 없다고 하기엔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 감독의 말처럼 영화에서는 댓글부대의 실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유보한다.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누가 왜 댓글을 작성했는지 사건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등 끝없는 질문을 꼬리표처럼 남긴다.

실체가 불명확한 댓글부대를 화면에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인터넷 화면 창과 SNS 등을 속도감 있게 활용했다. 또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한 인물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장소 인서트 컷과 몽타주 기법을 도입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일약 스타감독으로 부상한 조상경 의상 감독, '헤어질 결심' '수리남' 등에서 스토리라인을 강조하는 음악으로 눈길을 끈 조영욱 음악감독이 투입됐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기자 이미지

김은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