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폐장’에 속았다…지원사업비 4조 이상 깎고 이행률도 42% 불과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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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18 07:10  |  수정 2014-08-18 08:38  |  발행일 2014-08-18 제1면
9년간 사업 지지부진
시민들도 정부에 분통

정부가 대표적인 국책 님비사업인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이상 방폐장)이 들어선 경주지역에 대한 지원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스스로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주시민은 정부마저 공수표를 남발한다면 앞으로 국가주도의 대형 님비사업 추진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주시는 2005년 11월 시민 투표를 거친 끝에 89.5%의 찬성률로 방폐장을 유치했다.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가 방폐장을 유치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경주시민의 이 같은 행동은 단 한가지 ‘잘 살아 보자’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방폐장 유치지역에 각종 사업비로 국비 8조여원을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경주 유치가 결정되자 정부는 약속을 번복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방폐장 건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건립 등 3대 국책사업과 함께 경주시가 요청한 8조원의 지원사업을 대폭 축소시켜 모두 55건의 사업에 3조4천억원(국비 2조3천154억원 포함)을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하지만 9년이 지난 현재, 방폐장 건립 이외의 국책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 사업 이행률은 그동안 고작 42.5%(국비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건립의 경우 지방비 부담이 총 사업비 3천147억원의 37.%인 1천182억원에 달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다. 경주시는 지금까지 지방비 997억원을 투입했지만 나머지 185억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양성자센터는 오는 12월 준공이 어렵게 됐다.

여기다 한수원 본사 이전도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양성자가속기 배후단지 조성 등 6건은 아직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약속한 자율형 사립고 설립은 현 정부의 정책 변화로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게 경주시의 견해다.

이에 경주시민들은 정부로부터 철저하게 홀대를 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경주시민은 “정부가 19년간 풀지 못한 국가적 난제였던 방폐장을 받아들였지만, 경주 주민에게 돌아 온 것은 분열과 갈등뿐”이라며 “정부의 사탕발림에 철저하게 속았다”고 분개했다.

문제는 정부의 방폐장 관련 지원 사업에 대한 약속 불이행은 향후 국책사업 추진에 있어 큰 난관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주시의 한 공무원은 “정부가 경주를 나몰라라 한다면, 앞으로 어느 지역에서 님비사업을 가져가겠느냐.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심어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경주=송종욱기자 sjw@yeongna 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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