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층 “대출금리 열받네”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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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1   |  발행일 2014-08-21 제1면   |  수정 2014-08-21
신용 우량자보다 지나치게 높아
대출 거부당해 제2금융권 가기도

직장인 A씨는 한 은행에서 2천만원을 신용대출받아 8%대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

A씨는 “공무원인 친구 B씨의 신용대출 금리(4%대)와 4%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나 괴리감이 컸다. 공무원은 합격증만 가져와도 대출을 바로 해주기도 한다더라”면서 “은행이 수익창출 논리로 대출금리에 접근하지만 공공적 기능도 있는데 ‘좋은 직장’ 다니는 사람에게만 파격적 금리 혜택을 줘 사회 대립의 골을 깊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인하돼 2%대의 저금리시대를 맞았다고 하지만 서민들에게는 은행권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고, 심지어는 은행 문턱 넘기도 쉽지 않다”고 씁쓸해했다.

개인 신용대출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고객에게는 대출이 쏠리는 반면, 저신용층의 대출은 기피되고 있다. 저신용층에 대출이 된다고 해도 전문직·우량고객과 금리차도 과다하다.

또한 은행의 가계대출이 신용대출보다 담보가 확실한 주택대출에만 집중돼, 은행에서 거부된 신용대출 고객이 상대적 고금리인 제2금융권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어 서민의 이자부담이 더욱 확대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에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신규 먹거리 확보마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의 위험부담을 최소화해 손실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 지역 은행, 신용대출 비중 줄여…우량고객에 대출 쏠림도

실제로 최근 3년간 대구·경북 예금은행의 신용대출 비중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2011년 9조2천280억원이던 지역 신용대출은 2013년 9조1천910억원으로 2년 새 370억원(0.4%) 줄어들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2011년 12조3천110억원에서 2013년 15조2천510억원으로 2년 새 24%(2조9천400억원)나 늘었다.

은행의 신용대출에서 소외된 이들이 비은행권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면서, 지역의 비은행 신용대출은 같은 기간 9조2천960억원에서 12조1천720억원으로 31%(2조8천760억원)나 증가했다.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늘린 만큼 비은행권 신용대출 금액이 늘어난 셈이다.

가뜩이나 문이 좁아진 은행권 신용대출의 혜택이 다시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고객에게 돌아가고 있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은 은행권 대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나이스신용정보에 따르면 금융회사 전체의 신용대출거래<표 참고>는 우량고객인 1~2등급에만 치우쳐 있고, 이들의 비중만 상승하고 있다.

좁아진 은행문…담보대출로 밀리는 저소득층

지난 6월 말 신용대출고객 중 1등급 비중은 전체의 17.8%로 전년 같은 기간(14.6%)에 비해 3.24%포인트 증가했다. 2등급도 그나마 같은 기간 14.2%에서 14.4%로 0.15%포인트 오르며 ‘소폭 상승’에 이름을 걸쳐놨다.

이에 반해 비교적 신용상위 등급이라 할 수 있는 4~6등급마저도 비중이 줄어들어, ‘신용등급 간 차별’은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 지역은행 관계자는 “1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신용도가 있는 사람인 셈”이라며 “공무원은 대출 리스크가 적은 집단으로 상대적 저금리에 은행들이 대출을 서로 해주려고 하고 저신용자는 은행이 신용대출을 기피한다. 사실 자영업자, 개인사업장의 직원 등은 대기업 직장인보다 신용등급이 높더라도 대출금리는 더 높게 책정된다”고 밝혔다.

◆ 신용대출 금리차 신용등급 따라 최대 7%대 차이

저신용계층이 은행권에서 겨우 신용대출을 받게 됐다 해도 적용 금리는 결코 낮지 않다. 우량고객과 최대 7%포인트 이상 차이난다.

17개 은행의 7월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은행별·신용등급별로 천차만별이었다. 한국씨티은행이 6.80%로 가장 높았고, 이어 지역은행인 대구은행이 6.42%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외환은행(6.25%), 전북은행(6.03%), 수협(6.09%), 경남은행(6.00%)도 6%대였다.

신용등급별로 금리차이는 최대 7%포인트 이상 났다.


1등급과 7~10등급 간의 금리차가 가장 많은 은행은 7.28%포인트 차이 나는 전북은행이었다. 이어 한국씨티은행 7.08%포인트, 기업은행 5.01%포인트, 대구은행 4.87%포인트 등의 순이었다.


한 대출 고객은 “예금금리는 겨우 2%인 시대인데, 아무리 신용등급별로 차이를 둔다지만 5~7%는 너무 심하다”면서 “사실상 은행이 금리차로 사회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나마 고금리라도 1금융권에서 대출받으면 다행이다. 2금융권 금리보다는 그래도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은행들은 7등급 이상의 저신용자들은 신용대출을 거의 해주지 않고 있다”면서 “기업 대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극화처럼, 서민대출에도 고신용도와 저신용도 간 대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민은 은행 문턱넘기가 힘들고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은 돈을 빌릴 필요가 없다 보니 은행은 수익성이 안 좋아지고 저신용층은 대출을 원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 등급별 신용대출고객 비중
 (단위:%, %포인트)
등급 2013년 6월 2014년 6월  
1 14.59 17.83  3.24
2 14.24 14.40  0.15
3 14.70 14.46 -0.24
4 13.57 13.59  0.02
5 15.43 14.54 -0.90
6  9.10  8.39 -0.71
7  7.27  6.67 -0.60
8  5.01  4.36 -0.65
9  3.85  3.66 -0.18
10  2.23  2.10 -0.13
※은행, 보험, 대부업 등 금융계 전체 대출기준
 <자료: 나이스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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