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이 되기 위해 지명·위치 바꾼 ‘기날마을’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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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8   |  발행일 2014-08-28 제11면   |  수정 20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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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문화모티길 인근의 기날마을. 200여년 전 부임한 김산 군수에 의해 마을의 위치가 현재의 자리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직지문화모티길 인근의 기날마을은 원래 산 아래 고지대에 위치한 마을이었다. 200여년 전 신임 김산 군수(김천의 옛 지명)가 부임하면서 현재의 자리로 옮겨왔다. 풍수지리에 해박한 군수의 지시에 따라 마을의 위치가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옛 김산군 관아는 현재의 김천시 교동에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군수가 관아 부근의 풍수를 보았는데 ‘늙은 쥐가 밭으로 내려온다’는 노서하전(老鼠下田)의 명당이었다고 한다. 노서하전의 지세는 ‘다산’과 ‘재물’을 상징하는 쥐 중에서도 경험이 많은 늙은 쥐가 뒷산에서 내려오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구화산 아래 김천시 교동과 삼락동 일대의 주민들 사이에서는 부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다.

군수는 관아 주변의 지세는 만족스러웠지만 맞은편의 풍경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멀리 쥐의 기를 누르는 고양이 형상의 마을이 보였기 때문이었는데, 현재의 기날마을이었다. 당시 기날마을은 고양이 형상을 닮아 ‘묘내’로 불렸다. 군수는 고양이의 기에 눌려 쥐 형상의 명당이 피해를 입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군수는 결국 마을의 이름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결국 ‘묘내’의 이름은 ‘기날’로 바뀌었다. 또한 군수는 관아를 내려다보는 것이 불손하다며 마을의 위치를 산 아래로 옮기도록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노서하전의 명당 덕분인지 김천에서는 큰 부자가 많이 났지만, 부를 유지하지는 못한다는 속설도 함께 전해내려온다. 이는 김천의 지형이 감천과 구미 선산 방향으로 터져있는 소쿠리 형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지만, 모두 옛 전설로 치부될 뿐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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