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샘의 밑줄 쫙] 세상을 다 가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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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9   |  발행일 2014-08-29 제43면   |  수정 201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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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내맘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원망을 할 때가 종종 있을 겁니다. 내 자식이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고, 내가 하는 일이 술술 잘 풀렸으면 좋겠고, 내가 좀 더 예뻤으면 좋겠고, 스포츠 경기에서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겼으면 좋겠는데 항상 내가 원하는 결과가 아닌 전혀 반대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때 ‘세상은 왜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고 정반대로 움직이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죠.

어릴 때 ‘도깨비 감투’ 라는 만화책을 읽으면서 ‘만약 도깨비 감투라는 것이 있다면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마음껏 다해 볼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한 번씩은 해본 것처럼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만약 세상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은 해볼 수가 있겠죠. 그렇게 된다면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도 나처럼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고, 적어도 내 주변에는 행복한 사람들로 가득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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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필리핀 여행을 가보니 가이드가 해준 얘기가 생각납니다. 마닐라 시내에서도 잘사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그곳에서는 스케이트 타는 것을 좋아하는 자식의 생일 선물로 아이스링크를 선물했다는 사람도 있다더군요. 스케이트를 사준 게 아니라 스케이트를 좋아하는 아들이 마음껏 탈 수 있게 아예 전용 링크를 지어준 것이죠. 얼마나 돈이 많으면 그런 선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어린 아들인데 앞으로 그 아들을 위해서 무엇을 더해줄 수 있을지 걱정이 들더군요.

제가 아는 분 중 한 분은 차 안에 현금 500만원을 두고 다니면서 수시로 필요할 때 꺼내쓰고 다시 채워넣고 그렇게 사는 분이 있습니다. 물건을 살 때나 음식을 먹을 때도 가격이 얼마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단지 내가 이걸 사고 싶은지 먹고 싶은지 그것만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한 달에 오천만원 이상 벌면서부터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부럽기도 했지만 그분도 제가 부럽다고 했습니다. 무얼 살까 고민도 하고 어떤 걸 먹을까 요리조리 가격, 품질 따져가면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살 때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그분은 절반도 느끼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세상이 내마음대로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부족함이 없이 가장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핍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할 것입니다. 배고플 때 먹는 밥맛과 목마를 때 마시는 물이 꿀맛이라는 건 배고프고 목말라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일 것입니다.

방송인·대경대 방송MC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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