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소통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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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30   |  발행일 2014-08-30 제23면   |  수정 2014-08-30
최근 우리 사회에서 소통이 화두가 돼
소통되려면 자기희생과 진정한 사랑 전제되고 나 자신부터 바뀌어야
[토요단상] 소통과 사랑

최근 언론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낱말이 있다. 바로 ‘소통’이란 단어다. 꽉 막힌 하수관을 뚫어 물이 막힘없이 흘러가듯이 서로의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疏(소)는 막힌 것을 뚫는 것, 즉 씻고 빗질해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고 通(통)은 서로 오고 감으로써 대화도 하고 화합하는 것이다.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데 어째서 이리도 같은 생각을 하지 못할까. 너무 답답해 화가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남북, 한일 등은 살아온 환경과 나라의 체제와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소통이 되지 않아도 이해될 때가 있다. 그러나 지역, 정당, 세대 간의 소통이 되지 않아 나라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왜 그리 사연이 많고 핑계가 많은지 소통되던 것도 막힐 판이다. 소통이 되려면 먼저 자기희생과 진정한 사랑이 전제돼야 한다. 진정한 소통을 이루려면 상대를 바꾸기보다 나 자신부터 바뀌어야 된다.

사랑과 배려가 없으면 상대의 약점만 커다랗게 보이지만, 진실된 사랑 앞에서는 상대의 강점만 보인다. 그뿐인가, 상대의 환심을 사려고 자신의 고집을 꺾는 것은 물론이고 진정한 변화의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 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사랑의 힘이다. 사랑의 힘으로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유혹에 찬 욕망을 비워내야만 한다. 자신의 욕망을 비워내지 않고는 타인의 마음을 담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요즘 TV의 공익광고에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저녁을 사주고 싶다고 전화하는 모습이 있다. 손녀가 친구들과 주고받는 대화처럼 할아버지에게 답을 했더니 할아버지는 당연히 아이들의 신조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손녀는 할아버지가 귀가 어두워서 이해를 잘 못하시는 것 같다고 어머니께 둘러댄다. 어머니가 다시 전화를 받아서 통역 아닌 통역을 하는 웃지 못할 현실이 연출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조금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여기서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에는 사랑이 충만하다. 이들의 세대 간 소통을 위해서는 누가 더 노력해야 할까. 옛날 같으면 물어보나 마나 한 질문이다. 당연히 삼강오륜을 앞세워 손녀가 할아버지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날로그 시대가 아닌 디지털 시대이다. 디지털에 문외한인 할아버지가 손녀세대를 이해하고 여유와 베풂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내리사랑의 길이 아닐까.

디지털 세상에서는 6세 아이가 45세 어른보다 더 똑똑하다는 신문 기사를 접하고 보니, 현 기성세대가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반성하게 된다. 자신들보다 더 나은 능력을 갖춘 자녀세대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교육해왔다는 사실에 오히려 부끄러움이 앞선다. 앞으로 세대 간의 소통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므로 성인세대는 고집이나 선입견을 버리고 젊은이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

보다 편리하고 발전된 소통수단으로 문자메시지나 음성통화, 앱, SNS 등을 사용해 서로 간의 불통상태를 뚫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보다 더 불편하고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해 온 기성세대의 든든한 자산인 아날로그식 직접대화술이 더 확실한 소통의 노하우가 아닐까.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웃고 술잔을 주고받으며 사랑이 깃든 진정한 마음으로 가슴의 문을 열 때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루어질 것이다.

몇 달간 우리는 소통이란 화두에 사로잡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제 소통이란 글자에서 通(통)이라는 글자보다 疏(소)라는 글자의 의미에 더 많은 신경을 집중해야 할 때다.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해 보인 교황의 방한도 어쩌면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자신의 욕망을 버리고 사랑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보듬으라는 메시지가 아닐는지. 비록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시대이지만 소통만은 사랑과 진실로 욕망을 제거하고 확인하는 아날로그 시대의 방식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공영구 대구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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