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해양 실크로드 .4] 해양학자들이 말하는 바다 실크로드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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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2   |  발행일 2014-09-02 제14면   |  수정 2014-09-02
“실크로드 종착지 신라, 日 고대사회 형성에 중요 역할”
[코리아 해양 실크로드 .4] 해양학자들이 말하는 바다 실크로드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열린 ‘제5회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에 참석한 해양문화학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경북도 제공>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동국대 경주캠퍼스와 경북 동해안 일원에서 ‘제5회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전국의 해양문화학자 등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해양실크로드의 종착지였던 신라 경주에서 ‘해양 실크로드와 항구, 그리고 섬’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해양실크로드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고찰하고, 21세기 신해양 시대를 맞아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닌 해양문화에 대한 관심도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동아시아의 항구와 섬을 대상으로 접근했다. 참석한 학자들은 △해양실크로드와 한국 △해양 관광과 해양문화콘텐츠 △해양실크로드와 공연문화 교류 등 13개 분과로 나눠 발표와 융합토론을 벌이고 동해안 해양문화 답사도 진행했다.

인도·동남아서 온 물품
신라 거쳐 일본까지 전파

신라 아진포·율포
대표 대외교역항으로 활용
세계 소통 주저하지 않아

실크로드는 문화 이동 통로
김수로왕 부인 허황후가
상징적 인물인 셈


◆실크로드 종착지 신라

이번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에서 김창석 강원대 교수(역사교육과)는 ‘신라 외항(外港)의 변천과 그 배경’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신라가 외부인과 접촉한 항구로 가장 먼저 확인되는 곳은 아진포(阿珍浦)”라고 밝혔다.

아진포는 경주 계림의 동쪽에 있는 하서지촌의 포구로, 삼국유사에서 용성국(龍城國) 사람인 탈해가 배를 타고 아진포를 통해 신라로 들어왔다고 전하고 있다. 아진포는 지금의 경주시 양남면 하서리의 바닷가로 추정된다.

신라의 전신인 사로국은 3세기 쯤 분지인 경주와 가까운 아진포를 통해 왜국, 가야 등으로부터 외래 문물을 받아들였다.

신라는 외래와의 교역이 늘어나자, 아진포에 이어 율포(栗浦)를 대표적인 대외교역항으로 활용했다. 율포는 현재 울산시 울주군 지역의 포구다.

김 교수는 “아진포와 율포는 어류, 해조류, 소금과 같은 물자를 분지였던 경주까지 조달하는 주요 통로였다. 당시 신라가 해상교통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음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지은 동국대 교수는 ‘통일신라의 대일교역품에 대한 고찰’이란 분과 발표문에서 8세기 신라와 일본 간 교역의 실상을 보여주는 문헌사료인 ‘매신라물해(買新羅物解)’를 통해 “실크로드의 종착지가 바로 신라였고, 실크로드를 통해 전파돼 신라 사회에서 유통된 물품은 일본으로 건너가 고대사회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매신라물해에서 기록된 물품을 분류해 보면 대체로 직물류, 향약류, 안료·염료로 대별된다. 이들 물품은 인도나 동남아시아에서 신라로 들여온 것으로, 실크로드가 신라를 거쳐 일본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양실크로드 통한 문화 전파

문화의 이동 통로로써 해양실크로드를 바라본 발제문도 눈길을 끌었다.

이창식 세명대 교수(한국어문학과)는 ‘해양실크로드와 신화적 공연유산’이란 분과 발표문에서 “고대인들은 실크로드를 통해 문화양식과 재화를 축적했다. 고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실크로드를 통해 문화변동과 문화접촉이 전개됐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길은 문화의 다양한 통로인데, 실크로드는 문화의 이동과 정착이 이뤄진 상징 루트’라며 고대신화를 주목했다.

이 교수는 가락국(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부인 허황후의 행적을 실크로드에서 찾았다.

허황후는 2천년 전 ‘아유타국’의 공주로 본명은 허황옥이다. 서기 48년 7월27일(음력 추정) 붉은 돛을 단 배를 타고 가락국에 도착했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기록된 아유타국은 갠지스 강변의 ‘아요디아’를 뜻한다. 인도 전국시대 맹주국인 ‘코살국’의 중심지로 역사적인 무게가 남아 있는 곳이다.

수로왕 묘역의 쌍어와 태양문양은 바로 아요디아에서 사용된 것과 흡사하다. 물고기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있는 도안인 쌍어문양은 수로왕의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전승돼 왔다.

이에 이 교수는 “어느 민족에게나 존재하는 신화는 역사적 신빙성을 떠나 민족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이 쌍어문양을 전해준 허황후는 해양실크로드의 상징적인 인물인 셈”이라고 주창했다.

해양실크로드의 젖줄인 ‘동해(東海)’가 지닌 본질적 의미를 인문학에서 고찰하는 발제문도 주목된다.

조규익 숭실대 교수(국문학과)의 ‘동해, 그 상상과 깨달음의 현실 공간’이란 발제문에선 동해를 ‘북한 해류와 일본 쓰시마 해류가 교차해 한류성 어류가 풍부한 어장일 뿐 아니라 해저자원도 많아 일본·북한·러시아·중국·미국 등이 우리나라와 함께 각축을 벌이고 있는 현실적 투쟁의 장’으로 규정했다.

조 교수는 동해가 언급된 송강 정철의 가사작품과 현대 시(詩), 설화 등 다수의 작품을 제시하며 “동해는 인간 실존의 경험적 공간이자 상상적 공간, 혹은 치열한 삶의 공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동해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은 우리 민족의 연고권을 확실히 하는 필수 전제 조건”이라고 단언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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