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특집] 다둥이 가족의 꿈과 행복

  • 박진관
  • |
  • 입력 2014-09-05 07:58  |  수정 2014-09-05 09:52  |  발행일 2014-09-05 제33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행복만 같아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행복만 같아라
20140905
최현진(41)·이윤숙씨 (39) 부부가 사는 아파트 거실 벽엔 가족이 만든 ‘아이 러브 유’ 모형이 걸려있다. 인터뷰 내내 가정엔 사랑과 행복이 넘쳐보였다.

최현진(41)·이윤숙씨(39) 부부는 세 가지 면에서 조금은 특별한 부부다.

첫째, 아들만 다섯을 가졌다.

둘째, 영·호남 커플이다.

셋째, 둘 다 대학의 총학생회장(금오공대·대구가톨릭대) 출신이다.

최씨 부부는 저출산으로 2750년 대한민국 인구가 ‘0’이 될지도 모를 시대를 앞두고 가장 애국심이 높은 부부다.

광주가 고향인 최현진 박사(대구기계부품연구원 메카트로닉스 부품산업화센터 지능기계로봇연구팀장)는 대구가 고향인 윤숙씨와 8년 연애 끝에 2003년 결혼해 일본 후쿠오카에서 첫째(재홍)를 낳았다.

“아버지가 손자의 이름을 직접 지어주었습니다. 집안의 돌림자 끝 이름 ‘홍’을 두고 중간에 ‘재’ ‘진’ ‘민’ ‘주’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해 ‘재’를 선택했는데, 후에 내리 아들 셋을 낳는 바람에 중간의 이름을 다 썼어요. 아버지가 다섯째는 딸을 원해서 ‘연’으로 했는데 또 아들을 낳는 바람에 연홍이가 됐어요. 하하하.”

남편은 광주·아내는 대구 고향
둘 다 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
신혼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자식 낳고 키우는 재미 ‘위안’
“다섯 키우는 게 이해 안되시죠?
아이가 많으면 참을성 생기고
아이들도 양보심 절로 길러져”


다섯 아들은 각각 개성이 뚜렷하고 성격도 다르다. 첫째 재홍이(10·초등 3)는 운동을 좋아해 메시나 박지성 같이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둘째 진홍이(9·초등 2)는 노래하고 춤 추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끼기 많은 아이다. 형과 같이 운동을 좋아하는데 태권도 사범이 되는 게 꿈이다. 셋째 민홍이(7·유치원생)는 책읽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두 형과 달리 조용하며 사색적이다. 공룡을 좋아해 공룡 박사가 장래 희망이다. 넷째 주홍이(5·유치원생)는 형이 셋이나 되는 바람에 말을 누구보다 일찍 배웠다. 다섯 살인데도 못 하는 말이 없을 정도로 언어습득능력이 뛰어나다. 막내인 연홍이(2·엄마 품)는 엄마 품을 벗어나기만 하면 울음보를 터뜨린다. 운동신경이 남 다르고 욕심이 많은 편이다.

최 박사는 1남1녀 중 둘째였고, 이씨는 3남1녀 중 고명딸이었지만 둘 다 아이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서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말자고 했습니다. 특별히 종교적인 이유는 없었고, 출산을 장려하는 국가시책에 우리만이라도 도움이 되자는 생각을 한 적도 솔직히 없었습니다. 아들만 낳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더욱 아니고요. 하나, 둘, 셋 낳다 보니 아들만 다섯이 됐네요.”(웃음)

“첫째와 둘째를 기를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들만 낳다보니 자기들끼리 저절로 서열이 정해졌어요. 중간에 딸이 생겼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딸은 아들과 달리 섬세한 면이 있잖습니까. 아무래도 아들보다 손이 더 가지요.”

아내 이씨는 첫째가 입던 옷을 다른 집처럼 그냥 버릴 수 없다. 지금의 50대 이후가 옛날 그렇게 컸던 것처럼 동생들에게 물려 입히고 있다.(첫째 재홍이가 ‘다른 집에서 동생을 하나 달라고 해요’라고 중간에 끼어들었다. ‘여동생은 싫다’고 한다)

“친구나 이웃, 친척들이 옷을 좀 줘도 되겠냐고 가끔 물어봐요. 받는 게 부끄럽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무조건 감사히 받습니다.(웃음) 그런데 오히려 부담스러운 건 주변에서 ‘재산이 많아 아이를 많이 낳았을 것’이라는 왜곡된 시선을 받을 때지요. 또 ‘왜 아이를 많이 낳아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지’ 하는 눈초리가 있어요. 우리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데 다 저희 가정이 부러워서 그럴 것이라고 위안합니다. 사실 신혼생활은 제대로 즐기지 못 했는데 자식 키우는 즐거움으로 행복하답니다.”

최씨 부부는 아이들이 맘껏 뛸 수 있고, 아래층 이웃에게 소음피해를 주기 싫어 지금까지 주택이나 아파트의 1층에만 입주했다.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3년 전에 초·중등학교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이곳(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으로 이사를 왔다. 아이가 많으니 탈도 많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깬 벽걸이TV만도 3개다. 그러나 고의로 한 짓이 아니라서 그렇게 야단치거나 하진 않았다.(인터뷰 중간에도 아이들이 장난감 총과 로봇을 들고 집안을 붕붕 날아다니지만 부부는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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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아들 육아스토리
모두 모유 먹여…저마다 개성 뚜렷
아래층 피해 안주려 1층에만 살아
개구쟁이 짓, 깬 벽걸이 TV만 3개
20㎏짜리 귤 1상자 이틀만에 동나
한꺼번에 아플 때 가장 힘들지만
승합차로 가족 나들이땐 행복감

“아들 하나만 키워도 힘들다고 하는 엄마가 있더라고요. 사실 이해가 안 되죠. 아이가 많으면 이해심과 참을성이 저절로 생깁니다.”(웃음)

최씨 부부는 과외도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 아이들이 하고 싶다면 계속하게 하고, 하기 싫다면 그만두게 한다. 개성과 특성이 다른 만큼 아이들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본다.

“누구는 면을 좋아하고, 누구는 빵을 좋아하고, 밥만 찾는 녀석도 있어요. 하지만 일일이 다 해 줄 수는 없잖아요. 의식주 같은 기본적인 것을 포함해 여러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참을성과 양보심이 저절로 길러지지요. 그게 가정교육이 아닐까요.”ㅅ

첫째 재홍이는 한글도 읽지 못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지금은 상이란 상은 다 타올 만큼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한다. 동생들도 모두 자립심이 있고 책임감이 있다.

“아이들을 다 모유로 키웠어요. 막내가 17개월인데 아직 젖을 못 뗐어요. 셋째는 분만실에 가서 5분 안에 낳았습니다.(웃음) 다섯 손가락 깨물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잖아요. 한꺼번에 아플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뇌수막염, 감기, 장염에 걸려 3명이 함께 입원한 적도 있답니다.”

이씨가 가장 바쁠 땐 아침이다. 남편 출근 준비에다 아이들을 등교시키느라 정신이 없다. 모두 먹성이 좋아 20㎏짜리 귤 1상자를 사도 이틀이면 동이 난다. 외식은 엄두도 못 낸다. 하지만 자가용은 11인승 승합차다.

“지난번 휴가 때 고속도로를 지나갔는데 길이 막혀 옴짝달싹도 못 하는데 버스전용차로로 맘껏 달리니 신이 나데요. 하하하. 그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최 박사는 아내가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이 많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이들보다 늘 자신을 먼저 챙겨주는 아내가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도 언젠간 아빠가 되겠지요. 아빠가 집안의 기둥이니 당연히 대접을 해야지요. 아이가 어릴 적엔 엄마 손이 많이 가지만 아이가 커 갈수록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애들 아빠가 주말이나 휴일에 아이들과 함께 잘 놀아줘요.”
 이씨가 화답했다. 천상배필이다.

최 박사는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에 대해서 따끔한 지적을 했다.
“동사무소에 가서 이전등록을 하는데 자녀 칸이 4칸밖에 안 돼요. 또 놀이공원이나 호텔 등 무료 티켓에도 4인 가족이 다예요. 저희 같은 경우엔 포함이 안 되죠. 지금은 아이들이 어려서 크게 돈을 들이진 않아도 되는데 앞으로가 사실 걱정이 됩니다. 사교육비야 과외를 다 시킬 수 없다손 치더라도 아이들 고등학교, 대학등록금만 생각하면 잠이 안 오지요. 다자녀가구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좀 더 피부에 와 닿았으면 합니다. 그래도 그것보다 아이가 모두 건강하게만 잘 자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가족들은 이날 오전 최 박사의 경주 1박2일 워크숍 출장 차 경주로 나들이를 갔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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