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일곱이 거실에 누워 자고 있는 모습 상상해 보세요

  • 박진관
  • |
  • 입력 2014-09-05 08:15  |  수정 2014-09-05 08:27  |  발행일 2014-09-05 제35면
흔치않게 형제자매 다 있는…김종일·옥경림 부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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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옥경림씨 부부가 자녀들과 함께 손을 잡고 집 밖으로 나들이를 갔다. 음악을 좋아하는 김씨 가정엔 자녀들의 웃음소리가 항상 음악과 함께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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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미영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쓴 시. 시에 동생에 대한 애증이 솔직하게 나타나 있다.

“직장 일 때문에 아이들이 한창 잘 시간인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출근합니다. 그때 거실에서 아이 엄마랑 다섯 명이 나란히 누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행복한 웃음이 나오지요.”

김종일(43)·옥경림씨(39) 부부는 내년이면 동혼식(銅婚式)을 맞이한다. 부부는 6년 연애 끝에 2000년 결혼을 했다. 슬하에 세람(13·중1), 정태(11·초등4), 미영(10·초등3), 수정(5·유치원생), 정우(3·어린이집) 등 다복한 2남3녀를 두고 있다. 언니, 오빠, 형, 누나라는 호칭이 모두 다 들리는, 흔치 않는 요즘의 가정이다.

‘언니…오빠…형…누나’ 호칭
자연스럽게 다 들리는 가정
다섯 자녀 모두 모유로 키워
“아이들 나중에 크고 난 뒤
어릴 때 우리집 행복했다는
이야기 듣는 게 가장 큰 소망”


“아이 둘은 가져야 하지 않겠나 하고 생각했는데 다섯까지 낳으리라곤 꿈에도 상상을 못 했어요. 첫째를 낳을 때까진 사업이 잘 됐는데 둘째, 셋째가 생기면서 설상가상으로 가정형편도 안 좋아졌어요. 다행히 넷째, 다섯째를 낳고부터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네요.”

아내 옥씨는 다섯 자녀 모두를 모유로 키울 만큼 건강하고, 모성애도 강하다.

“애들 아빠는 2남2녀 중 셋째이지만, 저는 달랑 남동생 하나밖에 없습니다. 자녀가 많은 가정이 부러웠죠. 그런데 남동생이 막내 정우의 돌잔치에 와서 내가 힘들어 보였는지 ‘누나, 더 이상 낳지 마. 여섯째는 안 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불임수술을 해버렸죠.”(웃음)

남편 김씨는 아이들 모두에게 존대를 할 만큼 자상한 아빠이지만 엄격한 풍모도 함께 지니고 있다.

“아이에게 공부보다 더 중요한 건 먼저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형제자매가 다 있으니 우애도 있어야겠지요. 경쟁보다 공생, 이기심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갈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한 것 같아요. 그래서 차도 9인승입니다. 아이 4명이 한꺼번에 독감이 걸려 입원한 적도 있었지만, 극복하면 다 추억으로 남더라고요. 많이 이해하려고 합니다.”

김씨 가정에는 항상 음악이 흐른다. 화음이 잘 맞는 음악을 들을 때 에너지와 기쁨이 넘치는 것처럼 첫눈에 봐도 화목한 가정임을 금방 느낄 수 있다.

첫째인 세람이는 마음씨가 곱고 착하다. 세람이는 정신과 의사가 되는 게 꿈이다. 동생이 많아 집에서 공부를 하기보다 밖에서 공부를 하고 귀가하는 때가 많다. 한번은 동생을 업고 학교에 갔는데 우연히 만난 원어민 영어교사가 ‘아 유 마미(Are You Mommy·너 엄마니)’라고 해 얼굴을 붉힌 적도 있다. 세람이는 가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와 동생이 많은 것을 보고 부럽다고 할 때가 많다고 했다.

옥씨에 따르면 둘째인 정태는 게임과 저전거타기를 좋아하지만 책임감이 강하고 동생을 잘 돌본다. 장래희망은 경찰이다. 셋째 미영이는 뭣이든 다 잘하는 딸이며, 가수가 되는 게 꿈이다. 또 넷째 수정이는 스스로 공주라고 생각하며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다.

옥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 미장원이나 목욕탕에도 갈 수 없었다.

“그때마다 친정 엄마가 와서 도와줬어요. 혼자서 다 키우려면 힘이 많이 들지요. 요즘은 책읽기 바우처제도를 이용합니다. 독서 선생님이 일주일에 한 번 집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또 7만원을 지원받아 정태가 태권도를 배우고 있지요. 방과후학교 같은 것도 이용하고요. 구청이나 주민센터, 학교에서 저희 가정이 다둥이라서 특별히 신경을 써 주는 것 같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실상 다자녀가구 지원이란 게 현실성이 없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여름 더위에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는데 지난달 요금이 23만원이나 나왔어요. 일률적으로 1만2천원을 할인해 주는데 체감이 잘 안 되죠. 치킨을 배달시켜도 4마리, 고등어를 구워도 2마리 이상은 돼야 하니까요.”(웃음)

김씨는 경제적인 면만 생각하면 자녀를 키우기가 힘에 부친다고 했다. 여섯 번이나 이사를 했는데 최근 전세보다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 집 찾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라고 한숨을 지었다. 하지만 늦게 장가를 간 친구가 아이를 못 가져 애를 태울 땐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했다.

“다들 저 보고 간 큰 남자라고 할 겁니다. 하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크고 나면 어릴 때 우리 집이 행복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자식농사 힘들다는 것을 실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하하.”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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